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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마비 환자, 두 팔 움직이다… 한국 줄기세포 치료 기적을 낳다

화이트보스 2012. 5. 3. 15:28

팔다리 마비 환자, 두 팔 움직이다… 한국 줄기세포 치료 기적을 낳다

입력 : 2012.05.03 03:07 / 수정 : 2012.05.03 07:22

[서울 아산병원 전상용 교수팀]
8년 전 車사고로 척수손상, 자가줄기세포 이식 성공해 치료 효과 세계 첫 입증
국내 환자 6만여명에게 희망

8년 전에 당한 교통사고로 목 부위 척추의 중추 신경인 척수(脊髓)를 다쳐 팔다리를 쓰지 못하던 환자가 손상된 척수에 줄기세포를 이식받아 팔다리 감각과 움직임 일부를 되찾았다. 그동안 팔다리 마비 상태를 포기하고 지내던 만성 척수 손상 환자에게 한줄기 희망이 싹튼 것이다. 국내에 만성 척수 손상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는 5만~6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팀은 2일 "교통사고, 추락사고, 폭행 피해 등으로 목 부위를 다쳐 사지가 마비된 만성 척수 손상 환자 10명에게 환자의 엉덩이뼈 골수에서 빼낸 중간엽(신경세포 성분이 많은 부위)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안에 직접 주입한 결과, 3명에게서 팔 감각이 일부 돌아오고 움직임이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전 교수팀은 "MRI로도 손상된 척수의 상처 크기가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8년 전 교통사고로 목 부위 척수를 다쳐 팔다리가 마비됐던 환자 박모(사진 왼쪽)씨가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안에 주입받고 나서 두 팔을 위로 쭉 뻗어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오래된 척수 손상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은 세계 최초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외과학술지인 '뉴로서저리'(Neurosurgery·신경외과수술) 최신호에 실렸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 박모(47)씨는 지난 1998년 교통사고로 목 부위 척수 손상을 입었다. 하반신 마비가 왔고, 팔을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상반신 감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호전은 없었다.

그러다 8년 후인 2006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안에 직접 주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1년 만에 상반신 감각이 돌아왔고, 팔에 힘이 생기면서 두 팔을 위로 쭉 뻗어 만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이런 수술을 받은 10명은 1~8년 전 각종 사고로 목 부위 척수 손상을 입어 신경학적 후유증이 고정된 환자들이었다. 그중 박씨처럼 일상생활이 개선될 정도로 팔의 운동기능이 좋아진 3명은 이제 스스로 보조기구를 이용해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혼자서 팔의 힘으로 앉을 수 있으며, 엄지손가락에 힘이 생겨 숟가락을 꼭 쥐고 음식을 떠먹을 수 있게 됐다.

전상용 교수는 "오래된 손상이더라도 줄기세포를 직접 척수 안에 주입하면 신경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어느 환자는 효과가 있고, 어떤 환자는 없었는데, 왜 그런지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