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19 11:15 | 수정 : 2013.09.19 11:32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로이터·뉴시스

정치국 회의는 중국공산당 권력의 정점(頂点)에 가까이 있는 25명의 정치국원이 모이는 회의이고, 중앙위원 전체회의는 376명의 중앙위원이 대체로 1년에 한 번 모이는 의사 결정 기구다. 이번에 개최될 중앙위 전체회의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공산당을 이끌기 시작한 시진핑 당 총서기·리커창(李克强) 총리 체제의 경제정책의 밑그림이 완성될 회의라는 점에서 세계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총리에 올라 중국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시작한 리커창 총리가 과연 중국 경제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와 農民工 등록 통해 ‘빈부격차 해소’·‘새 경제엔진’ 도전
지난 8월 27일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는 11월의 중앙위 전체회의 소집 결정과 함께 상하이(上海)에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공작에 관한 보고를 들었다.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란 지난 30여년 동안 중국 경제의 발전을 견인해온 상하이를 세계 물류의 허브이자 중국 경제의 세계화 시험장으로 업그레이드해 중국의 경제 발전에 또 다른 ‘로켓 추진 장치’를 달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이다.
또한 지난 3월에 취임한 중국 최초의 경제학 박사 출신 총리 리커창이 이른바 ‘리코노믹스(Likonomics)’, 또는 ‘리커창의 신경제학’의 간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이 회의에서 리코노믹스의 핵심 사업이 될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설치에 관한 보고를 들었다는 것은 오는 11월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설치 계획이 당 중앙위의 승인을 거쳐 공식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리펑(李鵬), 주룽지(朱鎔基), 원자바오(溫家寶) 등 자신의 전임자들이 대체로 경제전문가가 아닌 것과는 달리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래 최초로 베이징(北京)대학에서 농업경제 분야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리커창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당 총서기가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을 찍었으나, 후진타오의 전임 총서기 장쩌민(江澤民·86)이 시진핑 현 당 총서기를 미는 바람에 총리 자리에 앉게 된 실력자다. 그에게는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손에 이끌려 개혁개방과 빠른 경제발전에 나선 중국이 안고 있는 최대의 난제 두 가지, 즉 너무 벌어진 빈부격차 해소와 한계를 보이고 있는 성장동력에 새로운 엔진을 달아야 하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임무가 맡겨져 있다. 거기에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는 중국도 수요를 늘려 세계 경제의 회복 분위기에 동참하라는 주문을 해왔다. 리커창은 개혁을 촉진하고, 민생도 돌보고, 투자도 자극할 수 있는 세 발의 화살을 동시에 쏘아야 하고, 그와 함께 투자와 내수, 수출이라는 삼두마차에 채찍을 가해야 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 리커창 총리가 마련한 첫 번째 솔루션(solution·해결책)이 상하이에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리커창 총리는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통해 인민폐의 국제화·시장화를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금융허브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중국 위안(元)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 데다가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태환할 수 없다는 제한에 묶여 있다. 리커창 총리의 구상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아직도 자본 시장이 닫혀 있고 환율이 시장시스템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등 국제경제 체제에 완전히 편입됐다고 말할 수 없는 중국 경제가 완전한 국제경제 체제 편입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전망된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 최근호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가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2억5000만명에 달하는 농민공(農民工)들에게 거주 도시에 주민등록을 하고 정식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허가해서 농민공을 도시인으로 편입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지금까지 2억5000만 농민공들은 도시에 거주하면서 건설노동 등 힘든 노동을 하지만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 농촌에 주민등록을 둔, 말 그대로 ‘도시의 집시들’로 살아왔다. 리커창의 계산은 이 농민공들에게 주민등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 2억5000만 농민공들에게 거주 도시의 교육과 의료, 취업기회, 사회보장 시스템의 혜택을 받게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시화 비율도 높이고 새로운 수요 창출로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농민공들이 드리워 온 중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중국 경제가 발전해 나갈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FT 기고문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계속할 것” 자신감
리커창 총리는 9월 9일자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자신의 명의로 ‘중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China will stay the course on sustainable growth)’라는 글을 기고했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많은 국가가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번 주 다롄(大連)에서 개최된 여름 다보스포럼에서 현재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처해 있는 중국 경제의 상황과 강점을 분석하는 기회를 가졌다. 많은 중국 경제 관찰자들은 중국 경제의 부진이 하드 랜딩으로 이어질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개혁 프로그램이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 때문에 궤도를 이탈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우리 중국 경제는 지속가능하면서도 건강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으며, 중국은 개혁과 개방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라는 말이다.”
기고문을 통해 리커창은 자신이 지난 3월 총리가 된 이래 새로운 중국 행정부가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는 점과 인민의 생활 향상과 평등 증진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중국은 더 이상 높은 소비와 높은 투자를 계속하는 낡은 모델(old model)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됐으며, 안정적인 성장과 구조조정, 개혁을 추구하는 전체적인 접근법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기고문에서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설립 계획과 농민공에게 도시 거주 자격을 부여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는 중국을 외부 세계에 더욱 더 개방하는 새로운 방법인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설치 방안도 탐색 중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국내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13억 인구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많은 인구가 거대한 내수시장을 구성하고 있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광대역 통신망의 확대와 4세대 통신망 확대를 통해 소비수요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화는 또 다른 방향에서 커다란 내수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시골에 거주하는 인구 가운데 1억명 이상이 앞으로 10년 안에 도시 인구로 편입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복잡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고, 많은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이는 어차피 우리가 달성해야 할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리 총리는 그런 구조조정과 새로운 정책의 도입 결과, 2011년에 9.3% 성장, 2012년에 7.7%의 성장을 보인 중국 경제가 올해는 7.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경제의 업그레이드는 결국 세계 경제에 신선한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커창 총리가 펴는 경제정책을 ‘리코노믹스(Likonomics)’라고 이름 붙인 것은 지난 6월에 나온 바클레이즈캐피털의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리커창 신경제학의 세 가지 기둥이 첫째 자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둘째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참고 견디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리코노믹스의 결과 중국 경제성장률은 3% 선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겪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진타오와 同鄕… 공청단 간부로 경제학 박사 따며 주목
리커창은 후진타오 전 당 총서기와 같은 안후이(安徽)성 출신으로, 21세 때인 1976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다. 1978년 베이징대학 법학과에 입학해서 학부 때는 법학 공부를 했으나, 1988년 베이징대학 대학원 경제학과에 들어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중국의 농업문제에 관한 ‘우리 경제의 3차원적 구조론(論我國經濟三元結構)’이라는 논문으로 1998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학위 과정은 이른바 ‘재직(在職)과정’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과정을 밟고 논문을 쓰는 형식이었다. 그의 당시 직책은 베이징대학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 겸 청년정치학원 원장이었다. 리커창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주식과 증권이론을 전담한 리이닝(?以寧·83) 교수였으며, 리커창의 박사논문은 중국 경제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쑨야팡(孫冶方)학술상을 받았다.
공청단 간부로 베이징대학에서 농업에 관한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리커창은,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주목을 받아 중국 농업의 중심지 허난(河南)성 당위원회로 배속됐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처음에는 농촌에서 시작했으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농촌이 소외되고, 국영기업 역시 개혁개방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비효율의 대명사이자 중국 경제의 커다란 짐으로 되어버린 점에 주목하고 있던 사람이 후진타오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후진타오가 리커창을 총리로 만든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리커창은 허난성 당서기를 거쳐, 비효율적인 국영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로 일하며 국영기업에 관한 문제점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8차 당 대회를 통해 당 총서기 겸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돼 당 서열 1위에 오른 시진핑과, 리커창에 관해서 중국공산당 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정설(定說)처럼 전해지고 있다. 당내에서 후진타오와 장쩌민을 비롯한 현역과 원로들이 모여 후진타오의 후임자 선정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장쩌민이 후진타오에게 “누구를 후임자로 할 거냐”고 묻자 후진타오는 리커창을 내세웠다. 그러자 장쩌민은 “리커창 동지는 허난에서는 농업의 문제점을, 랴오닝에서는 국영기업의 문제점을 공부했구먼…”이라고 하고는 “그렇다면 중국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고, 이에 후진타오의 말문이 막혔다는 것이다. 장쩌민은 이어 “이 동지(시진핑)는 어떠냐”면서 개혁개방 정책의 최대 수혜지역인 푸젠(福建), 저장(浙江), 상하이(上海) 등 연해지방에서 행정경험을 쌓은 시진핑을 내세웠고, 후진타오는 꼼짝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진핑에 ‘미래’를, 리커창에 ‘오늘’을 맡긴 중국
개혁개방의 수혜 지역에서 행정경험을 쌓은 시진핑을 당 서열 1위의 총서기로, 농업과 국영기업의 비효율 문제를 공부한 리커창을 서열 2위의 총리 내정자로 정한 중국공산당이 이끌고 갈 중국 경제의 앞으로의 방향은, 지난해 11월 8일 18차 당 대회 개막식 때 후진타오가 한 공작보고에 잘 나타나 있다. 후진타오는 이 공작보고에서 자신이 이끈 10년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10년 동안 중국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방향을 담고 있다. 이 공작보고는 3만여자 분량으로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합의를 이룬 내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작보고의 제목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의 길을 따라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의 건설을 위해 분투하자’이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란 바로 1976년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하고,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현재까지 35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개방 정책을 뒷받침해 온 이론들을 총괄해서 붙인 개념이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는 중국이 사회주의 건설을 하기에는 생산력이 너무 낮은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일정 기간 자본주의의 도입을 통해 생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주의 초급단계 이론’과 ‘사회주의도 시장경제를 할 수 있다’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을 두 기둥으로 하고 있다. 1980년대 초 당중앙군사위원회(중군위) 주석 자리를 바탕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총지휘하던 덩샤오핑(1904~1997)은 중국이 특유의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서 도달해야 하는 목표는 중산층이 두꺼운 ‘소강사회’임을 분명히 제시했다. 소강사회라는 개념은 유교적인 개념으로 ‘갈등이 없고 안정된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후진타오는 앞으로 중국 경제가 어떤 목표를 향해서 갈 것인가에 관해서는 “전면적 소강사회의 건설은 2020년까지 완성되어야 하며, 이때까지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2010년의 두 배로 만들 것”을 제시했다. 후진타오는 지난 30여년간 양적 발전을 거듭해온 중국 경제가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루고, 발전의 평형성과 협조성,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가는 기초 위에서 도시와 농촌의 1인당 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만들 것”을 제시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중국 경제를 빠른 발전의 궤도에 올려놓은 지 35년 만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후에 출생한 세대 출신인 리커창 총리가 앞으로 중국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될지, 오는 11월의 중국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리코노믹스가 그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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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0 11:18:38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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