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2위 넘보는 넥센타이어 창녕 공장을 가다
경쟁사들 몸사리던 2009년 국내에 공장 짓기로 결단… "싼 임금보다 품질로 승부"
2018년까지 1조2000억 투자… 완성차 年 30만대 생산하는 자동차공장 건설비보다 많아
4차례 주인 바뀌는 시련에도 올해까지 21년째 무분규… 노조가 성장에 날개 달아줘
노란색 무인(無人) 지게차들이 줄지어 오가면서 내는 소리였다. 레이저가 유도하는 길을 따라 무인으로 움직이는 이 LGV(Laser Guided Vehicles) 120대는 반죽된 고무를 타이어 성형기계 쪽으로 들어 옮기는 중이었다. 야간 근무조 직원 몇 명이 이따금 '감독'할 뿐, 공장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다 만들어진 타이어는 레일 위를 달리는 운반기계에 쌓여 높이 50m의 거대한 물류창고로 이동했다. 그러자 '기계팔'이 타이어 묶음을 낚아채 바코드에 적힌 세계 128개국 배송지 정보에 맞게 지정된 칸에 차곡차곡 쌓았다.
◇불 꺼진 공장에서 로봇이 만든다
이 공장은 원자재 투입부터 완성타이어 적재까지, 전 공정이 100% 자동화된 '첨단 생산시설'이다. 최근 1단계 설비공사를 마쳤고 201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하루 6만개, 연간 21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타이어 공장으로 확장된다.
통상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짓는 데 1조원가량의 투자비가 든다. 넥센은 이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비싼 공장을, 그것도 국내에 짓고 있다. 선발 업체인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나 미쉐린·브리지스톤 같은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은 최근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에 공장을 신설했다. 생산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넥센타이어는 정반대 전략을 짰다. 금융위기 여파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던 2009년 중국 공장보다 더 큰 규모의 신규 생산시설을 경남 창녕에 짓기로 결정했다. 후발주자로서 단가가 비싼 초고성능 타이어와 친환경 타이어로 승부를 보기 위해 전혀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임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품질경쟁력과 첨단 생산시스템 관리능력 측면에선 '메이드 인 코리아'가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료반죽→원단생산→성형→무늬찍기로 이어지는 타이어 생산공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고무에는 유효기간이 있어서 반죽 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성형이 어렵기 때문. 생산 흐름에 속도를 내기 위해 라인을 870m 일직선으로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이 완전 자동화되다 보니, 현재 600여명만으로 4조 3교대 근무가 충분하다. 2018년 하루 6만개를 생산하는 풀가동 시점이 돼도 양산공장 대비 생산라인 근로자는 30% 적은 2000명으로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 ▲ 경남 창녕 넥센타이어 공장에서 무인(無人) 지게차가 반죽이 된 고무를 타이어를 만드는 기계 쪽으로 옮기고 있다. 이 공장은 원자재 투입부터 타이어 제조까지 모든 공정이 100% 자동으로 이뤄진다. /넥센타이어 제공
◇21년 무분규 바탕 2위 도약 노려
2010년 매출액 기준 세계 24위였던 넥센타이어는 창녕공장이 3단계 증설을 거쳐 풀가동에 들어가는 2018년 글로벌 10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예상 생산량이 총 3020만개인데, 2018년이면 2배인 6000만개 수준이 된다. 글로벌 타이어업체 중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내수에선 부동의 2위였던 금호타이어를 제칠 기세다. 1분기 넥센의 국내 교체용타이어 시장점유율은 26%를 넘었다. 금호 점유율은 30% 초반. 1분기 매출은 한국타이어 1조7097억원, 금호타이어 1조553억원, 넥센타이어 4063억원이지만, 영업이익률은 넥센타이어가 12.6%로 금호(7.4%)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한국(13.8%)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노조다. 노조는 최근 임단협을 타결하고 21년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흥아고무로 시작한 회사는 1999년 흥아타이어가 인수해 이듬해 넥센 이름을 달기까지 4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노조 관계자는 "위기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노조는 '회사 없이는 직원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부터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를 맡아 회사 이름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