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3 03:05 | 수정 : 2012.06.23 09:37
'침샘암 투병' 소설가 최인호… 1년 만에 다시 만나다
"가슴 쪽에 암세포 퍼졌지만 지금은 그것들 다 진압됐지… 불가사의한 회복이라 하더라
환자 생활이 쉽지는 않아… 밀물·썰물 싸움처럼 끝없지
소설 공자·맹자 낸 까닭? 위정자들 좀 보고 배우라고…"
"감사할 일과 난감한 일이 하나씩 있네."
1년 만에 만난 최인호(67)는 에둘러가지 않았다. 직선이었다.
2008년 5월 침샘암 발병 이후 암투병 5년차. 그의 투병을 응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당연히 병세(病勢)의 호전 여부가 궁금할 것이다. 다행한 일은 더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 지난해 본지 인터뷰<2011년 5월 5~7일> 무렵의 집중적인 방사선·항암 치료 덕분인지, 암세포의 전이(轉移)와 확산은 일단 멎었다. 처음 하는 고백이지만, 2010년에는 담당의로부터 "6개월 남았다"는 선고까지 받았다고 했다. 역시 처음 공개하는 이야기지만, 지난해에는 가슴 부위로까지 암세포가 퍼져 나갔다. 물론 현 시점에서 가슴의 암 덩어리들은 진압됐다. 작가는 "2주일 전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면서 "의학적 판단으로는 '불가사의한 회복'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병세
물론 낙관은 이르다. 낙관은커녕 이 병이 고약한 가장 큰 이유는 식사와 발성이 힘들다는 점. 침샘에 문제가 생겨 침이 나오지 않고, 목에 난 큰 혹이 기도와 식도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프다. 그러니 자연히 사람 만나는 일을 꺼릴 수밖에. 22일 작가와 어렵게 점심을 나눌 때에도 밥알을 삼키지 못해 죽으로 대신했다. 현재 작가의 체중은 47㎏. 원래도 몸피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발병 이후 원래 체중 60㎏의 4분의 1 가량 줄었다. 예전보다 식사량이 3분의 1로 줄었으니, 몸무게는 회복이 요원하다. 작가의 허락을 얻어 최초 발병 부위인 왼쪽 목을 만졌는데, 목 전체가 마치 콘크리트나 나무 등걸처럼 딱딱했다.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올해부터 생긴 경화 증상"이라고 했다. 목소리는 탁했고, 대화는 밭은 기침 때문에 자주 끊어졌다. "환자 생활이 쉽지는 않아. 밀물과 썰물의 싸움이 끝이 없어"라면서도, 그는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1년 만에 만난 최인호(67)는 에둘러가지 않았다. 직선이었다.
2008년 5월 침샘암 발병 이후 암투병 5년차. 그의 투병을 응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당연히 병세(病勢)의 호전 여부가 궁금할 것이다. 다행한 일은 더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 지난해 본지 인터뷰<2011년 5월 5~7일> 무렵의 집중적인 방사선·항암 치료 덕분인지, 암세포의 전이(轉移)와 확산은 일단 멎었다. 처음 하는 고백이지만, 2010년에는 담당의로부터 "6개월 남았다"는 선고까지 받았다고 했다. 역시 처음 공개하는 이야기지만, 지난해에는 가슴 부위로까지 암세포가 퍼져 나갔다. 물론 현 시점에서 가슴의 암 덩어리들은 진압됐다. 작가는 "2주일 전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면서 "의학적 판단으로는 '불가사의한 회복'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병세
물론 낙관은 이르다. 낙관은커녕 이 병이 고약한 가장 큰 이유는 식사와 발성이 힘들다는 점. 침샘에 문제가 생겨 침이 나오지 않고, 목에 난 큰 혹이 기도와 식도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프다. 그러니 자연히 사람 만나는 일을 꺼릴 수밖에. 22일 작가와 어렵게 점심을 나눌 때에도 밥알을 삼키지 못해 죽으로 대신했다. 현재 작가의 체중은 47㎏. 원래도 몸피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발병 이후 원래 체중 60㎏의 4분의 1 가량 줄었다. 예전보다 식사량이 3분의 1로 줄었으니, 몸무게는 회복이 요원하다. 작가의 허락을 얻어 최초 발병 부위인 왼쪽 목을 만졌는데, 목 전체가 마치 콘크리트나 나무 등걸처럼 딱딱했다.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올해부터 생긴 경화 증상"이라고 했다. 목소리는 탁했고, 대화는 밭은 기침 때문에 자주 끊어졌다. "환자 생활이 쉽지는 않아. 밀물과 썰물의 싸움이 끝이 없어"라면서도, 그는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다시 만난 공맹(孔孟)
작가를 다시 만난 계기는 '소설 공자'(열림원)와 '소설 맹자'(〃)를 펴냈기 때문이다. 신간은 아니고, 그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6권으로 펴냈던 장편 '유림'에서 핵심을 뽑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난데없이 공자와 맹자를 호명한 까닭을 물었다. 그는 반년 전 겨울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월, 신자(信者)인 작가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에 연재한 '말씀의 이삭'코너가 작은 화제가 됐다. 그때 작가는 "주님, 이 몸은 목판 속에 놓인 엿가락입니다. 그러하오니 저를 가위로 자르시든 엿치기를 하시든 주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다만 제가 쓰는 글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입속에 들어가 달콤한 일용할 양식이게 하소서"라고 썼다. 많은 신도가 공감하고 호응했고, 20만부를 발행하는 서울주보는 다시 작가에게 청탁해왔다. 이번에는 7월부터 9월까지 세 달이다. 그 원고를 쓰기 위해 논어와 맹자를 다시 읽다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인)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류가 반 발자국도 발전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무자비한 권력자, 거짓논리의 율법학자, 성전을 더럽히는 배금사상, 간음 현장, 진리를 못 박는 십자가….
작가는 "공자의 정명(正名)과 맹자의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만 실천해도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름을 바로잡는 일(正名).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또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無恒産無恒心)"는 백성들의 진리. 그는 미국의 미래학자 허먼 칸(Kahn)을 인용하면서 교육·윤리·도덕을 중시하는 '유교적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상에 대한 관조
그는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세상에서 물러나 있잖아. 그런데 오히려 몇 발자국 떨어져 있으니까 뭔가 보이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쩌면 말하기 좋아하는 일부는 동양고전이 유행하는 최근 트렌드에 작가 최인호가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도 있다. 그 대목을 지적하자 작가는 껄껄 웃으며, "작년에 내 책이 많이 팔려서 세금 많이 냈다. 나 돈 벌 생각 없다"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아픈 사람이 나서는 게 보기 좋지 않을 것 같아 여러 번 망설였다"면서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공자와 맹자 말씀에 위정자들이 제발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소망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외출을 삼갈 작정이지만, 글만은 치열하게 쓸 계획이다. 200자 원고지 700~800장으로 준비 중인 새 신작 소설은 오는 가을 착수한다. 그는 "내가 환자로는 안 죽겠다고 했잖아. 작가로 죽겠다고 했잖아"라며, 다시 한 번 응원을 부탁했다.
작가를 다시 만난 계기는 '소설 공자'(열림원)와 '소설 맹자'(〃)를 펴냈기 때문이다. 신간은 아니고, 그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6권으로 펴냈던 장편 '유림'에서 핵심을 뽑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난데없이 공자와 맹자를 호명한 까닭을 물었다. 그는 반년 전 겨울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월, 신자(信者)인 작가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에 연재한 '말씀의 이삭'코너가 작은 화제가 됐다. 그때 작가는 "주님, 이 몸은 목판 속에 놓인 엿가락입니다. 그러하오니 저를 가위로 자르시든 엿치기를 하시든 주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다만 제가 쓰는 글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입속에 들어가 달콤한 일용할 양식이게 하소서"라고 썼다. 많은 신도가 공감하고 호응했고, 20만부를 발행하는 서울주보는 다시 작가에게 청탁해왔다. 이번에는 7월부터 9월까지 세 달이다. 그 원고를 쓰기 위해 논어와 맹자를 다시 읽다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인)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류가 반 발자국도 발전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무자비한 권력자, 거짓논리의 율법학자, 성전을 더럽히는 배금사상, 간음 현장, 진리를 못 박는 십자가….
작가는 "공자의 정명(正名)과 맹자의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만 실천해도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름을 바로잡는 일(正名).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또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無恒産無恒心)"는 백성들의 진리. 그는 미국의 미래학자 허먼 칸(Kahn)을 인용하면서 교육·윤리·도덕을 중시하는 '유교적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상에 대한 관조
그는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세상에서 물러나 있잖아. 그런데 오히려 몇 발자국 떨어져 있으니까 뭔가 보이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쩌면 말하기 좋아하는 일부는 동양고전이 유행하는 최근 트렌드에 작가 최인호가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도 있다. 그 대목을 지적하자 작가는 껄껄 웃으며, "작년에 내 책이 많이 팔려서 세금 많이 냈다. 나 돈 벌 생각 없다"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아픈 사람이 나서는 게 보기 좋지 않을 것 같아 여러 번 망설였다"면서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공자와 맹자 말씀에 위정자들이 제발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소망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외출을 삼갈 작정이지만, 글만은 치열하게 쓸 계획이다. 200자 원고지 700~800장으로 준비 중인 새 신작 소설은 오는 가을 착수한다. 그는 "내가 환자로는 안 죽겠다고 했잖아. 작가로 죽겠다고 했잖아"라며, 다시 한 번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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