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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판… 西歐에선 풍자, 韓國에선 욕지거리

화이트보스 2013. 7. 16. 11:34

 

대통령 비판… 西歐에선 풍자, 韓國에선 욕지거리

  • 정우상 기자
  • 최승현 기자
  • 입력 : 2013.07.16 03:03 | 수정 : 2013.07.16 06:23

    [정치, 文化가 문제다] [2] 되풀이되는 대통령 비하

    개구리·쥐·발끈해… - 5년마다 대상 바꿔가며
    조롱·비하·막말 쏟아내, 퇴직·死後에도 그치지 않아

    편승하는 정치인들 - "정신분열" "죽여 버려야"
    인터넷·SNS 통해 부채질… 일부 정치인 비상식적 행태

    "풍자와 욕설은 달라" - "국민이 뽑은 대통령 비하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 정치적 표현과 욕설 구분해야"

    우리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비하가 도를 넘고 있다. 권력자에 대한 풍자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5년마다 그 대상을 바꿔 가며 대통령에게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막말과 욕설을 내뱉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욕설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일부 정치인들도 이에 편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했다.

    ◇"어떤 욕이 입에 더 달라붙나?"

    야구동호회 사이트 '엠엘비파크' 게시판에 지난 12일 "박근혜 이 아줌마 하는 짓 보니 나경원은 양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경원 국×, 박근혜 귀태 중 어떤 별명이 입에 착 달라붙나요"라는 글이 올랐다. 이 사이트는 회원들끼리 존중하자며 '님'을 붙이거나 경어(敬語)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여기서 '발끈해'일 뿐이다.

    유머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에도 '박근혜 스티커 인기 폭발'이란 글이 올랐다. 한 네티즌이 '저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는 트위터 글을 옮긴 것이다. "부정선거 범죄자 박근혜"라는 댓글도 달렸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15일 하루에만 글과 댓글을 합쳐 100여개 비하성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귀태'를 이용한 신종어였다.

    
	전 현직 대통령 비하 발언 이미지
    성적(性的) 비하성 글도 적지 않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장물×'이란 욕설 글도 올랐다. 최근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는 홈페이지에 박 대통령과 하체가 훤히 드러나는 여성 테니스 선수의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싣기도 했다.

    ◇아직도 조롱받는 전직 대통령들

    야권 성향 지지자가 많은 이 사이트들에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비하 글이 넘쳐났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쥐'로 시작하는 각종 비하어가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다.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한국대학생연합 등 최근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단체 대다수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 난무했던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도 주관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금도 우파 성향 네티즌 사이에선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다. 보수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은 '노알라''노시계''피아제''노운지'로 불린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과 관련된 단어들과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훨씬 더 거친 욕설과 비하도 많다. 인륜을 저버린 행위라는 비판에도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에 비유했던 사람들이 우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증오가 증오를 낳는 악순환이다.

    ◇인터넷에 편승하는 정치권

    일부 정치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욕설 분위기에 편승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개구리 닮았다" "정신분열 현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고, 풍자연극에는 "육×××"이란 욕이 등장했다.

    민주당 천정배 전 의원은 2010년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2011년 12월 자신의 트위터에 촛불시위 참석 사진을 올리면서 "어이~명바기, 무섭지"라는 글을 올렸다. 박 대통령에 대해선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 발언 이후, 이해찬 의원이 또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느냐"는 막말에 가까운 말들이 계속되고 있다.

    ◇"풍자와 거친 욕설은 달라"

    전문가들은 "대통령에 대한 무차별 욕설은 해외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정치인에 대한 풍자가 일상화돼 있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에 대해 이렇게 거친 욕설을 쏟아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비하는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는 욕설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