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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변수는?

화이트보스 2012. 6. 23. 19:05

10년후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변수는?

기사입력2012-06-21 16:24기사수정 2012-06-21 17:04

[창간 12주년] 풍요로운 삶,행복테크/10∼20년을 내다보는 부동산

#."앞으로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는 희망이 보여야 집을 살 텐데 빛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다들 부정적인 얘기들만 나오니까요. 아이들 키우느라 지금도 살림이 빠듯한데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장만할 수는 없죠." (결혼 11년차 두 아이의 아빠 김승모씨·39)

#."부모님 세대처럼 내 집 마련을 위해 젊음을 저당잡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집이 있다고 해서 30년, 40년 후의 미래가 든든하게 보장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임대로 살더라도 아내와 저를 위해 더 많이 투자할 계획입니다." (결혼 2년차 박경하씨·28)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얘기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전성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으며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문구는 격언처럼 굳어져버렸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과거 사례에 비춰 지금, 또는 가까운 미래에 집을 사야 할 사람들 중 대다수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주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지방'이 미래 키워드

우리나라 인구는 오는 2030년 약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되고 가구원수도 지난해 평균 2.71명에서 2035년에는 2.1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또 가구수는 2171만 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400만 가구 늘어나겠지만 가구수 증가분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신규 주택수요는 갈수록 둔화될 수밖에 없다.

주택 규모 측면에서는 대형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드는 대신 중소형 선호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구의 분화 및 해체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1인 가구와 부부가구, 미혼 및 이혼 가구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인 가구는 2011년 약 873만 가구에서 2035년 1521만 가구로 배 가까이 늘어나고 미혼가구(443만 가구)와 이혼가구(330만 가구)도 각각 69%, 14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의 주택수요 증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지방 주택시장이 서울·수도권과 달리 활기를 띠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함께 지방의 생활여건이 차츰 개선되고 교통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지방도시로의 인구유입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대시장 급격한 성장에 주목

임대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예상된다. 젊은 층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일자리를 찾아 도심으로 이동하지만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도심의 주택가격 탓에 자가보다는 임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990년 46.9%를 기록했던 임대비율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며 2005년 41.3%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반등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임대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그만큼 집값이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간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을 보면 대부분의 선진국이 5∼6배에 그치는 반면 서울은 13배에 달한다. 13년 동안 전체 소득을 저축해야 서울시내에서 평균 정도의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는 7배에 이르고 부산도 6배를 훌쩍 넘는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내 집 장만'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고 있는 점도 임대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30대 이하에서는 주택구입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주요 주택구입 연령층인 35∼54세 가구주는 2010년 852만 가구까지 늘어났으나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2035년에는 절반 수준인 448만 가구로 축소될 전망이다. 또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령가구가 2011년 546만 가구에서 2035년에는 1099만 가구로 늘어나고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0.9%에서 49.4%로 확대돼 전체 가구의 절반이 노령가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노년층의 도심 거주수요 증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10∼20년 빨리 진행되고 있고 부동산시장이 20년 이상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을 보면 미래의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버블붕괴 초기 일본의 부동산은 위치나 성격을 따지지 않고 끊임없이 추락했지만 주택시장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대도시 주변 신도시들의 경기가 더욱 침체된 것이다. 젊은 층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바람에 이들 신도시는 노년층만의 도시가 됐고 사회기반시설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신도시의 일부 부유한 노년층이 공동화된 기존 도심으로 재유입되기 시작했다.

도심권은 예상 외로 노년층에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대도시에 대한 예산 지원이 신도시보다 많은 데다 대중교통시설이 잘 구축돼 있고 소일거리가 풍부하며 인구가 많아 친구를 찾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손은경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풍부한 노후자금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에도 다수의 단카이세대(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도심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소비세력으로 등장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서비스 혜택 및 자녀세대와의 근거리 거주 선호 등으로 인해 향후 노년층의 도심거주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