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05 03:05
장애인증 밀거래
반납 안한 장애인등록증 22만장 전국 떠돌아다녀
일부 공기업 임원·교사, 가짜 장애인증 사들여 통행료·주차비 할인받아
공짜 의료급여 펑펑
일부 환자 본인부담 없자 102곳 병원 다니며 923일치 진료, 44년분 약 타
병원, 환자유치 위해 모른척
공무원들도 한탕
저소득층에 돌아가야 할 복지도우미 일자리를, 한달 수백만원 버는 공무원 가족이 가로채
어린이집 비리도 끊이지않아
실제로 근무하지도 않는 보육교사를 허위로 등록, 3년간 3300만원 부당수령
복지 예산 100조원 시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복지를 강조하고 있어 관련 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아직 '복지 비리'가 많다. 수혜 대상자가 아닌데 혜택을 보거나 예산을 축내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복지 비리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감사원이나 검경 수사에서 드러난 복지 부조리의 사례를 다각도에서 짚어봤다.
◇떠돌아다니는 장애인등록증
장애인에게만 주는 장애인등록증이란 게 있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장애인을 위해 벌이는 사업은 60여가지가 넘는데 그 대상자 선정 기준이 장애인등록증이다. 건강이 좋아져 장애를 면했거나 사망하면 등록증은 당연히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반납했어야 할 등록증은 33만4000개였지만 지자체에 회수된 건 35%인 11만9000개였다. 나머지 22만개는 어딘가 돌아다니다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미반납된 장애인등록증이 철도 할인(30~50%)에 사용된 적이 있는지 알아봤더니, 최근 3년간 1만6000건이 부정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다. 6년 전 숨진 지체장애인이 최근 서울~부산 간 KTX를 타고 다닌 기록이 나오는 등 제3자가 등록증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 측은 "장애인등록증 유효기간 표시로 부정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떠돌아다니는 장애인등록증
장애인에게만 주는 장애인등록증이란 게 있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장애인을 위해 벌이는 사업은 60여가지가 넘는데 그 대상자 선정 기준이 장애인등록증이다. 건강이 좋아져 장애를 면했거나 사망하면 등록증은 당연히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반납했어야 할 등록증은 33만4000개였지만 지자체에 회수된 건 35%인 11만9000개였다. 나머지 22만개는 어딘가 돌아다니다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미반납된 장애인등록증이 철도 할인(30~50%)에 사용된 적이 있는지 알아봤더니, 최근 3년간 1만6000건이 부정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다. 6년 전 숨진 지체장애인이 최근 서울~부산 간 KTX를 타고 다닌 기록이 나오는 등 제3자가 등록증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 측은 "장애인등록증 유효기간 표시로 부정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 박상훈 기자

◇의료급여 과잉진료 문제 해결을
건강보험과 함께 양대 의료보장 제도인 의료급여 역시 사각지대가 많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건강보험 대상자를 제외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160여만명으로 국민 3% 수준이다.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이 외래 진료비의 30%, 입원비의 20%인 것과 달리 의료급여 1종 대상자는 입원비 무료에 외래 진료비는 1000~2000원을 부담한다. 그런데 의료급여의 경우 매년 진료비가 예산을 초과해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병원에 외상값을 깔아놓는다. 복지부 통계에도 의료급여 대상자의 1인당 진료비는 건강보험 대상자의 4배가 넘고 입원 일수는 10배쯤 됐다. 과잉진료가 의심됐고, 감사원이 조사를 해봤다.
2010년 건강보험 가입자였다가 2011년 의료급여 대상자로 전환한 만성 질환자 1000명을 살펴본 결과, 진료비와 진료 일수가 1년 새 63% 수직 상승했다. 특히 본인 부담이 없는 입원의 경우 128% 늘어났다. 치매를 치료하던 86세 노인은 건강보험 가입자였을 땐 요양병원에 27일간 입원하는 등 174만원의 진료비가 나왔고 이 중 47만원을 본인이 냈다. 노인은 이듬해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자 306일을 입원하는 등 치매 치료비로 1723만원을 사용했으며 본인 부담은 없었다.
일부 의료급여 대상자의 행태는 '의료쇼핑' 수준이었다. 부산에 사는 42세 남자는 2009년 한 해 당뇨·혈압 등으로 102개 병원에서 입원과 외래 등 923일치의 진료를 받았고 44년치의 약을 받는 등 6900만원어치의 의료비를 썼다. 서울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의료급여 환자 1명이 건보 환자 2명보다 낫다 보니 본인 부담금을 받지 않는 병원이 많다"면서 "일부 요양병원은 아예 의료급여 환자만 받는 곳도 있다"고 했다. 지방의 다른 의사는 "주사는 베개에 놓아주세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료급여 환자 상대로 약을 잔뜩 처방하고 버리는 병원도 있다"고 했다. 물론 의료급여 대상자 상당수가 퇴원하면 돌아갈 곳이 없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어 장기 입원을 원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문제는 다른 복지 사업으로 해결할 문제이며 불필요하고 비싼 진료비까지 쓸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2009년부터 3년간 부당하게 사용된 의료급여 3402억원을 찾아냈으나, 지자체가 그동안 회수한 부당이득금은 0.003%인 997만원에 그쳤다. 감사원 측은 "수급자의 민원 등을 의식해 징수하지 않았고 복지부도 지도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제도 아는 사람이 더 위험?
지자체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보조하는 '복지도우미' 제도에도 허점이 있다.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취지로 만들어놓고, 공무원 가족 등 엉뚱한 사람이 복지도우미로 뽑혔다. 경기 하남시에선 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이 500만원인데도 주민등록상 남편과 세대를 분리해 1인 가구로 인정받은 뒤, 복지도우미로 1년간 일하고 950만원을 챙긴 사례가 있었다. 복지도우미를 뽑을 때 신청자의 현 주민등록 상황만 체크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월 소득 1000만원이 넘는 아버지와 살던 자녀나 공무원의 자녀 수십명이 주민등록만 잠시 분리해놓고 복지도우미로 선발돼 빈곤층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복지시설 종사자의 제도 악용 사례도 있다. 복지시설 대표나 직원 중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된 1536명을 조사했는데 30%에 해당하는 464명이 부정 수급자로 드러났다. 전북 정읍의 아동센터 대표는 월 140여만원의 소득이 있으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있으면서 3년간 생계급여 1100만원을 받아왔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어린이집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적발된 30개 어린이집에선 실제 근무하지 않는 보육교사 32명을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타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집은 원장의 동생을 보육교사 이름에 올려놓고 3년간 330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고, 경남 창원의 한 어린이집은 고등학교 교사를 보육교사로 등재해놓고 2300만원을 챙겼다. 이 밖에 소득이 많은데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는 비리 등은 이젠 구문(舊聞)이 될 정도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예산 낭비를 그대로 둔다면 복지 사업의 효율성은 물론 그 돈을 부담하는 납세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진다"면서 "복지 관련 비리에 대한 법규를 재정비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