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02 22:46
민주당은 대선 때 새누리당보다 66조원이나 많은 197조원 규모의 대선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막상 예산안 처리 과정에선 복지 공약 실천 재원(財源) 마련을 위해 다른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증세(增稅)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예산 처리 과정을 지켜본 국민 머릿속에 남은 건 민주당의 제주 해군기지 예산 반대 투쟁뿐이다.
민주당 우원식 수석원내부대표는 대선 후 "민주당이 지역에 뿌리내린 생활정치를 하지 못하고 국민 마음을 읽는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전병헌 의원은 "은퇴를 앞둔 50대 가장의 사회경제적 불안을 어루만지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민생 문제에서 새누리당에 밀린 게 민주당의 패인이라는 말이다.
민주당엔 두 의원처럼 민생을 우선해야 한다는 중도파 의원들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운동가형 정치인들이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사업을 들고 나올 때 중도파들은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녔다. 민주당은 중도파가 중심을 잡은 정당이 아니라 소수 극단세력의 눈치를 보는 운동가형 정치인들이 당의 좌표를 결정하는 정당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지려야 질 수 없다던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한 것이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선거 기간 내내 해군기지를 이슈화한 제주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은 문재인 후보를 1.5%포인트 앞섰다. 해군기지를 건설 중인 강정마을이 포함된 서귀포에선 두 사람 간 차이가 5.6%포인트 차로 더 벌어졌다.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같은 문제만 나오면 만사 제쳐놓고 직업 시위꾼처럼 전국을 떠도는 일부 극단세력의 표보다 중간층의 표가 훨씬 더 많다는 걸 민주당 사람들도 훤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간 민주당은 이 사회의 중간층을 지지층으로부터 밀어내는 엉뚱한 계산법에 매달려 왔다. 민주당의 개혁은 백성의 고단한 삶을 보살피는 민생정치를 설파해온 다수의 중도파가 극단세력은 민주당의 독(毒)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숫자에 걸맞은 당내 지도력을 확립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