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1 03:14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곽노현 교육감 업무 복귀… '뇌물엔 파면' 주장하더니 공정택 전 교육감에 이어 벌금형 받고도 직무수행
곽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 16개 지역교육감들을 모아 놓고 "(학생인권조례 등) 그동안 우리가 애써 마련한 것들이 눈앞에서 멈추거나 닫혔다"며 "하지만 하나하나 다시 앞으로 나가도록 꿋꿋하게 챙기겠다.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도록 집요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논란이 커, 그가 수감돼 있을 동안 중단됐던 각종 정책들을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실제 곽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학생인권 조례안 재의(再議) 요구안'을 철회한다는 공문을 서울시의회에 통보했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선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곽 교육감이 130만 명에 이르는 서울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진 교육 수장(首長)으로서의 자격을 사실상 상실한 만큼, 더 이상 교육감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상급 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있어 '법적 자격'은 있을지 몰라도 교육자로서의 '도덕적 자격'은 이미 상실했다는 것이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2009년 3월, 4억원의 재산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공 전 교육감이 직무수행을 계속하자 비판 여론이 쇄도했었다.
무엇보다 곽 교육감의 ‘자기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1심 재판부가 곽 교육감에게 선고한 벌금 3000만원은 벌금형 최고한도 금액이다. 이는 윤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할 교육 수장으로서 치명적인 흠결일 뿐 아니라, 2010년 7월 취임 이후 본인이 교직 사회의 부정·비리를 뿌리뽑겠다며 일선 교사·교장에 대한 대규모 파면 등 강한 징계를 내려온 모습과도 상치된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몇 백만원의 뇌물만 줘도 파면시킨다’고 외치던 곽 교육감이 떳떳한 척하는 모습을 보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며 “과연 이런 수장의 말에 진심으로 따를 교사와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해 사회적 논란이 큰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시한부’라는 본인의 결정적 한계를 도외시한, 사실상의 ‘도박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20일 항소했다. 향후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련 법상 약 6개월이면 결론이 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고교선택제 폐지 등 곽 교육감이 서둘러 추진하려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들이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본인(곽 교육감)의 주장대로라면 선거 보장 임기인 2014년 6월까지 교육감을 할 수 있을 텐데, 10년 뒤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들을 왜 조급하게 지금 당장 결정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