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22 03:05 | 수정 : 2013.04.22 03:07
초기 수사한 권은희 수사과장 "서울경찰청이 부당하게 개입" 사건 결과 나오자마자 '항명'
서울경찰청, 강하게 반박 "무관한 검색어 제외한 걸 두고 외압 운운하다니 어이가 없다"
권 과장, 첫 여성 司試출신 특채… 윗선에선 "일 벌인다"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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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사건 초기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사진> 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최근 "수사팀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요구한 대선 관련 키워드 78개를 4개로 줄이라고 하는 등 서울청이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청은 이에 대해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호구', '가식적', '네이버' 같은 키워드를 제외한 걸 두고 외압 운운하니 어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수사 책임은 과장이 지는 것'이라는 소신이 강한 권 과장은 사건 초기부터 경찰 지휘부와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청은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에서 비방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청이 신고 접수 일주일 만에 중간 수사결과 보고서를 수서서에 전달했고, 수서서가 이를 토대로 30여분에 걸쳐 보도 자료를 작성해 급히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일부러 (대선 이후까지) 수사를 미적댄다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권 과장이) 고집을 피우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최근 본지 기자에게 "수사 책임자가 알지도 못하는 내용으로 보도 자료가 나왔을 때 우려했던 일(부실 수사)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송파서로 전보됐다. 당시 그가 "내 손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에 이를 두고 질책성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사 관계자는 "권 과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국정원 압수 수색이 필요하다며 의욕적으로 수사했고, 윗선에서는 '일을 벌인다'며 부담스러워하는 시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권 과장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국정원에 혐의가 있다'는 식의 얘기를 언론에 흘려 수사 공정성을 해쳤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에 대해 지휘부에서 자제를 요구한 것을 두고 축소·은폐라고 주장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권 과장은 사법고시를 거쳐 지난 2005년 8.9대1 경쟁을 뚫고 경찰 경정 특채에 합격했다. 여성 고시 출신으로 경찰 특채에 합격한 것은 권 과장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