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5 23:14 | 수정 : 2012.06.26 06:16
김동섭 보건복지 전문기자

지난 23일 오후 6시 36분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 5000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이룩한 세계 7번째 국가이다. 인구 5000만명을 넘은 국가는 25개국이고, 우리는 북한 인구까지 합치면 세계 19위의 인구 강국이 된다. 하지만 '잘사는 인구 대국(大國)'의 경축 팡파르는 어디에서도 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실업자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 "취직도 결혼도 못 하는 백수만 가득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린다.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미래 인구 계산서'이다. 앞으로 2년 뒤인 2014년부터 취업해서 세금을 낼 납세자(25~59세)가 줄기 시작한다. 2029년이면 납세자 2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책임지게 된다. 2051년이면 노인 수가 오히려 납세자보다 많아진다.
현재의 40대는 40년 뒤인 2051년에 이처럼 뒤죽박죽이 된 나라 꼴을 목격하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젊은이들은 "왜 세금을 내도 내도 끝이 없느냐"며 세금 내기를 거부하게 된다. "은퇴자들도 건강보험료를 내게 하고, 연금도 깎아야 한다"며 청년들은 '청년당(黨)' 깃발을 내건다. 이미 유권자의 44%를 차지한 노인들도 '노인당(黨)'을 만들어 맞선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딪힐 한국 사회의 미래 모습이다. 아마도 12억명의 인도, 3억명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은 한국을 손가락질하며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싸우는 나라'라며 조롱할지 모른다.
우리는 이런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오히려 방치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것은 '저출산의 마력(魔力)' 때문이다. 우리는 1970년대 산아 제한을 국가적 목표로 삼은 뒤, 한 해 100만명이 넘게 태어나던 신생아가 43만명까지 뚝뚝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도 국민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부양할 아동 숫자는 줄고 노인은 크게 늘지 않는 반면 돈벌이할 청년 인구는 계속 늘어 국민소득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껑충껑충 뛰는 인구의 마력에 취해 구호로만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외칠 뿐, 예전 산아 제한 때처럼 국가가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노후를 대비한다고 국민연금, 개인연금에 실손형 의료보험까지 챙기느라 바쁘다. 그러나 이런 연금·보험이 지탱되려면 돈 낼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눈감고 있다. 아기 낳기를 꺼리는 30대 초반을 보자. 지금 30대 초반인 388만명은 65세까지 97%(374만명), 80세까지 80%(306만명)가 생존할 것으로 통계청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낳을 아기 수는 300만명이 채 안 된다. 부부가 자기들의 노후를 책임질 2명도 낳지 않으니, 노후 안전판을 스스로 팽개치는 셈이다.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처럼 붕괴하는 '인구 통계'이다. 국가 재정이나 사회보험 위기는 보험료를 몇 푼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세금·보험료를 내줄 자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아기를 몇 명 낳고 있는가. 우리 스스로 '노인과 젊은이들이 싸우는 나라'의 길을 재촉하고 있지는 않은지 곱씹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