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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정책자문단, 시민단체·40代 주축… "사실상 제2 집행부"

화이트보스 2011. 10. 31. 11:31

박원순 정책자문단, 시민단체·40代 주축… "사실상 제2 집행부"

입력 : 2011.10.31 03:17

[서울시 예산·정책방향 결정… 6개 분야 21명 선정]
시장선거 캠프인사 대거 포함… 서왕진 박사가 단장 맡아
내년 예산안 심의 마무리 후 공동정부협의회로 바뀔 듯
"공무원이 세운 계획 검증 권한 너무 커져" 비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총 21명 규모의 '희망서울 정책자문단'(가칭)을 꾸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수립하기로 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박 시장은 지난 29일 "후보 시절부터 '한강 르네상스사업'같이 쟁점이 된 사업의 중단 여부를 결정할 때 '정책조정회의'를 통하겠다고 밝혀 왔다"며 "시장이라고 혼자서 맘대로 하지 않고 예산을 줄여야 할 사업은 조정회의에 부쳐 상식과 합리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26일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된 이후 인수위 기간을 갖지 못하고 27일부터 업무를 시작, '희망서울 정책자문단'이 내년도 예산과 주요 정책의 방향을 결정지을 '인수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본지가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정책자문단은 후보 캠프 시절부터 박 시장의 정책을 총괄한 서왕진(47) 박사가 간사 또는 단장을 맡아 지휘할 계획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인 서 박사는 현재 서울시 정책 특보 임명이 유력시되고 있다. 서 박사 외에도 자문단 총괄업무는 박 시장 캠프에서 정책자문단 본부장으로 활동한 전 환경부 차관 김수현(49) 세종대 교수와 정책팀에서 활약한 안균오(42) 한국공간환경학회 공간환경연구센터 연구실장이 돕기로 했다.

자문단은 ▲복지·여성·보건의료 ▲산업·경제·노동·일자리 ▲주택·도시·민생 ▲환경·안전·교통 ▲교육·문화 ▲재정·시정 등 6개 분야로 나뉘어 있으며 젊은 40대 시민단체인사·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됐다. 오충현(43) 동국대 교수, 서채란(41) 민변 변호사, 허선(47) 순천향대 교수 등 박 시장의 캠프 시절 정책자문단에 속했던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이었던 안진걸(38)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팀장은 중·소 상인 관련 분야를 맡았다. 안 팀장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안전 분야를 맡은 박창근(50) 관동대 교수는 '경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4대강 사업 반대를 주도해왔다. 도시 분야 자문은 변창흠(47) 세종대 교수가 담당하기로 했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박 시장이 다음달 5일까지는 예산안 초안을 만들어놓고 시의회 제출기한인 11일까지 다듬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시간이 촉박한 만큼 자문단 구성도 빠르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마무리되면 자문단은 '공동정부운영협의회'로 거듭날 전망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자문단은 내년도 예산안 작업 외에도 민선 5기 임기인 2014년까지의 중기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서울시의회 인사를 포함시켜 50여명 안팎의 정책 자문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동정부운영협의회'는 시 공무원, 정책자문단, 시의회 등 3자 연석회의를 통해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이른바 '협치(協治·governance)' 모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서울시 직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업 계획 수립은 집행부인 서울시 공무원들이 펼칠 수 있도록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28일 저녁 실·국장들과 함께 도시락 미팅을 겸한 예산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자세한 예산 관련 보고는 자문단을 거친 다음 정리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책자문단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조언과 정책 제안 역할에 그쳤다"며 "시 공무원이 세운 계획을 필터링을 하는 수준으로 자문단의 권한이 확대된다면 제2의 집행부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울시의회 역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해야 하는 독립 기관인데 사업 계획 단계부터 관여하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 내정자는 "예산안 같은 경우는 이번에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공무원과 자문단과의 완벽한 공조·협조체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져서 나중에 무수한 갈등과 비판에 휩싸이는 것보다 계획 초기에서부터 협조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