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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 전체가 탈북한 함북 온성과 마약의 도시 함흥

화이트보스 2014. 4. 17. 16:01

한 마을 전체가 탈북한 함북 온성과 마약의 도시 함흥

  • 김명성
    정치부 기자
    E-mail : tongilvision@chosun.com
    북한 함흥출신의 대한민국 언론인이다. 북한에 있을 때 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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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4.17 13:38 | 수정 : 2014.04.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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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북한사회는 시장확산과 한류유입 등 자본주의 물결이 스며들면서 각 지방마다 특색 있게 변했다.

    함경북도 회령ㆍ무산ㆍ온성 등 국경지역은 탈북으로 유명한 도시들이다. 여기서는 “다리 가진 사람은 누구나 탈북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탈북이 보편화됐다는 의미다. 한국에 입국한 2만6000명 탈북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이 지역 사람들이라는 통계도 있다. 함경북도 온성의 하면리에서는 마을 전체가 탈북했다는 얘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에게 이 지역은 지도에서 없애버리고 싶은 ‘반역의 소굴’이라고 탈북자들은 얘기한다.

    함흥은 ‘코 가진 사람은 빙두(氷毒)를 한다’는 마약도시로 불린다. 빙두는 필로폰 등의 마약을 가리키는 중국말. 함흥에는 국가과학원 함흥분원과 함흥약학대학,흥남제약공장 등 마약연구ㆍ제조와 관련된 기관 및 인력이 집결돼 있다. 여기서는 ‘코 가진 사람은 누구나 마약을 하고 두부집보다 더 많은 것이 마약제조집’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일본의 TV아사히에 보도된 북한 주민의 마약 흡입 모습. 왼쪽 위는 김일성 사진이 담긴 5000원권 지폐로 대롱을 만들고 있고, 오른쪽 위는 연기를 흡입하고 있는 장면이다./사진=데일리NK제공
    일본의 TV아사히에 보도된 북한 주민의 마약 흡입 모습. 왼쪽 위는 김일성 사진이 담긴 5000원권 지폐로 대롱을 만들고 있고, 오른쪽 위는 연기를 흡입하고 있는 장면이다./사진=데일리NK제공
    마약생산의 중심지가 된 것은 김일성의 함흥 죽이기 정책이 불러온 결과다. ‘평양왕조’의 시조 김일성은 함흥지역에 기반을 둔 500년 조선왕조의 시조 이성계의 흔적을 지우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이성계의 고향인 영흥을 금야로, 함흥에 있는 치마동을 햇빛동으로, 만세교를 성천교로, 반룡산을 동흥산으로 개명하고 함경도 출신의 요직기용을 금지했다. 1946년 3월 김일성을 반대하는 함흥ㆍ흥남 학생시위와 김일성에 정면 도전한 함남출신의 항일운동가 오기섭에 대한 분풀이로 함흥지역을 종파의 온상으로 평생 차별했다.

    화학공업도시인 함흥은 북한경제가 붕괴되고 수백만이 아사한 1990년대 중반부터 마약제조가 시작돼 현재는 북한 최대의 마약생산지로 발전했다. 김정일이 “지방사람은 다 죽고 100만 군대와 평양시민만 있으면 된다”며 평양만 챙기고 지방을 방치한 것이 오늘의 참사를 부른 것이다.

    함경북도 청진시는 외화벌이 돈주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수산업이 발달한 이곳에는 외화벌이로 떼돈을 번 돈주들이 많은데, 일부는 돈이 너무 많아 처형당하기도 했다.

    평양은 ‘귀가 있는 사람은 휴대폰을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휴대폰 사용자가 많다. 특권층과 부자들이 모여사는 평양에는 100만대 이상의 휴대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휴대폰은 부의 상징으로 불린다. 평양공화국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김정은 집권 후 특권층을 위한 초호화 아파트와 위락시설들이 대거 들어섰다.
    평양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세련된 옷차림의 북한 여성/사진=자유북한방송
    평양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세련된 옷차림의 북한 여성/사진=자유북한방송
    자유무역경제지대인 나선은 밤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유명하다. 중국인이 많고 이들을 위한 카지노와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있는 나선은 전국에서 모여든 성매매 여성들로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여기서는 보안원(경찰)이 돈을 받고 중국인에게 성매매 여성을 소개시켜줄 정도라고 한다.

    강원도 원산은 중고 제품으로 유명하다. 원산에는 일본에서 귀국한 재일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일본제 중고제품이 많이 들어온다. 일본제 중고 옷을 많이 입다보니 원산사람들의 패션이 평양보다 세련됐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 단둥과 접경한 신의주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도시다. 많은 신의주 주민들이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활수준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중반 신의주에 무역회사가 난립하게 되자 장성택이 김정일의 지시를 받고 내려가 강제 해산시키기도 했었다.

    양강도 혜산은 ‘엉덩이 가진 사람은 오토바이 타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오토바이가 많다. 압록강을 끼고 있는 혜산은 중국과의 밀수를 통해 오토바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혜산 사람들이 몰래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들어가 훔쳐서 나온 오토바이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훔친 물건을 싸게 파니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중국제 오토바이를 구입한다고 한다. 북한에도 부강회사에서 만드는 ‘방패’, ‘날개’라는 브랜드의 오토바이가 있지만 고장이 잦고 속도가 나지 않아 보안원들도 중국제를 선호한다. 그래서 혜산에서는 중국제 오토바이를 타야 돈 좀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황해남도 해주는 북한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황해도는 원래 곡창지대였지만 김정은의 군량미 수탈로 농민들이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비참한 지역이 됐다. 작년에 김정은은 농민들에게 식량배급을 준다고 생색을 냈지만 등치고 간 빼먹는 식으로 군량미를 몇 배로 늘렸다. 세대당 100kg씩 바치던 군량미를 1인당 50kg씩 할당해 세대별로 인원수를 곱하면 몇 곱절로 뺏어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황해도는 가장 낙후하고 못 사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첫 육성연설을 통해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살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