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관계자는 10일 “세무조사 비율을 지난해 16%에서 올해는 20%로 늘렸다”며 “이들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지분 차명관리, 위장 계열사 설립 등에 대해 정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세무조사는 135조원에 달하는 새 정부의 복지 예산 등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탈세 제보를 받으면 지체 없이 해당 기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가는가 하면, 정기조사라도 대기업의 주력 계열사일 경우 조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 사이에선 “말만 정기 세무조사지 실제로는 특별 세무조사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달 KT&G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이 회사의 탈세 제보를 면밀히 검토한 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요원을 대거 투입했다. 서울청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해 ‘국세청의 중수부’라고 불린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 호텔롯데의 정기 세무조사에는 조사요원이 30여 명이나 됐다. 보통 대기업이라도 정기조사엔 한두 개 조사팀(팀당 7명)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국세청은 현재 한국GM, NHN,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E1, 동아제약, 동서그룹, SK케미칼, 코오롱글로벌, CJ E&M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을 세무조사하고 있다. 또 KB국민은행, SC은행,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증권 등 금융회사,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기업까지 전방위 세무조사 중이다.

현재 세무조사를 받고 있은 A대기업은 당초 3개월로 예상됐던 세무조사 기간이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이 회사의 재무담당자 이모씨는 “조사요원이 실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과도하게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 기간도 계속 연장하고 있다”며 “논란이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요원이 세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대기업 대표는 “세무공무원도 ‘세금을 얼마나 고지하느냐, 실제로 얼마나 징수되느냐가 고과 평가의 중요한 잣대’라고 한다”며 “세무공무원이 세수 확보에 쫓기고 있으니 기업은 더욱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 회사가 있겠느냐”며 “(세무조사엔)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보통 경기가 어려울 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유예해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엔 거꾸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경제가 가뜩이나 위축된 가운데 (세무조사로)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인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대대적인 세무조사는 업무 지장을 넘어 활동 위축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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