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고령화에 대한 준비

장례, 추모의 場으로 거듭나다

화이트보스 2014. 1. 27. 10:26

장례, 추모의 場으로 거듭나다

기사입력 2014-01-27 03:00:00 기사수정 2014-01-27 03:00:00

화장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숲이나 나무 같은 자연에 더불어 묻힘으로써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느낌도 강하고, 유족들이 방문하기도 좋은 효과가 있다. 경기 양평의 하늘숲추모원에는 울창하게 자란 잣나무 소나무 굴참나무들이 추모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15년마다 재계약하고 3회에 걸쳐 연장 이용이 가능하다. 양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설이다. 이맘때면 세상을 뜬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마련. 귀성의 맛 중에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일이고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도 된다.

그렇지만 좁은 땅에서 더이상 묘지를 넓혀가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는 이미 오래고,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묘소를 돌보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묘문화의 변화는 시민의 의식변화도 중요하지만 시설의 측면이 더 크다. 땅이 부족해 화장으로 가고, 화장이 늘어나니 화장장과 유골 안치시설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어야 바람직한 장묘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부친을 여읜 회사원 김모 씨(50)의 경우, 일찌감치 화장을 선택했으나 고인과 가족들이 모두 희망한 수목장을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일단 유골을 집 근처 사찰에 모시고 난 뒤, 수목장 시설을 찾아가 적절한 나무를 분양받기 위한 추첨에 참가했고, 간신히 3개월 뒤 수목장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아들었다. 자연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시설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장묘문화를 바꿔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화장률 90%, 이제 곧 닥칠 현실

자칫 불미스러운 사태로 이어지기 쉬운 장묘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에서 끊임없는 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벽제의 봉안당(위)과 SK그룹이 세종시에 기증한 화장장.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한국장묘문화개혁국민협의회에서 실시한 수도권 주민 여론조사는 그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 경기 주민 6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진행했는데, 화장률이 90% 이상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재 전국 화장률은 71%(2012년 기준 서울 80.8%, 경기 79.7%).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 여론조사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장례방법’에 대한 응답은 ‘매장’ 12.3%, ‘화장’ 87.7%로 나타났다. 특히 4050세대 남성의 경우 90.1%, 60대는 91.8%의 높은 응답을 보여 향후 화장률 90%는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화장 이후다. 화장은 시대적 흐름이며 대세가 된 셈이고, 그 이후의 유골 처리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납골당 시설 이용’(34.4%)과 ‘자연장’(29.1%), ‘산골’(24.7%)을 선택했다.

수목장으로 대표되는 자연장이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자연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자연장은 산이나 강,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과 달리 수목이나 잔디, 화초 등을 이용해 유골을 처리하는 방식. 현재는 9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자연장으로 수목장을 선호하고 있다.

풍수전문가로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풍수지리연구원 전항수 원장은 현실 생활과 장묘의 연관성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자연계의 명당을 찾아 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풍수지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안장지의 터는 더 나은 미래로의 발전을 위한 시도”라면서 “도심의 각종 유해환경에서 벗어난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의 조사에서도 드러나듯 현재 우리의 장례문화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 변화가 제대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이 모두 변화해야 하는 시점. 예를 들어 수도권의 경우, 벽제 수원 성남 등의 화장장을 이용하는데, 사용 희망자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상태. 그러다 보니 장례절차가 추모와 감사의 자리가 아니라 갈등과 협잡이 횡행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제 그러한 현실을 넘어서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장묘문화 개선 나선 기업들

가족이 사망하면 장례식장 확보부터 분주한 ‘전쟁’이 시작된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은 여유롭고 고인을 추모할 겨를도 없이 병원이나 업체들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화장장과 장지를 물색하는 일까지 해야 한다. 그러자면 일일이 챙기는 것이 어려워지고 그 틈을 노린 업자들의 검은 손이 뻗쳐오기 십상이다. 이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나선 상조기업들이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합리적인 장묘문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장례 토털서비스 회사인 ㈜하우엔딩의 노력은 남다르다. 원래 추모공원 하늘문의 상조의전 서비스 전문회사로 출발한 이 기업은 적정한 수익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된 유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장례를 치르고자 한다. 비용의 거품을 걷어내고 불합리한 요구가 넘쳐나는 문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현대종합상조가 이름을 바꾼 ㈜프리드라이프 또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상부상조의 철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장묘서비스 회사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의 장례가 발생하면 전문인력을 파견해 빈소 마련, 장례용품 지원은 물론 행정적인 편의까지 봐주고 있다. ‘글로벌 나눔경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무료장례 지원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깨끗한 장례절차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공원묘원들의 변화 노력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양한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매장문화와 관련된 기업들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커다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시장에 대응한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전략이고, 아픔을 함께 나누며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에서도 꼭 필요한 선택이다.

메모리얼 파크를 운영하면서 성묘객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예래원은 ‘후손들이 찾아오는 공원묘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미니골프나 축구를 즐기고 산책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원 같은 묘원을 만들어냈다. 또 가족평묘장 같은 시설을 통해 가족 전체가 같은 자리에 묻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해 후손들이 편리하게 성묘를 할 수 있게 했다.

경기 양주에 위치한 운경공원은 교통의 편리함을 내세운다. 주변의 편의시설과 교육시설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송추유원지와 장흥의 천문대, 수목원 등이 인접해 있고 산세가 아름다운 명당이어서 묘원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