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北주민 초점 맞춘 정책을
北 붕괴시 주민들 선택 설문
"중국과 통합"이 40%로 최고, "남한과 통합"은 27%에 불과
인권·생활 악화되지 않게 최소한의 안전판 제공해야 아래로부터 변화 가능
- 북한 붕괴시 누구와 손잡겠느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
이번에 북한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와 인권 유린, 봉건적 체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북한 주민의 엄혹한 인권·생활상이 더욱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북한 주민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진일보한 대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하방 정책으로 북 주민 마음 얻어야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김정은 체제가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과 경제 상황이 김정일 체제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의 인권과 생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2인자 장성택이 건성 박수로 처형될 정도면 일반 북한 주민의 상황은 얼마나 참혹하겠느냐"며 "이젠 북한 주민에게 관심을 쏟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책은 인도적 차원뿐 아니라 북한을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의 대북 정책은 북한 정권을 상대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북한 주민을 직접 지원·접촉하는 대북 정책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독도 통일 이전 대동독 관계 정책을 펴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동독 주민과의 '접촉을 통한 변화 정책'이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바로 동독을 변화시키고 통일을 앞당긴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독 주민들이 스스로 체제를 무너뜨리고 서독을 선택한 것은 서독이 장기적으로 동독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 지난 7월 31일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관계자들이 인천항에서 평양 만경대어린이병원으로 보내는 의약품, 치과용품, 의료 소모품이 실린 컨테이너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09년 우리 측의 한 대북 사업가가 비공개적으로 중국 접경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 붕괴 시 누구와 손을 잡겠느냐'는 질문에 '중국과 통합'이 40.0%로 가장 많았다. '남한과 통합'은 27.1%로 '자력갱생'(31.5%)에 이어 셋째였다. 우리의 대북 정책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 큰 지원과 시장화 유도 필요
북한 체제를 아래로부터 변화시키기 위해선 북 주민에 대한 획기적 지원과 북한 시장화 유도 정책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비료 지원이나 식량 지원을 할 때 좀 더 통 크게 접근해야 한다"며 "군량미 전용 우려가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선 안 된다"고 했다. 조한범 위원은 "북한 영·유아 급식을 책임진다든지, 결핵 치료제 제공과 병원 시설 건립을 약속하는 등 획기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며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북 식량 위기를 우리가 막아준다는 선언을 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 주민의 생활을 변화시키려면 북한 내 시장을 확대시키는 정책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며 "북한의 시장이 커지면 김정은 정권도 어쩔 수 없이 시장의 힘에 밀려 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하는 민간 기업을 지원·육성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중국 단둥 일대에는 중국인 명의를 빌려 북한과 각종 물품을 거래하는 우리 무역업체가 500개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정책연구보고서에서 "국제기구와 국내 NGO의 대북 진출과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식량·의약품 지원뿐 아니라 언어·학술 교육 등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기구 등을 통해 북한의 신진 엘리트 공무원과 유학생 등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