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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태생적 한계

화이트보스 2012. 10. 29. 10:26

나로호의 태생적 한계

기사입력 2012-10-29 03:00:00 기사수정 2012-10-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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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나로호 3차 발사가 갑자기 중단됐다. 발사대에서 1단 로켓엔진으로 연결되는 연료공급라인 포트에 문제가 생겼다. 엔진제어용 헬륨공급부의 기체밀봉용 고무 링이 파손된 것이다. 원인 분석을 위한 정밀진단 등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보완 후 국제기구에 새로운 발사일정을 통보하면 발사는 빨라야 11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해 보인다.

발사체-로켓엔진 기술 확보가 목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니만큼 발사를 지켜보는 국민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우리는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동안 실패에 따른 책임 공방도 있었고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도 저하되어 우주예산도 상당히 축소되었다. 나로호 개발 사업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보면 그만큼 많은 국민의 관심사라는 의미다. 단일의 과학기술 개발 사업으로는 적지 않은 예산과 장기간이 소요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나로호가 마지막 발사에서도 실패한다면 일반인에게 용인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개발에 10년을 매달린 연구원들은 패잔병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만 보면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하고 경험하는 충분한 계기를 제공했다.

설사 힘겹게 발사를 성공시킨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운영은 불가하다. 1단 액체로켓엔진이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나로 발사체는 위성 탑재 능력이 100kg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위성운용궤도로 별 활용성이 없는 타원궤도로 올리기 때문에 실용화가 된다고 해도 발사체로서 효용성이 없다. 세계적으로 운용되는 대부분의 저궤도발사체는 최소 500kg의 위성을 탑재할 수 있다. 그래야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100kg 정도의 위성은 저비용으로 여분의 공간에 싣고 간다.

100kg의 위성을 올리기 위한 나로호의 무게는 140t에 이른다. 발사체 중량 대비 탑재 위성의 중량비가 0.07%밖에 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저궤도발사체가 평균 1%의 중량비를 갖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나로호는 애초부터 위성발사의 지속적인 운용을 위해 개발한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 발사체 및 대형 액체로켓엔진 기술의 확보가 주목표였던 것이다. 이 점이 나로 발사체의 태생적 한계였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후속 프로그램으로 한국형 발사체를 독자 개발 중이다. 위성 중량은 1.5t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로호 개발 사업을 통해 얻은 기술들은 후속 사업에 활용될 것이다. 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통합 기술, 상단 기술, 발사 운용 기술, 발사체와 발사장의 접속 기술 등이다. 하지만 기술 이전이 없던 대형 액체로켓엔진 개발에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따를 것이다. 예상보다 많은 개발비용도 들 것이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 요소 중 가장 큰 전제조건은 경제성이다. 반세기 이상 우주개발을 수행해 온 대부분의 선진국도 우주개발 사업에서 아직 큰 이익을 내지 못한다. 통신방송위성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돈을 버는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의 위성이나 발사체와 같은 우주비행체 개발 및 제작사들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렵다.

국가안보 위해 우주개발 멈추면 안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이 우주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국민 삶의 질 증진과 국가경제에의 도움을 들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안보 때문이다. 우주 기술은 곧 군사 기술이다. 위성 기술은 우주무기 기술로 전환되고 로켓을 사용하는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 기술과 동일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를 빌미로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표면화하고 있다.

우리의 우주개발 전략은 아직 연구개발 관점에서 맴돌고 있지만 이젠 우리도 이를 국가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