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16 23:18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동국대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한 '21세기 리더의 자격'이란 특강에서 "등록금 인하 투쟁은 백날 해도 안 된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가봐라, 대학생이 등록금을 내나. 등록금 철폐 투쟁을 왜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시장 말대로 스웨덴·핀란드에서는 EU 출신 학생에게 모든 대학 등록금이 공짜다. 그러나 두 나라는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에 국민연금·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지출을 더한 '국민부담률'이 48·43%인 반면 한국은 26%밖에 안 된다. 박 시장이 대학생 앞에서 등록금 철폐를 선동하려면 세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이 세금을 더 부담해 등록금 없는 대학을 만든다고 해도 그 대학들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독일은 16개 주 가운데 11개 주에서 대학 등록금이 공짜지만 대학에 적(籍)을 걸어놓은 채 공공요금 할인 같은 혜택에 기대어 5~10년을 대학에 다니는 만년대학생(Langzeitstudent)들로 골치를 썩고 있다. 프랑스도 강의실엔 나오지 않으면서 교통요금 할인과 집세 보조 혜택만 누리는 대학생이 10~20%나 된다.
대학평가 기관인 QS의 올 9월 세계대학평가에서 등록금을 받는 미국 대학은 50위 안에 20개나 됐지만 박 시장이 '이상향(理想鄕)'처럼 거론한 독일·핀란드·스웨덴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 등록금을 무작정 공짜로 하면 대학 교육은 부실해지고 학생 수만 늘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일에선 최근 등록금을 받는 대학들이 생겨났고, 프랑스도 지난해 처음 등록금 자율화 대학이 등장했다. 핀란드 대학들도 "등록금이 공짜라서 학생들이 졸업하지 않는다"며 연간 1000유로(약 160만원)의 등록금을 받자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은 특강에서 대학시절의 투옥 경험을 얘기하면서 "감옥 대학에서 읽은 책만큼 감동적으로 읽은 것은 없다. 여러분도 감옥은 꼭 한 번 가보시기 바란다"는 말도 했다. 서울시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된 그가 "등록금 철폐 투쟁을 왜 안 하느냐" "감옥에 꼭 가보라"는 식으로 나오면, 길거리 시민운동가의 티를 벗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