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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 조선DB. |
<조선팝>이 필자에게 배려해준 배너는 “자유시장주의자 박동운 교수의 대한민국 가꾸기”다. “자유시장주의자 박동운”, 그래서 필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힐 필요를 느낀다. 어떤 주제가 적절할까? 장하준 교수 비판을 택했다.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부·키, 2010』(원제: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가 한 때 장안의 지가를 올린 것 같다. 제목의 ‘그들’은 ‘자본주의’ 또는 ‘자유시장’ 지지자들을 뜻한다.
이 책 출간 후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장하준이 말하지 않는 것들>에서 장 교수의 주장을 평했다(동아일보.2010.12.13.). 김 논설위원은 영국의 진보신문 가디언, 더타임스, 사회주의 잡지 뉴스 테이츠먼, BBC방송 등으로부터 장 교수가 얼마나 혹평을 받았는가를 소개하면서, “남아공 매체인 비즈니스데이의 혹평은 옮기기도 죄스러울 정도다”라고 썼다. 김 논설위원 역시 “그의 주장들은 단순히 틀릴 뿐만 아니라 그릇된 가치를 옳은 것으로 만들 수도 있어서 더욱 걱정이 된다”라고 쓰고, 칼럼의 끝 문장을 이렇게 맺었다―“장하준이 말하지 않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제학자들은 왜 남아공 사람만큼도 말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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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의 책 출간 3년쯤 되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 필자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한국경제원 keri 칼럼 815개 가운데 장 교수를 비판한 필자의 칼럼 조회 수가 6,984개로 가장 많은데, 필자는 이를 자유시장경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관심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차례 글을 올린다.
“자유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자유 시장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은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는 그런 정책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30년 동안 이 정책을 도입한 개발도상국들은 성장률 둔화와 수입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했다. 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p.107).” (주: 인용에서 ‘자유 무역’은 제외했음.)
장 교수의 주장의 핵심은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환상이고, … 그래서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관한 몇 가지 예를 든다―아동 노동 규제, 자동차 매연 규제, 의사와 변호사 같은 면허 규제, 임대료나 최저임금제 같은 가격 규제 등등.
장 교수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아동 노동 규제’는 ILO가 정한 ‘기준’(standard)이지 ‘규제’(regulation)가 아니다. ILO는 아동 노동은 15세부터라고 기준을 정해 이를 권고하고 있다. 이 기준을 자유주의자들이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고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임대료나 최저임금제 같은 가격 규제는 자유주의자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다. 자동차 매연 규제는 어떤가? 자동차 매연은 불특정인(不特定人)들에게 피해를 주는 공해다. 그래서 한국은 사용 연도에 따라 2년 또는 1년마다 매연 체크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의사면허는 또 어떤가? 의사가 되려면 대학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과정을 거쳐 의사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얻은 후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장 교수는 이것이 규제란다. 이것 역시 기준이다. 이런 기준이 없다면 원하는 사람은 다 의사가 되어 세상은 돌팔이의사 천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시장은 없다”며 역사 발전의 결과로 등장한 ‘기준’마저 ‘규제’로 보고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2)라고 단정한 장 교수는 심지어 법까지도 ‘규제’로 본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장 교수를 이렇게 비판한다―“법이 없는 국가는 없기 때문에 자유국가란 없다는 말과 똑같은 논리 아닌가.” 신자유주의를 만들어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은 “나는 자유로 인해 무정부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자유는 법에 의해 만들어진다(Freedom is the creature of law).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야수(野獸)가 될 것이다.”3) 이렇듯, 모든 법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법을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신이라고 믿는다.
자유시장 국가는 잘살고, 반자유시장 국가는 가난뱅이다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장 교수의 주장은 믿을 것이 못된다. 이제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경제자유지수’를 바탕으로 2011년 시장경제 활성화가 잘 된 상위 10개국과 시장경제 활성화가 잘 안 된 하위 10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한다. ‘경제자유지수’는 시장경제 활성화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자유시장경제 활성화가 잘된 상위 10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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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 활성화가 안 된 하위 10개국 | ||
경제자유 등급과 국명➀
(2011년, 152개국 중) |
1인당 국민소득
(2011년, 미국 1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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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 등급과 국명
(2011년, 152개국 중) |
1인당 국민소득
(2011년, 미국 1달러) |
1 싱가포르
2 뉴질랜드
3 스위스
4 아랍에미리트
5 모리셔스
6 핀란드
7 바레인
8 캐나다
9 호주
10 칠레 |
49,009
35,066
87,977
44,204
8,773
49,152
18,292
49,686
64,936
13,5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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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베네수엘라
151 미얀마
150 콩고공화국
149 짐바브웨
148 차드
147 앙골라
146중앙아프리카공화국
145 부룬디
144 콩고민주공화국
143 알제리 |
10,703
1,144
2,241
679
517
4,630
462
270
221
5,176 |
주➀: 1위는 홍콩인데 홍콩은 국가가 아니므로 제외했음.
자료: The Fraser Institut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13. UN 통계국.
2011년 152개국 가운데 자유시장경제 활성화가 잘 된 상위 10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모리셔스, 칠레, 바레인을 제외하면 적게는 뉴질랜드의 35,066달러에서 많게는 스위스의 87,977달러에 이른다. 이들 국가들은 분명히 잘산다. 장 교수가 틀렸다.
2011년 152개국 가운데 자유시장경제 활성화가 안 된 하위 10개국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은 적게는 콩고민주공화국의 221달러에서 많게는 베네수엘라의 10,703달러에 이른다. 이들 국가들은 분명히 못산다. 대부분 극빈(極貧) 상태다. 장 교수가 틀렸다.
자유시장경제는 왜 우리를 잘살게 해주는가?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언급한다.
첫째, 자유시장경제 하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말한다. 이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보자. 국내 생산을 통해 안전과 돈벌이에 관심이 있는 한 생산업자가 수출까지 하게 되어 배에 수출품을 싣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썼다―“이 경우에도 그는(주: 수출업자)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전혀 자신의 의도에 들어 있지 않는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에서 의도한 것은, 모든 개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최고선(最高善)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는 우리를 잘살게 한다.
둘째, 자유시장경제는 국가 등장 이전부터 자리 잡았다. 하이에크는 자유시장경제를 ‘저절로 만들어진 질서’(spontaneous order, 自生的 秩序)라고 묘사했다. 자생적 질서 곧,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위적(人爲的) 질서 곧, 사회주의 계획경제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는 우리를 잘살게 한다.
셋째, 자유시장경제는 사적소유 허용을 기본 전제로 한다. 사적소유는 인간의 본성에 부합한다. 그래서 사적소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주의는 역사 속으로 살아졌고, 사적 소유를 허용하는 자유시장경제는 살아남아 우리를 잘살게 한다.
넷째, 자유시장경제는 자발적 교환을 기본 전제로 한다. 파는 자와 사는 자 사이에 자발적 교환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가격이라는 것이, 개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하면서도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협동하게 한다. 자발적 교환이 바탕이 되는 국제무역은 교역 당사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윈윈게임(win-win game)이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는 우리를 잘살게 한다.
다섯째, 자유시장경제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 개인의 자유야말로 인류의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다. 개인들은 자유의 토양 속에서만 자신들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이 같은 에너지는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종교계, 언론계, 학문계 등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는 우리를 잘살게 한다.
여섯째, 앤드류 카네기는 66세 때인 1901년 자선사업을 위해 잘 나가던 철강회사를 팔아 4억 8천만 달러를 손에 쥔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부자가 된 것과 관련하여 ‘경쟁’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경쟁이 자비롭건 자비롭지 않건, 우리는 경쟁에 관해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경쟁은 바로 여기에 있고, 피할 수 없고, 대체재(代替財)를 발견할 수 없고, 개인에게는 가끔 가혹하지만 어디에서나 적자생존(適者生存)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인류를 위해 가장 좋다는 점이다.”4) 경쟁을 허용하는 자유시장경제는 우리를 잘살게 한다.
각주
1) 박동운(2011), 『장하준 식 경제학 비판 그가 잘못 말한 23가지』, nos vos, pp.198-211.
2) 박동운(2011), 『장하준 식 경제학 비판 그가 잘못 말한 23가지』, nos vos, pp.125-144.
3) Thatcher, M.(1992), “On Thatcherism: Its Ideology and Practicies,” The Future of Industrial Democracy, The Inchon Memorial Lecture, Korea University, Sept. 3-4.
4) Carnegie, Andrew(1900), The Gospel of Wealth and other Timely Essays, ed., by Edward C. Kirkland,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