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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교육감

화이트보스 2012. 4. 26. 12:06

두 얼굴의 교육감

  • 순천=조홍복 기자
  • 입력 : 2012.04.26 03:12 | 수정 : 2012.04.26 11:29

    "썩은교육 개혁" 장만채 전남교육감, 억대 뇌물받아 구속
    청탁·횡령·입시부정 의혹도
    카드 6000만원 빌려준 친구들 중학교 관선이사로 임명
    친구딸, 사립 입학 청탁의혹… 張교육감 "善意로 받아" 주장
    "대권 주자 되겠다" 정치야심도

    이른바 '진보 성향'인 장만채<사진> 전남도교육감이 순천대 총장과 교육감 재직 때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25일 오후 구속됐다. 장 교육감에 대해선 인사 청탁, 횡령에다 입시 부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6월 '부패한 교육을 개혁하자'며 당선된 장 교육감이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들어갈 때 지지자 30여명은 피켓을 흔들며 "무죄를 믿습니다. 교육감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나 광주지검 순천지청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장 교육감의 모습은 이런 구호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친 전교조 성향 교육감 중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이어 사법처리 선상에 오른 두 번째 인물이 됐다.

    장 교육감은 "돈은 선의로 받았고, 청탁도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곽노현 교육감도 선의로 돈을 주었다는데, 뭐가 다른가. 황당한 주장"이라는 반응이다.

    장 교육감은 정치적 야심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선 장 교육감의 '정치 로드맵'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문건에는 박준영 전남 도지사의 임기가 끝나는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도지사로 당선돼 정치 기반을 닦은 뒤 대권 주자로 성장한다는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장 교육감은 지난해 검찰이 수뢰사건에 대한 내사에 돌입하자 '(호남지역) A국회의원이 나를 모함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의원은 유력한 차기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A의원이 도지사를 꿈꾸는 자신을 견제한다고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순천지청에 따르면 장 교육감은 교육감 당선 이후 순천과 광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고교 친구 두 명으로부터 법인카드 두 개를 받아 사용해 왔다. 검찰은 "장 교육감은 월 한도액 150만원인 카드를 제공받아 썼다"며 "친구 한 명당 총 3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을 골프와 술값, 밥값 등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장 교육감의 '순천 친구'는 지난해 1월 해당 학교의 반발에도 여수 한 중학교 관선이사로 선임됐고, 또 '순천 친구'의 부인은 모 고교 상담교사로 있다가 승진에 유리한 순천교육지원청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런 인사이동 뒤에 장 교육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교육감 '광주 친구'의 딸은 전남 보성의 명문 사립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검찰은 장 교육감 휴대전화에서 친구 딸의 이름과 수험번호가 적힌 문자 메시지를 발견했다. 이 학교의 경쟁률은 7대 1에 달했으며 장 교육감이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전에 이 학교 교장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친구'의 처형(보건교사)도 장 교육감 부임 이후 자기 생활 근거지 부근의 학교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순천지청은 장 교육감이 받은 돈에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특가법상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영장전담 이동기 판사는 "피의 내용이 사실로 보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며 액수를 볼 때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 교육감은 순천대 총장 재직 때(2006년 10월~2010년 6월) 산학 협력업체 P사(社)로부터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도 받았다. 검찰은 P사 대표가 2008년 4월과 10월 각각 3000만원과 1000만원을 1만원짜리 현금으로 종이 가방에 넣어 장 교육감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육감은 "대외활동비 명목"이라고 했으나 검찰은 P사가 수십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 산학 협력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힘써준 장 교육감에게 보답 차원의 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교육감은 순천대 총장 시절 대학 관사가 낡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155㎡(47평)짜리 아파트를 관사로 지정하고 학교 측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았다. 장 교육감은 그중 1억원을 주식 투자에, 5000만원은 대출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교육감은 "살던 집을 관사로 내주고 전세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검찰은 "명의를 학교 측으로 이전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 교육감은 또 동료 교수 두 명으로부터 각각 500만원과 300만원을 받아 주식에 투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대학발전기금에서 '대외활동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받은 7800여만원 중 상당액도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