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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병원 급증 탓 … 메스부터 대고 본다

화이트보스 2013. 2. 7. 14:04

척추병원 급증 탓 … 메스부터 대고 본다

심평원, 과잉수술 실태 공개 중앙일보 | 신성식 | 입력 2013.02.07 00:11 | 수정 2013.02.07 06:41

국내에서 2011년 시행된 척추수술은 15만3661건이다. 2002년의 3.7배에 달한다. 고령화 때문에 10년 사이에 수술 수요가 늘긴 했다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수술이 늘어났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 심사위원은 이와 관련, "척추 전문을 표방한 중소병원(30~100병상)이 우후죽순 늘어나 경쟁이 심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평원이 과잉수술로 판정한 수술 중 이들 중소병원에서 이뤄진 것이 2008년 57%였으나 2011년에는 81%로 증가했다.

 심평원이 특정 수술의 과잉 실태를 공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과잉수술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고 이번 공개가 첫 조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부 환자는 전문병원의 수술 권고를 받으면 수술해도 되는지를 대학병원 교수한테 확인하기도 한다.

 과잉수술의 대표적인 사례는 성급한 수술, 과도한 수술이다. 디스크 수술은 6~12주, 척추성형술(경피적 방법)은 2~3주, 척추유합(고정)술은 최대 3개월 물리치료·운동요법 등을 한 뒤 차도가 없으면 수술하게 돼 있다.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도 요통 환자의 상태에 따라 12주간 운동프로그램(에어로빅·스트레칭 등)·물리치료·침·약물(진통제)치료 등을 선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박모(51·전 조선소 용접공)씨는 2009년 6월 이런 절차를 모른 채 한 전문병원에서 목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았다. 입원 사흘 만이었다. 병원에선 "한 시간 만에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김씨는 수술 전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얼마 안 가 수술 부위(경추 4, 5번)가 내려앉아 고정술(지지대를 대고 나사못으로 고정)을 받았다. 최근엔 염증이 생겨 4, 5번 경추를 빼내고 인공 보형물을 넣었다. 성급한 수술이 또 다른 수술을 부른 것이다.

 의료계 한쪽에서는 심평원의 수술 통제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한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전문병원으로 몰리다 보니 수술이 많은 것일 뿐"이라며 "우리가 과잉수술의 온상으로 비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의 질병 상태는 모두 다르다. 환자를 종합진단해 필요할 경우 수술하는 것인데 심평원이 현실을 무시하고 기준만 들이댄다"고 말했다.

 심평원이 과잉수술에 칼을 빼 들자 일부 병원이 비싼 비수술적 비보험 치료에 눈을 돌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천기(신경외과) 교수는 "버스에 '수술 없이 척추질환이 완치된다'는 과장광고가 붙어 있다"며 "수술을 꽉 누르니까 비수술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차상은·배지영 기자 < sssh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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