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06 03:00
댁의 아파트 관리비 새고 있진 않나요 [1]
발언권 센 동대표 등에 로비… 업체들 공사비 담합하기도
3000가구 가까운 대단지인 대전의 K아파트는 2011년 낡은 배관을 스테인리스관으로 교체했다.
1995년 준공 이래 최대 규모의 공사였다. 본지 취재팀과 만난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박모(43) 회장은 "아파트 보수공사비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배관 공사 설계업체가 당초 제시한 공사비 견적은 44억원. 전체 배관을 모두 교체하는 조건이었다.
'쓸 만한 배관은 더 써도 된다. 굳이 100% 교체할 필요가 있느냐', '버려지는 배관을 고철로 팔아 공사비에 보태자', '실제 시공 업체 입찰 경쟁에 불을 붙이면 20%는 깎을 수 있지 않겠나'….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하지만 대부분 공사비가 35억원 정도면 수긍할 만하다는 분위기였다.
1995년 준공 이래 최대 규모의 공사였다. 본지 취재팀과 만난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박모(43) 회장은 "아파트 보수공사비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배관 공사 설계업체가 당초 제시한 공사비 견적은 44억원. 전체 배관을 모두 교체하는 조건이었다.
'쓸 만한 배관은 더 써도 된다. 굳이 100% 교체할 필요가 있느냐', '버려지는 배관을 고철로 팔아 공사비에 보태자', '실제 시공 업체 입찰 경쟁에 불을 붙이면 20%는 깎을 수 있지 않겠나'….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하지만 대부분 공사비가 35억원 정도면 수긍할 만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자본금, 시공 실적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곳이 많았다. 첫 입찰은 유찰됐다. 얼마 후 열린 재입찰에는 9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기준 미달 6곳을 제외한 3개 업체가 경쟁을 벌였다.
재입찰 결과 13억5000만원의 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결국 공사를 맡게 됐다. 최초 설계 업체가 제시한 공사비 견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낙찰받지 못한 2개 업체가 써낸 금액도 각각 23억6000여만원과 15억9000여만원으로 주민들이 처음 예상한 금액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주민들은 2011년 10월 공사가 끝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장 박씨는 "13억이면 할 수 있는 공사를 35억 혹은 44억에 할 뻔했던 게 아니냐"며 "업체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갔다면 가구당 100만원씩 손해를 볼 뻔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바가지 공사비'는 주민들의 무지(無知)를 노린다. 주민 대부분이 보수공사에 문외한이다 보니 공사비 결정에는 업체들과 결탁한 일부 동대표나 위탁 관리 업체, 관리소장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부풀려진 공사비 차액은 업체, 업체와 결탁한 사람들이 '뒷돈'으로 나눠갖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공사 업체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발언권이 세거나 '삐딱한' 동대표 몇명을 어떻게 구워삶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체들끼리는 경쟁으로 인한 출혈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한다. 아파트 보수공사 업체, 관리 사무를 담당하는 위탁 관리 업체 등이 담합해 만든 '관리비 거품'이 주민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