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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몸짱' 의사의 특급 비밀 공개

화이트보스 2014. 3. 28. 17:57

서울대 '몸짱' 의사의 특급 비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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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3.28 16:13 | 수정 : 2014.03.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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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옷을 벗기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옷 위로 만져본 그의 몸은 울퉁불퉁 ‘초콜릿’ 복근이 단단한 근육질을 자랑하고 있었다.

    김원곤(61)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직함 외에도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부터인가 ‘몸짱 의사’ ‘의료계 기인’ ‘수퍼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50대에 4개 외국어(일어·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해 고급 능력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2012년에는 환갑을 코앞에 두고 20대도 부러워할 몸매로 ‘세미누드 사진집’을 펴냈다. “술 많이 마시기로 우리나라에서 10% 안에 들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두주불사 애주가로 ‘세계 지도자와 술’ ‘Dr. 미니어처의 아는 만큼 맛있는 술’ 등 술 관련 서적을 2권이나 펴냈다. 책을 쓸 만큼 취미를 붙인 미니어처 술병 수집은 1500여개에 이른다.
    '몸짱 의사' 김원곤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Denstory 사진
    '몸짱 의사' 김원곤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Denstory 사진
    영화 관련 책도 펴냈다. ‘영화 속의 흉부외과’라는 제목으로 흉부외과 수술이나 관련 질환이 나오는 영화 15편을 찾아내 지난해 책을 펴냈고 오는 5~6월께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한 시사월간지와 주간지를 번갈아가며 3년째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마감은 칼같이 지킨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서울대병원과 역삼동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를 오가며 수술과 외래를 담당하면서 의학전문서적도 8권을 썼다. 그가 이번에는 ‘20대도 부러워하는 중년의 몸 만들기’(Denstoty)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의 경험에다 의학적 지식을 더해 불룩한 아랫배의 중년들을 자극하고 있다.

    ‘몸짱 의사의 특급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고 나선 김원곤 교수를 지난 3월 25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만났다. 김 교수를 만나기 전 궁금한 질문이 많았다. ‘밥을 먹고 운동을 해야 하나, 운동을 하고 밥을 먹는 것이 좋은가’ ‘식단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내장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운동법이 다른가’ ‘중년의 최대 고민인 뱃살에는 어떤 운동이 효과적인가’

    질문을 늘어놓자 김 교수가 한마디로 일축했다. “세상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것저것 계산하고 이론을 따지기보다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이론도 지키지 못한 이론은 아무 소용이 없다. 칼로리니 에너지 소비량이니 계산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에 어떻게 기억하겠나. 효과적인 운동? 그런 것 없다. 헬스를 가든지 집 앞을 뛰든지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가장 좋은 노하우다.”

    “업무에 술자리에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시간 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자 김 교수는 “나보다 바쁜 사람 많지 않다. 술? 나만큼 많이 마시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일요일 포함해서 매일 저녁 외국어학원에 공부하러 다닌다. 그런 내가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시간은 찾을 수 있고 만들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 교수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면서도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운동시간은 얼마나 될까. 김 교수는 “일주일에 3일, 3시간이면 충분하다. 주중 2일은 헬스클럽에 가고 주말 하루는 집 근처 탄천변을 뛴다. 한 번 운동할 때 한 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82㎝에 70㎏대 중반. 김 교수는 “원래 80㎏대를 유지했는데 세미누드집을 찍기 위해 10㎏을 감량했다. 몸은 슬림해져 좋은데 얼굴살이 없어지니 나이가 들어보여 다시 살을 붙이고 있는 중이다”고 말하고 그의 다이어트 비법을 소개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 ‘초한전’에서 유방이 민심을 얻기 위해 쓴 ‘약법삼장’에 빗대 만든 ‘김원곤식 다이어트 약법삼장’은 ‘많이 먹지 않는다’ ‘기름진 것을 삼간다’ ‘가끔은 충분히 먹는다’이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상식이지만 세 번째 비법이 낯설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몸이 비상사태임을 인식한다는 것. 수입이 줄면 지출이 줄듯 음식섭취가 줄면 비상체제에 돌입한 몸이 기초대사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때 일주일 혹은 사나흘에 하루쯤 먹고 싶은 음식을 실컷 먹으면 몸이 혼선을 일으키면서 비상사태를 해제하게 된다. 즉 몸을 속이는 것. 심리적으로도 먹고 싶은 욕구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다이어트도 운동도 건강을 위해, 삶의 질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즐겁게 할 수 있어야 오래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몸짱 의사’로 유명해진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2008년 송년모임에서 술기운에 마이크를 들고 “내년에 상반신을 벗고 사진을 돌리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술판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이라 김 교수의 말에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지만 약속에 대한 강박이 있을 정도로 자신이 내뱉은 말은 지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김 교수가 평생 골프를 치지 않은 이유도 젊은 시절 친구들 앞에서 뱉은 “골프 안 치겠다”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들은 아무도 그 말을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김 교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유혹을 뿌리쳐야 했다.

    김 교수는 송년모임의 약속도 1년 후 당연히 지켰다. 사진을 찍는 레지던트에게 부탁해서 대학로 사진관을 빌려 찍은 상반신 누드 사진은 그럴 듯 했다. 액자에 넣어 방에 걸어놓은 것을 신문사 기자가 보고 기사를 쓰는 바람에 공식적인 ‘몸짱 의사’가 돼버렸다. 소문이 나니 안 할 수도 없고 내친김에 제대로 사진을 찍어보자는 생각에 “20~30대 여성들도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도록 몸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후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김 교수는 “세미누드집까지 내고 나니 만나는 사람마다 몸 좀 만져보자고 하는 통에 몸 관리를 계속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본업인 의사일 하나만도 힘든데 근육 유지, 4개 외국어 공부, 칼럼, 책 쓰기에 말술 주량까지, 도대체 그 많은 일을 언제 하는지 궁금했다. 김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시간관리법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더라. 출판사 여러 곳에서 책을 내자는 제안도 많다. 잠을 적게 자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비법이 없는데 남들과 다른 것이 있는지 요즘 생각하고 정리 중이다”고 말했다.

    사진촬영을 위해 벗은 몸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라며 단칼에 거절했던 김 교수가 몸을 만져볼 수 있느냐는 요청에는 선뜻 초콜릿 복근을 내주었다. 울퉁불퉁 근육질로 무장한 김 교수를 보니 몸짱의 비법은 따로 없었다. 몸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황은순 주간조선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