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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근태가 마지막까지 외친 말 "2012년을 점령하라"

화이트보스 2011. 12. 30. 10:18

故김근태가 마지막까지 외친 말 "2012년을 점령하라"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입력 2011.12.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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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30일 타계한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10월18일 마지막으로 그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2012년을 점령하라"면서 이같이 외쳤다.





↑민주통합당 김근태 상임고문이 30일 아침 5시 31분 64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유가족이 김 상임고문의 영정을 들고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못내는 상황에 처했지만 그는 "흔한 말로 정치권의 위기, 야당의 위기, 민주당의 위기라고 하지만 비난은 비난일 뿐 비난이 승리는 아니다"면서 당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그런 김 고문은 총선과 대선의 해인 2012년의 시작을 이틀 남겨두고 영면했다. 그의 말은 이제 유언이 됐다.

김 고문은 지난 9월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별세했을 때는 "이소선 정신을 실천하여 세상을 바꾸는 것, 바꾼 세상을 하늘의 이소선 여사에게 보여 드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추모의 정"이라며 실천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 자신이 올 초부터 재야 운동가,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진보개혁모임'을 만들며 야권 통합 작업을 지원했고, 그런 노력이 민주, 진보, 시민사회 진영이 함께 한 민주통합당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김 고문은 지난달 29일 뇌정맥 혈전증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자신의 역할이 남아있다고 보고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이루는 데 역할을 하고 싶고, 대선에서 또 정권교체를 이뤄 복지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1970년대 어느 추운 겨울날, 수배를 받아 도피 생활을 하던 중 통행금지 때문에 길가의 갈대밭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손으로 차가워지는 몸을 웅크리고 감싸기도 했습니다. 제자리 뜀뛰기로 매서운 바람과 맞서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어쩐지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칠흑 같은 어둠이 슬며시 먹빛으로 변하고, 먹빛 하늘이 청동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봤다. 그는 "그것은 기적 같았다. 결국 저에게 아침은 왔다. 저는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에 김 고문이 쓰러졌을 때도 모두가 아침이 오면 다시 그가 일어나 나아가줄 것을 바랐지만 끝내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