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07 03:09
[TV조선 보도… 당시엔 180억원으로 알려져]
조사중인 떼강도 장씨 - "2002년 김영완씨 집 턴 후에 CD·채권 200억은 숨겨둬…
8년 복역뒤 나오니 휴지조각, 경찰·검찰·법원 어디서도 훔친 액수 물어보지 않았다"
왜 또 떼강도 저질렀나 - "훔친 금품 중 현금은 8억뿐
9명 나누니 8000만원밖에… 돈 바닥나 또 강도단 조직"
김대중 정부 당시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58)씨가 2002년 3월 떼강도들에게 1400억원을 털렸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TV조선이 6일 보도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됐던 피해액 180억원보다 훨씬 큰 액수여서 자금 출처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지난 3월 서울 이태원동의 주택을 턴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장모(58)씨는 6일 TV조선 취재진과 만나 "2002년 3월 김씨 집에서 훔친 돈의 규모는 14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3월 떼강도가 들어 1400억원을 털어갔다고 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영완씨의 자택. 언론에는 당시 180억원을 도둑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호 기자

◇"2002년 무기중개상 김영완씨 집에서 1400억원 털었다"
지난 2002년 3월 31일 김영완씨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 9인조 떼강도가 들이닥쳤다. 이들은 김씨 가족들을 흉기로 위협한 뒤 김씨가 서재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과 수표, 채권 등을 털어 달아났다.
하지만 이 사건은 김씨가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은 데다 사건을 맡았던 서울 서대문경찰서마저 입을 닫으면서 묻혔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년여 만인 2003년 6월. 대북송금 특별검사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현대그룹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며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계기였다.

박광빈 당시 특검보는 박씨를 신문하면서 "김영완씨 집에 강도가 들었던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씨는 "언론사 간부를 통해 들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을 단초로 사건이 발생 1년여 만에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액이 줄어든 기묘한 강도 사건
장씨는 검찰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떼강도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법원 등 어느 곳 하나도 강도로 턴 금품 액수를 정확하게 물어보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장씨와 공범들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피해 금액을 보면 현금은 한화 7억원과 달러·엔화 등 8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채권은 아예 액면가 금액은 뺀 채 '국민주택채권 약 336장' '증권금융채권 약 194장' 등으로만 기재돼 있었다. 한 변호사는 "금품 일부만 압수했을 경우 추정치로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지만, 통상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의 일부이기 때문에 '약'이라는 표현을 썼든지 아니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1400억원 털었지만, 현금은 8억원뿐이라 떼강도 계속
장씨는 김영완씨 집에서 1400억원을 털었는데 왜 범행을 계속했을까. 공범 9명이 1400억원을 나눠 가지면 1인당 155억원이나 된다. 김씨 집을 턴 혐의로 8년을 복역하고 나왔지만, 자기 몫을 은닉해 뒀다면 굳이 다시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유는 김영완씨 집에서 턴 금품 가운데 현금은 8억원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자기앞수표 24장, 국민주택채권 336장, 증권금융 채권 194장 등 대부분 수표나 채권이었다. 채권은 대부분 인출금지 가처분 신청이 이뤄져서 현금화하지 못했다. 장씨는 TV조선 취재진에게 "훔친 채권 200억원을 남겨 놓고 교도소에 갔는데 돌아와 보니 휴지조각이 됐다"고 털어놨다.
결국 장씨가 출소해서 쓸 수 있었던 돈은 공범 8명과 함께 나눈 8억원뿐이었다. 1명당 약 8000만원에 불과하다. 장씨는 "이마저도 공범과 친구에게 맡겨뒀는데 나와 보니 모두 바닥 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떼강도단을 조직해야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