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07 03:05
-
조용헌
필자는 정치인을 바라볼 때 독식(獨食)이냐, 분식(分食)이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레토릭'(修辭)은 그다음이다. 정치자금 받아서 자기 적금통장 찍고 축재하는 독식파가 있고, 밑에 평당원까지 골고루 나눠주는 분식파가 있다.
근래 정치인 가운데 분식파를 세 명만 꼽으면 유진산(1905~1974), 김영삼, 서청원이다. 유진산은 중학생 때 서울역에서 깡패들을 만나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털렸다. 털리고 나서 왈, "형님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집에 돌아갈 차비는 남겨 주어야 할 것 아니요?" 타협의 귀재였던 어린 진산은 깡패들로부터 차비는 돌려받았다고 한다. 진산은 고향의 기와집에다가 노름판을 붙여 놓고 노름꾼들로부터 자릿세를 꼭 받았다. 그 자릿세를 동네 머슴들에게 모두 나눠주는 습관이 있었다. '사쿠라' 소리를 들으면서 여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집 세간은 허름한 농짝 하나밖에 없었다. 이 내막을 아는 대통령 박정희는 술이 대취하면 띠동갑인 야당 당수 진산에게 "형님! 한잔 더 하세요" 하면서 말을 놓았다고 한다.
YS도 거제도 멸치 어장에서 나온 수입을 다 가져다가 썼다. 50년대에는 김두한이 매일 아침마다 한참 손아래의 YS를 찾아왔다. "돈 좀 줘, 부하들하고 밥 먹어야 해!" 몇 년 전 YS하고 겸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밥상에 놓인 생선을 젓가락으로 집어 필자 밥그릇에 놓아주며 "미스터 조, 이게 맛있어"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삼정승 삼대제학(三政丞 三大提學)'을 배출한 소론(少論) 최고 명문가의 후손이 서청원이다. 살림살이도 별로 없는 그가 '돈 받은 정치인'의 딱지를 어떻게 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