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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 씨가 말랐다'…경찰대 출신 고위직독점이 문제

화이트보스 2012. 4. 16. 10:18

'경찰 수뇌부 씨가 말랐다'…경찰대 출신 고위직독점이 문제

뉴시스 | 배민욱 | 입력 2012.04.16 05:01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지난 주 조현오 경찰청장과 서천호 경기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갑작스럽게 사퇴하자 경찰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조 청장과 서 청장은 9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최근 경찰 수뇌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몇개월이 멀다하고 사퇴와 낙마가 잇따르고 있다.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기전에 사퇴와 낙마를 하다보니 경찰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6개월내 사퇴하거나 낙마한 수뇌부는 조 청장과 서 청장을 비롯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등이다.

간부후보생 출신 가운데 선두주자 였던 이철규 전 청장은 지난해 11월9일 경기청장으로 임명된지 3개월만에 대기발령돼 낙마했다.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2·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탓이다. 처음에는 의혹수준에 그쳤으나 검찰 수사결과 의혹은 혐의로 굳어져 구속기소까지 됐다. 현재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경무부장과 경찰청 교통관리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고향 선배인 유 회장으로부터 "제일저축은행 관련 민원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3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은 또 경찰청 정보국장을 맡았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진행하던 강남지역 유흥업소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유 회장으로부터 수사무마 대가로 모두 1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의 뒤를 서천호 청장이 이었지만 그도 수원사건 책임으로 중도하차하게 됐다.

앞서 경찰대(2기) 출신 중 선두주자로 불렸던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은 지난해 12월21일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제19대 총선에 출마했다.

한편 경찰대 선두주자로 항상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경찰대 출신의 상징이었던 윤재옥 전 경기청장도 일찌감치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총선에 출마한 다른 경찰 출신 수뇌부가 낙선한 것과는 달리 대구 달서을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수원 사건으로 국민들은 충격이 컸다. 감찰조사 결과 112 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부실 수색·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조 청장은 지난 9일 사퇴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1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후임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치안정감인 김기용 경찰청 차장과 이강덕 서울경찰청장, 강경량 경찰대학장은 물론 치안총감인 모강인 해양경찰청장까지 4명이 차기 청장 후보다.

경찰 조직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는 차기 청장이 하루빨리 인선돼야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잇따른 낙마로 인해 적절한 인물들을 뽑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수뇌부가 이렇게 씨가 마른데는 경찰대 출신의 인사독점이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경찰청장 후보군들의 면면을 봐도 경찰대의 위력을 여실히 느낄수가 있다. 이 청장과 강 학장이 경찰대 1기 출신이다.

김기용 경찰청 차장은 행시 특채이며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간부 32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후보군 4명중 2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또 치안감과 경무관 자리도 경찰대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찰대 1~2기 선두주자들이 너무 일찍 경찰 고위직을 독점함에 따라 경찰고위간부들이 너무 연소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대 1~2기 출신의 나이는 48세에서 51세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경찰대 출신끼리 요직을 독차지 하면서 후배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선배들이 앞에서 끌어주는 성황이 비일비재 하다는게 경찰 안팎의 분위기다.

인사가 이러다 보니 간부후보생 등 입직경로가 다른 경찰관들은 고위직 진출 어려웠던게 현실이다.

조 청장 조차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수뇌부를 장악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대 출신만으로 지휘부가 구성되면 조직이 건강해질 수 없다"며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의 씨가 마르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경찰 입직경로를 다양화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 청장도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찰 고위직을 다양한 입직 경로별로 균형 있게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대 출신들이 고위직을 독점하다 보니 올바른 경쟁은 물론 조직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사이며 경찰대 출신이 간부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좋은 자리 다 차지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대가 초급 간부인 경위를 해마다 120명씩 배출하는 현실을 감안해도 특정 보직의 인사 편중은 심각하다"며 "경찰 입직경로를 다양화 해 특정출신의 독점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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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지난 주 조현오 경찰청장과 서천호 경기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갑작스럽게 사퇴하자 경찰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조 청장과 서 청장은 9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최근 경찰 수뇌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몇개월이 멀다하고 사퇴와 낙마가 잇따르고 있다.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기전에 사퇴와 낙마를 하다보니 경찰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6개월내 사퇴하거나 낙마한 수뇌부는 조 청장과 서 청장을 비롯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등이다.

간부후보생 출신 가운데 선두주자 였던 이철규 전 청장은 지난해 11월9일 경기청장으로 임명된지 3개월만에 대기발령돼 낙마했다.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2·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탓이다. 처음에는 의혹수준에 그쳤으나 검찰 수사결과 의혹은 혐의로 굳어져 구속기소까지 됐다. 현재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경무부장과 경찰청 교통관리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고향 선배인 유 회장으로부터 "제일저축은행 관련 민원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3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은 또 경찰청 정보국장을 맡았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진행하던 강남지역 유흥업소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유 회장으로부터 수사무마 대가로 모두 1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의 뒤를 서천호 청장이 이었지만 그도 수원사건 책임으로 중도하차하게 됐다.

앞서 경찰대(2기) 출신 중 선두주자로 불렸던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은 지난해 12월21일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제19대 총선에 출마했다.

한편 경찰대 선두주자로 항상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경찰대 출신의 상징이었던 윤재옥 전 경기청장도 일찌감치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총선에 출마한 다른 경찰 출신 수뇌부가 낙선한 것과는 달리 대구 달서을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수원 사건으로 국민들은 충격이 컸다. 감찰조사 결과 112 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부실 수색·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조 청장은 지난 9일 사퇴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1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후임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치안정감인 김기용 경찰청 차장과 이강덕 서울경찰청장, 강경량 경찰대학장은 물론 치안총감인 모강인 해양경찰청장까지 4명이 차기 청장 후보다.

경찰 조직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는 차기 청장이 하루빨리 인선돼야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잇따른 낙마로 인해 적절한 인물들을 뽑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수뇌부가 이렇게 씨가 마른데는 경찰대 출신의 인사독점이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경찰청장 후보군들의 면면을 봐도 경찰대의 위력을 여실히 느낄수가 있다. 이 청장과 강 학장이 경찰대 1기 출신이다.

김기용 경찰청 차장은 행시 특채이며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간부 32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후보군 4명중 2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또 치안감과 경무관 자리도 경찰대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찰대 1~2기 선두주자들이 너무 일찍 경찰 고위직을 독점함에 따라 경찰고위간부들이 너무 연소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대 1~2기 출신의 나이는 48세에서 51세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경찰대 출신끼리 요직을 독차지 하면서 후배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선배들이 앞에서 끌어주는 성황이 비일비재 하다는게 경찰 안팎의 분위기다.

인사가 이러다 보니 간부후보생 등 입직경로가 다른 경찰관들은 고위직 진출 어려웠던게 현실이다.

조 청장 조차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수뇌부를 장악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대 출신만으로 지휘부가 구성되면 조직이 건강해질 수 없다"며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의 씨가 마르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경찰 입직경로를 다양화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 청장도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찰 고위직을 다양한 입직 경로별로 균형 있게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대 출신들이 고위직을 독점하다 보니 올바른 경쟁은 물론 조직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사이며 경찰대 출신이 간부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좋은 자리 다 차지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대가 초급 간부인 경위를 해마다 120명씩 배출하는 현실을 감안해도 특정 보직의 인사 편중은 심각하다"며 "경찰 입직경로를 다양화 해 특정출신의 독점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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