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5 23:30
이날 인사는 "박 당선인이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국민 절반을 적(敵)으로 돌리는 최악의 인사를 했다"는 민주당의 즉각적 공격을 불러왔다. 박 당선인이 당선 이튿날 "저를 지지하지 않으신 분들의 뜻도 겸허히 받들고 야당을 소중한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겠다"고 했던 다짐이 며칠 만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박 당선인이 첫 인사에서 친박(親朴)과 영남 출신을 배제하면서 나름 계파와 지역 안배에 신경을 쓴 걸로 읽히기도 하지만 야당과 야당 지지자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됐다.
박 당선인이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과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사 문제를 포함한 취임 준비를 누구와 상의하고 어떻게 점검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과거 비서실장을 맡았거나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핵심 참모들은 측근의 권력 다툼을 극도로 경계하는 당선인의 생리를 잘 아는 터라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거나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임명한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 3명도 박 당선인의 심부름을 하는 실무형일 뿐 박 당선인과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논의할 대화 상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당선인이 스스로 선택한 고립(孤立)인지 아니면 믿고 맡길 사람이 귀해서인지 경위는 알 수 없으나 당선인이 지금처럼 철저하게 가림막에 가려 있는 경우는 역대 정권 발족 시기에 좀체 없던 현상이다. 물론 핵심 요직 인선 과정에 일부 측근의 의견이 편중되게 반영되면 소수가 "국정을 농단한다" "권력을 사유화한다"는 논란이 벌어질 염려도 없지 않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선인의 용인술(用人術)에 달린 문제다.
박 당선인이 현재처럼 혼자 판단으로 나랏일 맡길 사람을 정하는 것은 보기에도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다. 박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과거사와 정수장학회 문제 등을 "내게 맡겨달라"며 혼자 궁리하다가 내놓은 결정이 여론과 정면으로 어긋나 어려움을 겪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박 당선인이 국정(國政)마저도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상의하는지 모를 방식으로 진행하다간 큰 어려움이 닥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