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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모사드에서 정말 봐야 할 것

화이트보스 2014. 1. 20. 12:14

여야가 모사드에서 정말 봐야 할 것

입력 : 2014.01.20 03:03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의원들이 18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을 시찰하기 위해 출국했다. 국정원 개혁 논의는 댓글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정원 본연의 정보 능력 저하다. 국정원은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나라의 사활이 걸린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만약 모사드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모사드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들은 9·11 테러 모의 정보를 먼저 파악해 미국에 통보했었다. 이는 수많은 모사드 활약 가운데 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은 과격 테러 단체를 비롯해 주변 3면의 16억 이슬람 인구와 사실상 상시(常時) 전쟁 상태에 있다. 면적은 남한의 4분의 1, 인구는 6분의 1도 안 되는 이 작은 나라는 1948년 건국 이래 6차례의 대(對)아랍 전쟁에서 모두 이겼다. 정보 실패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상대의 의도와 능력을 미리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그 뒤엔 1967년 '6일 전쟁' 대승 때 시리아 군사 기밀을 빼내고 공개 교수형을 당한 엘리 코헨과 같은 모사드 요원들이 숱하게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조직은 해외 정보 수집과 공작을 담당하는 모사드, 군사 정보를 담당하는 아만, 국내 보안을 맡는 신베트 등 세 기구로 이뤄져 있다. 모사드는 1949년 나치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의 귀환 공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모토는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謀士)가 많으면 평안을 누린다'.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은 가족에게도 일하는 곳을 숨긴다. 이스라엘 언론이 모사드 국장의 이름을 처음 보도한 게 모사드 출범 47년 만이었다. 모사드 2대 국장 이세르 하렐이 요원들에게 내린 '우리는 자신 외에는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지침은 그대로 모사드의 '법'이 됐다. 하렐은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차를 몰곤 했다. 모사드 3대 국장 메이어 아미트는 퇴임 이후에도 직계가족 말고는 그가 모사드 책임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국정원장들은 남북대화 전면에 나서고, 언론에 자신을 과시한다. 명함을 돌리며 위세를 부리는 국정원 직원들도 있다.

이스라엘 국민은 모사드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믿기 때문이다. 이 신뢰는 국내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온 역사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정치 스캔들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스라엘 국회도 외교국방위 소위에서 정보기관의 예산안과 주요 현안들을 다룬다. 이렇게 정보기관을 견제·감시하되 심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정보기관의 활동은 합법과 비(非)합법을 넘나들 수밖에 없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고 때론 희생도 따르는 정보활동에 대한 이해와 협조는 불가능하다. 모사드엔 있고 국정원엔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구 수장(首長)은 예외 없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었다. 일단 임명하면 총리도 간섭을 자제했다. 이스라엘은 내각제인데도 모사드 국장의 평균 임기는 7년 안팎이다. 재직 기간이 10년 넘는 사람도 있다. 모사드 요원들은 국장을 '동등한 사람들 가운데 첫째'라는 뜻의 히브리어 '메뮨(Memune)'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모사드 국장이 '공작원 선배'이고, 일부 국장은 공작 현장에 나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2대 국장 하렐은 1960년 아르헨티나 현지에 20일 동안 머물며 나치 전범 아이히만 체포 작전을 지휘했다. 우리나라 역대 국정원장들은 거의 모두 자격 미달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텔아비브 북쪽 그릴롯에 있는 '모사드 추모관'은 전 세계 곳곳에서 목숨을 바친 정보 요원들 600여명을 기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 여야 국정원 특위 의원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조직과 실태도 잘 살펴야겠지만 정말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의 불굴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이다. 국정원 요원들에게 이 정신을 심어줄 수만 있다면 정치 개입 시비 같은 것은 더 이상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