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08 22:55
고졸 취업 확대되고 대졸자 초과 공급돼도 학력간 임금 격차 여전
여야 총선 공약 화려할 뿐 실속 없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서비스 규제 폐지 등 과감한 성장 전략 필요
김기천 논설위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얼마 전 청년 일자리 보고서에서 대졸 이상 청년층 취업자 215만명의 일자리 중 실제 대졸 학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115만개 정도로 추산했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되는 일자리에 하향(下向) 취업한 젊은이가 10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본인과 가족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데 대한 불만이 세대 갈등과 사회 불안을 키우는 것도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대학 진학률이 2008년 83.8%로 정점(頂点)에 이른 이후 작년에 72.5%까지 떨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노동부는 최근 2020년까지 고졸은 32만명 부족하고, 전문대졸 이상은 50만명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을 나와도 눈높이에 맞는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지만 대학 졸업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지난해 대졸 이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92만원으로, 고졸 임금 178만원보다 64% 많았다. 대졸자는 남아돌고 고졸자는 부족하다는데도 대졸 실업률은 5.5%, 고졸 실업률은 7.0%로 고졸 출신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선진국도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대졸 소득은 고졸보다 평균적으로 57% 더 많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졸 실업률은 3.3%에서 4.4%로, 고졸 실업률은 4.9%에서 6.8%로, 중졸은 8.7%에서 11.5%로 올라가 학력이 낮을수록 타격이 컸다.
그러니 어느 부모가 하나 또는 둘뿐인 자녀에게 대학 입시에 매달리지 말고 사회에 일찍 진출해 자리를 잡는 게 낫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청년 일자리와 학력 미스매치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모두 일자리 공약을 맨 앞에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청년이 뜨겁게 일하는 나라', 민주통합당은 '허드레 일자리가 아닌 비전 일자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겉 포장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다. 새누리당의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은 기존 정부 정책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민주당의 근로시간 단축과 청년고용할당제 공약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억지로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기업의 고용 의지를 떨어뜨리고 전체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이미 과잉 학력 인구가 넘쳐나고, 앞으로도 당분간 대졸 과잉 공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내고,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성장 전략이 있어야 한다. 여야의 일자리 공약이 빈약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성장 없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달콤한 약속에 기대를 걸었다가는 더 큰 실망을 맛보게 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