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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肉食

화이트보스 2013. 12. 12. 14:15

한국인과 肉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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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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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가족과 함께 거제도에 갔다. 첫날 점심은 멍게 비빔밥, 저녁은 생선회, 이튿날 아침엔 복국을 먹었다. 점심을 앞두고 "회덮밥이나 먹을까" 했더니 딸이 얼굴을 찌푸렸다. "바다 음식은 그만 먹어요" 했다. 아이는 프랑스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며 점심 급식 때마다 육식을 먹으며 자랐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고기를 먹어야 배가 부른 서양인 체질이 됐다.

    ▶한국인의 밥상은 원래 육식과 거리가 멀었다. 고려 때 문인 이규보는 '쇠고기를 끊다'는 시를 썼다. "밭 가는 데 능하고 무거운 짐까지 운반해주는데 어찌 그 고기를 먹으랴"고 했다. 조선시대엔 농사지을 소가 부족해지면 도살 금지령을 내렸다. 어쩌다 한번 소를 잡으면 버릴 게 없었다. 성균관에서 제사상 차리려고 잡은 소의 피가 피맛골 주막에 팔려 탄생한 것이 선짓국이다.

    만물상 일러스트

    ▶1986년 한국인 한 사람이 한 해 먹은 육류가 평균 15.6㎏이었던 게 1992년 22.3㎏으로 늘어났다. 당시 미국인 111.8㎏에 비하면 너무 적었고 일본인 39.8㎏에도 못 미쳤다. 그러던 한국인 평균 고기 소비량이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선 43.7㎏까지 치솟았다. 하루 평균으로 치면 120g쯤 된다.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먹었고 닭고기와 쇠고기가 뒤를 이었다.

    ▶프랑스 해양개발연구소가 176개 나라의 1961~2009년 식재료 섭취량 변화를 조사했더니 한국인의 육식 증가세가 세계 평균의 세 배였다고 한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선 영양 단계에 따라 동식물을 식물 1단계, 토끼 2단계, 여우 3단계, 북극곰 같은 최상위 포식자를 5.5단계로 구분한다. 지금 인간의 영양 단계는 평균 2.21로 토끼에 가깝다. 한국인의 영양 단계는 48년 사이 육식이 크게 늘면서 2.06에서 2.23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은 2.15에서 0.06 높아지는 데 그쳤다.

    ▶영양학자들은 사람이 섭취하는 열량 가운데 45%는 탄수화물에서, 30%는 단백질에서, 25%는 지방에서 얻으라고 권장한다. 좋은 단백질과 지방은 육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다만 고기는 뜨거운 물에 삶아 먹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위구르족은 하루에 고기를 200g씩 먹지만 성인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고기를 부드럽게 물에 삶아 단백질을 챙겨 먹는 음식 문화 덕분이다. 우리는 고기를 주로 불판이나 숯불에 구워 먹는다. 맛과 향은 좋아도 발암물질이 생기기 쉽다. 이제 한국인 체질도 육식으로 바뀌었다고 할 만하다. 고기 먹는 방식도 달라질 때가 아닐까.

    박해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