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민주당 대선후보
“대통령 되면 정운찬, 안철수 등과 당적 초월해 ‘정치 드림팀’ 만들 것”
“문재인 공동정부론은 아마추어적 생각”
한 엘리트 인사가 최근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김 후보와 학연·지연이 없는 그의 행보가 의외였다.“문재인 공동정부론은 아마추어적 생각”
“몇 년 전에 몇 번 만났을 뿐입니다. 그런데 경남지사 당선 후에 전화를 걸어 ‘서울에 가면 꼭 만나고 싶은 두 사람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당신이다. 지난번 후의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주변에 출세·성공한 사람은 많지만 그 후에 감사를 표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런 분을 도와야죠.”
‘꼭 만나고 싶은 두 사람 중 하나’란 표현은 얼마나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인가. ‘만나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라면 설득력도 진정성도 없을텐데 말이다.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명함에도 휴대폰 번호를 찍어둔 김두관 후보는 만나본 사람마다 “인간미가 느껴진다” “진국이다”란 평을 한다. 반면 “콘텐츠가 없다” “인지도도 낮고 경남도지사를 그만둬 신뢰를 잃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아주 겸손하고 진솔했지만 자기자랑만은 확실히 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 - 김두관
지난 10일, 여론조사기관 타임리서치가 민주당 대의원 1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대의원들의 의견이 민심의 선행지수인데 1위를 해서 고무적이다. 대의원의 마음이 당원들에게 전해져 당심이 되고 일반국민들에게 널리 전파되지 않는가. 내 자랑 같지만 영남 출신이면서도 호남에서도 호감도가 높아 곧 엄청난 확장성을 보이리라 믿는다.”
삶의 궤적, 풍부한 인생 스토리가 강점이다. 그런데 ‘개천에서 나온 용’의 이야기가 21세기에도 먹힐까. 요즘은 개천의 용을 만나면 같이 승천하는게 아니라 개천으로 끌려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난 벼락출세한 개천의 용이 아니다. 고향인 경남 남해군 이어리 이장을 시작으로 지역 주간신문사 사장과 군수를 거쳐 장관과 도지사까지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내디뎠다. 이장 시절부터 일관되게 주민들과 소통하고 행정의 개혁을 이뤄 오며 오늘에 이르렀다. 언제 어디에서나 국민을 섬기면서도 소통하고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였다고 자부한다. 요즘 국민들은 잘난 척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가. 오히려 같이 막걸리라도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만만한 대상을 원한다. 나는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오며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아래로부터, 국민 밑에서 일하는 정치를 펼치고 싶다.”
‘평등한 삶’이 대선 캠프 슬로건이다. 배가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참는다는 한국인의 심리를 꿰뚫은 말이긴 하다. 하지만 모두가 고만고만한 평등함이 의미가 있을까.
“평등한 삶이란 공산주의처럼 획일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평등이란 덜 성공한 사람은 있어도 패자가 없는 세상을 뜻한다. 실패한 이들에게도 다양한 패자부활전이 주어지는 사회, 다양한 기회가 허용되는 국가를 만들고 싶다. 내가 ‘산보다 따뜻한 국가’란 말을 가끔 쓴다. IMF 외환위기 시절에 직장을 잃은 이들이 산에 올라가 위안을 얻었다고 하는데 그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것이 산이 아니라 국가여야 하지 않을까.”
뼛속까지 서민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서민을 잘 이해하면 되지 꼭 서민 출신이어야 할까.
“나만 아니라 우리 전가족이 서민이다. 경향신문에 시장에서 생선좌판하는 누나 이야기도 소개됐지만 형님은 광부 출신이다. 초등학교 학력으로 서울에 시집와서 할 수 있는 것이 고향 남해에서 보고 자란 생선뿐이라 생선장사를 40년간 해온 누님은 8월 말에 그 시장에 병원이 들어와서 좌판을 거둬야 할 형편이다. 직접 겪어보고 당해보지 않으면 서민의 마음과 실정을 알기 힘들다. 서민인 우리 누나와 형님을 잘 살게 해주는 것이 내 권력을 이용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라정치를 잘해서 전체 서민을 잘 살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 주변이 다 서민이라 기득권자인 ‘아는 사람’ 때문에 발생할 문제도 없다. 아는 검사 때문에 검찰개혁이 좌절당하고, 아는 재벌 때문에 재벌개혁이 뒷걸음질치고, 아는 학원 이사장 때문에 교육개혁이 안 되는 게 현 정부 아닌가. 난 특권층이나 재벌, 판검사 커넥션이 전혀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서민의 어려움과 서러움이다. 그래서 서민 출신이라는 것이 나의 강점이다.”
박근혜 후보를 왕의 딸이라고 평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인가.
“그분은 10대에 청와대에 들어와 이미 20대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통치를 통해 정치를 익혔다. 난 서민을 위한 자치를 통해 정치를 익혔고…. 그분의 애국심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박 후보의 가장 큰 단점은 공과 사를 구별 못한다는 것이다. 5·16에 대한 역사인식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을 다한 것’이란 입장을 취했는데 딸로서 아버지를 존경해도 공적인 대통령 후보로서의 역사인식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사쿠데타를 통해 헌정을 유린한 아버지를 보고 정치를 체득했기에 박 대표의 리더십이 불통의 권위주의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고민이다. 갑자기 현빈 헤어스타일로 바꿀 수도 없고…. 모처럼 청바지도 입어봤고 양복도 콤비로 입고 있는데 주변에서 제법 어울린다고 한다. 미디어 세상인데 화면에 너무 뚱뚱하게 나와 뇌물 잔뜩 받은 탐관오리처럼 보여 걱정이다.”
직접 만나본 이들은 다 호감을 표한다. 한 보수인사도 공식석상에서 인사를 나누고 와서 “김두관지사, 참 괜찮은 것 같다”고 했고 인물평이 까칠한 편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도 “촌놈의 진국이 매력”이라고 평했다. 놀라운 친화력은 천성인가, 혹은 노력의 결과인가.
“누굴 만나도 편안하게 대하니까 좋게 말하면 겸손하고 어찌보면 만만해 보이는 것 같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은 흉보고 욕하던 이들도 한 번 만나면 다 자기 팬으로 만들었다는데 그 경지에는 못이른 것 같다. 도지사 시절에도 각계각층의 직능대표와 여야 도의원들 10명이나 만나 저녁을 먹으면 그 중 7명은 내 편이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우리 캠프 사람들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라고 해서 요즘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린다.”
다 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사자성어를 많이 활용하고, 어떤 분은 직접 만나보니 조선왕조실록이나 초한지 등등 독서 편력 인용이 많아 지루했다고 흉봤다.
“아, 내가 잘난 척을 좀 했나보다. (웃음) 한문을 배운 세대라 고사성어에 익숙한 탓이다. 중국 북경대학에서 6개월간 연수하며 중국 역사에 대한 관심도 많다. 강연할 때나 회의 석상에서 자칫 딱딱하고 무미건조할까봐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 공부도 한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이 행자부 장관에 발탁하지 않았으면 대선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파격적 인사라고 해도 노 대통령이 내가 잘 생겨서 장관 시킨 건 아닐 게다. 남해에서 이장, 군수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하나하나 미래를 만들어왔다. 1989년 이장할 때 시대정신이 공평·정의에 있다고 보고 이장 소득을 마을주민 모두에게 나눴다. 시골이지만 체육복지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귀족적인 잔디구장도 만들었다. 군수 시절엔 인터넷 토론방을 만들어 전국 최초로 사이버 정책토론회도 열어 수천명이 참여했다. 사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내 덕분에 탄생한 거다. 행자부 장관 시절에 주민투표법을 만들었다. 대통령까지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밀여붙였다. 오세훈 전 시장이 그 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결국 박원순씨가 시장이 됐다. 노 대통령의 수혜자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대통령이 된다고 노무현 정권의 연장은 아니다.”
사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해도 엄청나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양극화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유럽 경제위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고 한·미 FTA도 진행형이고 반값등록금에 보편적 복지까지 전지전능한 신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남북문제만 해도 겨우 29세인지 30세인지 나이도 불확실한 김정은과 대화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내가 (젊고 뚱뚱한 김정은과 대응하려고) 살을 안 빼고 있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10㎏ 감량해서 지지율이 10% 올라갔다던데…(웃음) 내가 덩치보다 배포와 뚝심은 더 크다. 그 산적한 과제들이 내겐 보물창고처럼 보인다. 역사에 몸을 던지는 지도자라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난제들을 잘 풀어가야지 쉽게 국정을 처리하려는 안일한 자세여서는 안 된다. 편안하게 살고 싶었으면 이런 삶을 살지 않았다. 국회의원·경남도지사도 민자당·새누리당으로 출마했을 게다.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야 제 실력이 드러난다.”
그럼 대통령의 자격은 무엇인가.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애국심과 통찰력이다.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애국심이다. 유로존,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 국제정세와 경제문제 등의 흐름을 잘 읽고 대처하는 능력은 통찰력이다. 대통령 하겠다고 나선 분들은 애국심은 기본이다. 통찰력은 개인의 지혜와 내공도 중요하지만 난 인사가 만사라고 본다. 어떻게 대통령이 전지전능할 수 있으며 전분야에 박식할 수 있나. 그게 과외공부한다고 될 일인가. 전문성이 탁월하고 존경과 신뢰받는 분들을 제자리에 잘 배치해 그들의 식견과 능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정치에서도 드림팀, 집단지성의 힘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정운찬 전 총리건, 안철수 교수건 당적을 초월해 실력자들과 더불어 문제들을 해결하겠다. 아, 내가 대통령은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당내 경선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탈이다.”
선거 경험은 풍부하지 않은가.
“1988년 이장 선거부터 2010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이르기까지 11전에 5승6패다. 자꾸 지니까 왜 이리 나를 자꾸 떨어뜨리나 원망도 했다. 차분히 복기해보니 최선을 다한 선거에선 졌고, 죽을 각오로 뛴 선거에서는 이겼다. 필사즉생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한 선배가 ‘너무 목숨 걸면 국민들이 그 비장함에 버거워한다. 속내는 그래도 유권자들이 즐겁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밝은 표정을 지어라”고 충고했다. 난 전문 싸움꾼이다. 유권자들이 나를 보면 절로 힘이 나고 즐거워지도록 나부터 즐기는 선거를 하겠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교수에 대해 공동정부론을 제안했다. 또 안 교수의 출마 여부는 어떻게 보나.
“100% 출마할 것 같다. 권력의지가 강해 보여 지지율이 높으면 무소속으로 완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 출마 선언도 안했고 무엇보다 어떤 나라를 만들지 알려진 것이 없지 않은가. 공동정부 제안은 너무나 아마추어적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고 안 교수의 국정비전과 정책이 정립된 후에 논의할 일이다. 다만 안 교수와 내가 가장 미래가치를 내세우는 후보여서 앞으로 확장성이 가장 크다. 다른 후보들은 다 과거의 인물 아닌가.”
드라마 <추적자>에서도 보여졌듯 이번 대선의 변수는 정치에 별 관심 없고, 투표하러 나오지 않던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흔들어 투표장에 나오게 할 비장의 카드가 있나.
“비장의 카드는 최후에 공개하는 것이다. 대선 본선에서 보여주겠다.”
순박한 표정으로 소탈하게 말하는 김두관 후보는 확실히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인터뷰 전날 중앙일보에 실린, 자신을 아프게 비판한 칼럼에 대해서도 “덕분에 지명도가 올라갔다”며 웃었다. 그가 과연 시골에서 시작한 정치로 닳고닳은 수도정치를 통쾌하게 전복시킬 수 있을까를 속으로 걱정하는데 정작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 처리할 일의 구상들로 두려우면서도 설렌다”고 했다. 촌사람이 더 무섭다.
<사진·김석구 선임 기자 sgkim@kyunghyang.com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 기자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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