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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이 산골에 내다버린 혈세 3300억 '충격'

화이트보스 2012. 5. 11. 10:57

산림청이 산골에 내다버린 혈세 3300억 '충격'

  • 조백건 기자
  • 입력 : 2012.05.11 03:07 | 수정 : 2012.05.11 09:01

    산림청, 전국에 생태마을 270곳 만들었지만 관광객 거의 없고 적자 누적… 펜션은 흉가로
    생태마을 16곳 조사해보니 10곳은 적자, 6곳은 문 닫아

    지난해 2월 경기도 양평군의 한 산촌 마을 텃밭 한가운데에 목재 펜션 5개와 농구장, 야외무대가 들어섰다. 주변에는 소나무 등을 심어 조경도 했다. 총 1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곳의 이름은 '산촌생태마을'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강·계곡도 없는 밭 위에 지어진 이 펜션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곧바로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운영을 떠맡은 주민들은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펜션을 외지인들에게 월세 방으로 불법 임대했지만 겨울철 외풍이 심해 세입자들마저 펜션을 떠났다.

    산림청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00억~400억원씩 총 3364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이 같은 산촌생태마을 270곳을 조성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여 산촌 주민들의 소득을 높인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올 2~3월 비교적 최근에 건립된 전국 16개 생태마을을 표본 조사한 결과 10곳(62%)은 관광객 유치에 실패해 사실상 적자를 내고 있었고, 6곳(37%)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펜션과 부대시설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00억원이 넘는 예산 대부분이 산골에 묻혀 있다시피 한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조사한생태마을 16곳은 2007~2011년에 걸쳐 지어져 시설이 깨끗한 편이었다"며 "2008년 이전에 지어진 곳은 방치됐을 공산이 더 크다"고 했다.

    2010년 경기도 양평군의 또 다른 곳에는 16억원짜리 산촌생태마을이 완공됐다. 펜션 2개와 자동차 야외극장, 체력단련장까지 갖춘 최신형생태마을이었다.

    주변에 계곡이 많아 입지조건도 좋았지만 방문객이 없어 전기·수도세를 내지 못했다. 주민들은 최근 수천만원을 받고 민간 펜션업자에게 건물과 극장을 불법 임대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주민 돈이 아니라 국고로 지어진 펜션이었기 때문에 홍보·운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충남 예산군의 한 생태마을은 산나물 저장소 용도로 설치된 저온 저장고를 민간 업자에게 육류 저장소로 빌려줬고, 강원도 인제군의 생태마을은 산나물 재배를 위해 지어진 비닐하우스를 외부인에게 모두 임대했다. 충남 아산시의 한 생태마을의 경우 4억5000만원이 들어간 펜션이 방치되고, 내부 시설도 심하게 훼손돼 펜션이 마을의 흉가로 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양구군의 한 생태마을(건립비 13억원)은 휴전선과 인접한 오지여서 인터넷을 통한 홍보가 필수적이었지만, 주민 대다수가 60세가 넘은 노령층이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사람이 없었다. 주민들은 “아무도 안 오는 펜션을 지어 괜히 돈만 든다”며 현재 생태마을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이 나고 있음에도 불투명한 회계 처리 때문에 주민들에게 배당금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충남 아산시 송악산 부근에 있는 한 생태마을은 한해 3000만~4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마을 이장 등 운영진은 난방비 등 유지비를 빼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지출 영수증을 전혀 남겨놓지 않아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