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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깨진 태양광

화이트보스 2011. 9. 7. 17:40

꿈 깨진 태양광

입력 : 2011.09.07 03:05

공급 과잉, 중국 저가공세에 국내외 업체 대부분 매출 반토막·적자
승자 독식 - 미국·유럽 대표업체들 파산보호 신청, 매물로 나와

태양광산업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미래성장사업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분야다. 업계에서는 이를 '태양광 골드러시'라고 부를 정도다. 투자 행렬에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태양광산업을 지원한 각국 정부도 포함돼 있었다. 기업들의 집중 투자와 각국 정부의 부양책으로 태양광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3%씩 고속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올 들어 사정이 급변했다. 태양광 완제품인 모듈 제조업체의 생산능력은 작년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는데, 시장은 정작 10% 성장에 그쳤다. 갑작스럽게 수요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급전직하 중이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작년 말 와트당 1.74달러에서 지난달 1.18달러로 32% 하락했다. 햇빛이 쨍쨍하던 태양광산업에 바야흐로 암흑이 드리우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독일·미국의 대형 업체 파산위기

6일 시장조사기관 솔라앤에너지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태양광 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올 2분기(4~6월) 태양광 매출은 7500만달러. 1분기 1억3700만달러에 비해 반 토막 났다. 현대중공업 태양광 모듈 공장의 가동률은 50%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신성솔라에너지·STX솔라·에스에너지 등 국내에 거점을 둔 태양광 셀·모듈업체는 모조리 적자를 기록했다.

태양광 산업을 주도해 온 유럽, 미국의 업체들은 파산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과 이달 초 미국에버그린솔라·스펙트라와트·솔린드라중국산 저가공세와 업계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차례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독일의 대표 태양광업체인 큐셀은 약 4억5000만달러의 대규모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여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 와중에 이익을 낸 기업은 일부 중국·미국 기업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형 업체 중 중국의 잉리·트리나와 미국의 퍼스트솔라가 올 2분기 영업이익률 5~12%를 유지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중국 최대 태양광 셀·모듈 업체인 선테크는 같은 기간 1억70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중국 대표 태양광업체의 지위를 잉리에 넘겨주고 말았다.

태양광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다. 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세계 최대 태양광 수요 국가에서 태양광발전 예산을 삭감했음에도 중국에 기반을 둔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빚어졌다.

업계에서는 잉리와 같은 대형 중국업체들이 만드는 태양광 모듈의 원가는 와트당 1~1.2달러 선이며, 한국을 비롯한 유럽·미국 기업의 원가는 1.4달러 안팎으로 보고 있다. 현재 모듈 가격이 1.18달러임을 감안하면, 대다수 업체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란 얘기다. 태양광 부품업체 엘에스티에너지의 임종만 대표는 "태양광은 어느 산업보다 승자독식의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라며 "현재로선 잉리, 트리나 등 중국 대형업체들이 유리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한국 대기업에 기회될 수도

일각에서는 기존 대형 태양광 업체가 무너질 경우 후발주자인 삼성·LG·한화 같은 한국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실제 중국·미국·독일 등의 대형 태양광 업체들 중 한두 곳이 한국의 대기업들에 인수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태양광산업이 흔들릴수록 후발주자인 한국 대기업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시장에 진입할 여지가 많아진 셈이다. 삼성·LG 등 한국 대기업은 태양광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투자에는 나서고 있지만 완제품인 태양광 모듈엔 본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광주 솔라앤에너지 대표는 "태양광산업이 침체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태양광 모듈 수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증가하는 성장산업"이라며 "현재는 업황이 좋지 않더라도 내년 이후 사업기회는 또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