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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순회특파원
공맹(孔孟)과 노장(老莊)은 물론이고 역학(易學)까지 경지에 이르렀던 스님의 예지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6·25 전쟁을 1년 전 예견하고 월정사 승려들을 통도사로 미리 피신시킨 것이나, 울진·삼척에 무장공비가 몰려들기 직전 『화엄경』의 번역 원고를 월정사에서 영은사로 옮겨 분서(焚書)를 막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동양사상과 주역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한 그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이유다.
스님은 5000년 동안 고난과 역경 속에 살아온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가 머지않아 종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래지 않아 위대한 지도자가 나와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 양극화, 세대 갈등, 가치관의 충돌 같은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국위를 선양할 것이며 우리나라의 새로운 문화는 다른 나라의 귀감이 되어 전 세계로 전파될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 전 스님이 예언한 ‘머지않은 미래’가 언제인지 나는 모른다. 스님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음양오행의 심오한 이치를 알 길이 없는 천학비재(淺學菲才)로서는 암울한 시대를 사는 중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려는 심모원려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님의 낙관적 예언에 기대고 싶은 것은 나약한 범부(凡夫)의 한계일 것이다.
올해 대선은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치러진다. 그 중심에 서게 될 지도자가 누가 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대세론의 바람을 타고 박근혜가 될지, 아니면 안철수나 문재인 대망론이 현실이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누가 되더라도 그 또는 그녀가 탄허 스님이 예언한 ‘위대한 지도자’가 되려면 이명박(MB) 대통령과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구시대의 마지막 지도자로 MB를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전상인 교수의 지적대로 MB는 세계화·양극화·정보화·감성화의 물결 속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권력의 재구성을 간파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마찰을 빚으며 민심에서 멀어졌다.
내가 감복하는 것은 사실 탄허 스님의 예언이 아니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지도자론이다. 무엇보다 스님이 강조한 것은 신뢰다. 지도자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법과 영이 바로 서고, 나라의 기강이 잡힌다는 것이다. 국민의 말을 귀담아듣고, 허물을 지적하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추구하고, 탐심(貪心)을 경계하며 먹을 것이 적은 것보다 고루 나눠주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10%의 선질(善質)을 기용해 10%의 악질(惡質)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해야 국민의 80%가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말도 한다. 대중에 영합하지 않으면서도 인화를 이룰 줄 아는 지도자, 철학과 도의를 아는 지도자,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지도자라면 누가 된들 무슨 상관인가. 보수면 어떻고 진보면 어떤가. 기다려도 ‘고도(Godot)’는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온다는 믿음으로 나는 그런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