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사모아 남태평양을 선택했다.

화이트보스 2014. 6. 4. 17:21

남태평양을 선택했다.


	탄나섬의 환상적인 스노쿨링
탄나섬의 환상적인 스노쿨링


힐링하러 갔다가~ 힐난하며 오지요?

이제는 여행을 떠날 ‘시간’이 없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여행은 생활이 됐다. 숨 막히게 치열한 일상생활에서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팍팍 늘어가듯 쌓이는 스트레스는 누구라도 여행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마치 단박에 치료되는 만병통치약처럼 말이다. 그러나 과연 진짜 치유가 될까? 남들 다 가는 곳으로의 여행은 어쩌면 똑같은 일상의 연장일 뿐일지도 모른다. 치유하러 갔다가 여행을 통해 얻은 스트레스를 또 치유해야 한다면 여행은 치유되지 않는 치유를 찾아 떠나는 고행의 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유럽이나 동남아 일대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가 게르만족이나 바이킹족의 후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체로 띠를 두르고 마치 정복하려는 듯이 여행지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이 금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현지에서 부동산업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돌아와 부러워하는 지인들에게 무얼 봤는지 모르겠다며 돈 아깝다고 거드름을 피우기 일쑤. 이런 사람들을 힐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여행은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곳에 가기 위해서는 그곳의 경치와 소소한 역사를 눈으로, 그곳의 현지 음식을 입으로, 그곳 사람들의 말을 귀로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 요즘 흔히 대세로 통하는 <꽃보다 할배>가 시청자들의 감춰져 있던 감성을 끄집어내게 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은 나타난다. 바로 한식을 고수하는 것. 한 달 이상 장기 체류하는 것도 아닌데 꼭 한식을 먹어야 할까? 출연자들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끓이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그 나라의 다양한 로컬 음식의 좌충우돌 시식기까지 담았다면 정말 나무랄 데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지만 좋은 여행을 하고 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다행인 것은 답답한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당신은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왕 떠나는 여행,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곳으로 다녀오는 것은 좀 아깝지 않을까?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사모아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사모아


꿈의 여행이 현실로~

흔히들 꿈의 여행을 묘사하는 말 중에 ‘낙원(Paradise)’, ‘이상향(Utopia)’, ‘에덴(Eden)’, ‘샹그릴라(Shangri-La)’라는 미사어구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 단어를 누가 먼저 쓰게 됐는지 혹시 아시는지? 그것은 바로 무궁무진한 호기심 때문에 전 세계 미지의 땅을 정복하고 다녔던 유럽 사람들이 남태평양을 발견하면서 그 놀라움에 내뱉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남태평양의 이상향을 꿈꾸기 시작했다. 한 편은 국내에는 71년에 첫 개봉이 됐지만 필자는 어린 탓에 80년대가 돼서야 볼 수 있었던 조슈아 로건 감독의 <남태평양(South Pacific)>이라는 뮤지컬 영화였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만큼 ‘발리 하이(Bali Hai)’, ‘해피 토크(Happy talk)’ 등 명곡의 선율이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아직도 귀에 선하다. 미군들이 주둔해 있던 섬에서 낙원이라고 불리는 ‘발리 하이’라는 섬은 예쁜 원주민 여인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병사들에게 꿈의 섬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장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주인공인 케이블 중위를 보고 한눈에 반해 자신의 딸과 혼인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원주민 여성 블러디 메리가 ‘발리 하이’ 섬을 가리키며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안개가 자욱한 신비의 섬.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섬.
그곳이 바로 발리 하이~
그 섬이 당신을 부르네.
내게로 와요~ 내게로 와요 하며~”


그리고 블러디 메리를 따라 발리 하이 섬으로 들어간 케이블 중위는 그녀의 딸인 리아트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기 딸의 행복을 위해 어떤 방법을 써서든 케이블 중위를 전쟁터로 보내지 않고 붙잡고 싶었던 블러디 메리. 그런 그녀의 소망이 담긴 ‘해피 토크’라는 노래. 리아트가 손가락을 예쁘게 움직이면서 폴리네시안 댄스를 추고, 케이블 중위와 함께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 압권 중의 압권. 비록 케이블 중위가 끝내 전사하면서 비극으로 끝나지만 블러디 메리가 불렀던 노래 ‘발리 하이’는 나를 남태평양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비록 나중에 남태평양이 아닌 하와이, 스페인, 말레이시아의 섬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큰 상처를 받았지만….)


	탄나섬의 화이트그래트 탄나공항에 도착
탄나섬의 화이트그래트 탄나공항에 도착

또 다른 한 편은 1980년에 TBC에서 방송했던 영화 <벤허>의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만든 <낙원으로 돌아가라(Return to Paradise)>라는 영화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게리 쿠퍼와 로베르타 헤인즈가 주연한 영화로 실제 남태평양의 섬인 ‘사모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정의감 넘치는 게리 쿠퍼가 백인 선교사로 군림하며 섬 주민을 학대하는 악덕 성주(城主)를 몰아내고 원주민 처녀인 로베르타 헤인즈와 사랑하며 원주민들과 함께 섬을 지켜나간다는 내용으로 사모아의 아름다운 경치에 눈이 빠져라 몰두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여행


	바누아투의 명물인 코코넛 랍스타
바누아투의 명물인 코코넛 랍스타

앞서 얘기했듯이 남들 다 가는 여행, 어디를 가나 비슷한 건물과 사람들을 보러 가는 것은 또 다른 일상의 연장일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럴수록 여행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 다녀온 여행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좋은 여행을 항상 입에 달고 산다. 그렇다면 좋은 여행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먼저 한국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 여행객들로 북적거리지 않을 것, 가급적 천연 그대로일 것, 공기가 깨끗하고 물이 맑을 것, 친절한 원주민들이 있을 것을 가장 우선으로 뽑고 있다. 이런 조건이 절대조건일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필요조건임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남태평양 중에 피지와 바누아투, 그리고 사모아를 다녀왔다.

그럼 남태평양은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남태평양은 SPTO라는 남태평양 관광기구가 결성이 돼 있어 남태평양 회원국 간의 관광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있다. 회원국으로 쿡제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키리바시, 마셜제도, 나우루어, 뉴칼레도니아, 니우에,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솔로몬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가 있으며 이곳 모두 남태평양의 교통 허브인 피지를 통해 갈 수 있다. 피지는 이미 신혼여행지로 대한항공이 직항으로 뜨고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한항공을 통해 바로 가거나 홍콩에서 피지 에어웨이즈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이처럼 남태평양은 더 이상 미지의 섬이 아니다. 앞서 말한 좋은 여행을 위한 요건을 충족하는 곳으로는 필자가 다녀 온 바누아투와 사모아가 정말 적격이었다.


바누아투(Vanuatu)


	포트빌라의 24시간 로컬마켓
포트빌라의 24시간 로컬마켓

바누아투는 이미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에서 소개가 됐지만 너무 원시적인 면만 강조한 탓에 잘못 알려졌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기에 수도의 포트빌라는 영국과 프랑스풍의 저택도 많이 보이며 언덕을 끼고 바다를 바라보는 지형이라 마치 그리스의 휴양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세련된 도시다. 수도인 포트빌라가 있는 에파테(Efate)섬에서 한 시간 거리인 탄나(Tanna)섬은 섬의 북쪽에 금 매장량이 상상을 초월하는 금광이 있어서 황금의 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탓에 이를 노리며 군침을 흘리는 여러 나라가 있었지만 결국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그래서 북쪽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산림이 들어차 있는 신비스러운 곳이 돼버렸고, 보트를 타고 해안가를 통해 겉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 바로 블루 케이브라는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스노클링 명소가 있다. 스노클링 장비를 채비하고 절벽 틈 바다 밑으로 1분간 헤엄쳐 들어가 황금의 땅 밑에서 뚫려 있는 하늘을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남태평양의 등대라고 불리는 야수르 화산의 분화구 코앞까지 다가갈 수 있다. 마치 폭죽을 터트리듯 간헐적으로 시뻘건 용암이 하늘을 수놓느라 정신이 없다. 점점 어두워질수록 내뿜는 용암의 스펙트럼에 사람들은 메두사의 눈을 본 듯 굳어버리고 만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스트레스를 단박에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자연을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 이처럼 편안한 휴식과 짜릿한 모험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바누아투이다.


사모아(Samoa)


	사모아의 명물인 애기그레이
사모아의 명물인 애기그레이

	사모아의 상징인 토수아 트렌치란느
사모아의 상징인 토수아 트렌치란느

아름다운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사모아로 가야 할 것이다. 사모아는 수도인 아피아(Apia)가 있는 우폴루(Upolu)섬과 지금은 휴화산이 된 마타바누 화산이 있는 사바이(Savaii)섬을 주도(主島)로 9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필자가 방문한 2013년 4월에만 해도 단 한 명의 한국 사람이 살고 있을 정도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피지의 난디 공항에서 피지 에어웨이즈를 타면 사모아의 팔레올로 국제공항에 보통 새벽 2시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이른 새벽임에도 공항 대합실에는 입국을 환영하는 악사들의 연주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어 피곤한 여행객에게 잠시나마 활력소가 된다. 이른 새벽 도착이라 호텔에 도착해 부족한 잠을 청한 후 늦은 아침에 일어나면 꿈을 꾸었는지 현실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가 된다. 그런 몽롱한 상태에서 해변가로 나가 따가운 햇살과 눈을 마주치면 정신이 번쩍 들게 되고 비로소 사모아에 온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모아의 아름다운 산호초와 라군, 화산섬을 지닌 곳으로 내륙에는 울창한 열대우림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폭포, 가파른 협곡과 수정같이 맑은 동굴은 영화 <낙원으로 돌아가라>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 탓에 소설 <보물섬>의 저자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곳에서 생애 마지막 글을 썼으며, <달과 6펜스>의 저자인 서머셋 모옴은 이곳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 <레드>를 집필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작가들이 집필을 하고 싶을 정도 수많은 상상력을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사모아다. 섬의 해안가에만 마을이 형성돼 있고 천혜의 해수욕장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한가로이 섬을 도는 것도 무척 낭만적인 곳이다. 어스름한 새벽에 우폴루에서 사바이로 가는 레이디 사모아라는 여객선을 타고 가다 보면 부지런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국적기인 사모아에어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환하게 눈을 뜨면서 오가는 모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또 다른 감동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라고 자랑해서인지 새벽의 사모아인들의 표정에서 기대감과 잔잔한 흥분을 엿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우폴루의 남부 연안은 야자수가 눈부시게 늘어선 해변으로, 편안하게 누워 시간을 보내기 딱 좋다. 이곳에는 영화 <리턴 투 파라다이스>의 리조트가 공사 중에 있다.


이런 감동은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든 그 섬만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문화를 통해 색다른 스펙트럼으로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을 기억을 각인시켜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좋은 여행이 필요한 이유이다. 블러디 메리가 부르는, 남태평양의 섬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발리 하이’라는 노래가 여전히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낯선 곳으로부터의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VANUATU
항공편은 대한항공 직항 또는 피지 에어웨이즈로 홍콩으로 가서 피지에 도착 후 피지 에어웨이즈나 에어바누아투로 1시간 30분 소요된다.(바누아투 항공 예약: www.airvanuatu.com 피지에어웨이즈 예약: www.fijiairways.com)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빠르다. 언어는 주로 영어, 프랑스어, 비스라마어(바누아투 국어)를 쓰지만 공통 영어면 문제없다. 열대성 기후로 대체로 맑고 포근하며 7월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다. 평균 기온은 32도지만 밤에는 얇은 긴팔을 준비하면 좋다. 전압은 230V/50Hz고 웬만한 호텔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치안은 경찰이 외국인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취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전통음식으로 피지의 로보나 사모아의 우무와 비슷한 바나나 잎에 각종 재료를 넣고 땅에 묻어 3시간 이상 쪄내는 라프라프를 즐겨 먹는다.

SAMOA
항공편은 피지의 난디 공항에서 피지 에어웨이즈를 타면 1시간 40분 소요된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4시간 빠르다. 언어는 영어와 사모아어를 쓰지만 영어만 써도 편하다. 연평균 기온은 27도 정도이나 무역풍의 영향으로 11월~4월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다. 전압은 230V/50Hz고 SKT의 무제한 데이터서비스를 실시해 편리하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사모아인 대부분이 친절하고 여유롭기 때문에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햇볕이 강렬하기 때문에 선크림은 필수다. 바누아투의 라프라프와 피지의 로보와 비슷한 우무라는 전통음식을 즐겨 먹는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