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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市 출범 2년] 의료도 쇼핑도 大田으로 원정… 廳舍(청사)만 나서면 불편한 '행복(행정중심복합)도시'

화이트보스 2014. 7. 1. 14:29

세종市 출범 2년] 의료도 쇼핑도 大田으로 원정… 廳舍(청사)만 나서면 불편한 '행복(행정중심복합)도시'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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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7.01 03:06 | 수정 : 2014.07.01 09:51

    [中] 생활 기반 시설 태부족

    축구하다 팔 인대 늘어나도 정형외과 없어 대전까지 가야
    대형병원·대형마트도 '0곳'… 공무원 가족들 "살기 힘들다"
    학교는 증설하느라 곳곳 공사판, 학원도 부족해 자녀교육 걱정

    경제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아버지를 따라 작년 9월 서울에서 세종시로 전학 온 초등학교 4학년 이모(10)양은 요즘 "다시 서울로 이사 가자"며 부모를 조른다. 이양은 세종시에 와서 보습학원에 등록했지만 넉 달 만에 그만두고 요즘엔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이양은 "가까운 곳에 학원이 없어서 승합차를 타고 멀리 학원에 다녔는데 차 멀미가 나서 힘드니까 그만뒀다"며 "여기(세종시)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없어서 외식도 못 하고 나가서 놀 만한 곳도 없다"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양의 어머니 박모(42)씨도 세종시 생활이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세종시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없는 탓에 박씨는 지난해 이사 온 직후에는 대전으로 쇼핑을 다녔다. 그랬다가 올해 들어서는 한 달에 두 번쯤 서울에 있는 백화점을 다녀온다. 박씨는 "대전 갈 시간에 차라리 서울에 다녀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 '원정 쇼핑'을 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백화점·대형마트·호텔 전무

    1일로 세종시가 출범한 지 2년이 됐지만 아직도 도시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새로 지어진 청사 안에서 식사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이라도 할 수 있지만, 청사 밖에서 생활하는 공무원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생활 기반 시설이 태부족해 고통을 겪고 있다.

    
	세종市 학교는 공사 중 교실 부족 현상이 심각한 세종시에서는 상당수 학교가 증축 공사를 하고 있어 학생들이 사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학교 증축 공사가 한창인 세종시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려고 급식실로 이동하고 있다.
    세종市 학교는 공사 중 교실 부족 현상이 심각한 세종시에서는 상당수 학교가 증축 공사를 하고 있어 학생들이 사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학교 증축 공사가 한창인 세종시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려고 급식실로 이동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작년 말 기준으로 세종시 인구는 12만2100명이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논산(12만5800명), 정읍(11만8300명), 김천(13만5200명), 사천(11만6800명)에는 1~2곳씩 있는 대형마트가 세종시(옛 조치원읍을 제외한 신도심)에는 전무하다. 1·2차 진료기관인 병·의원도 세종시(신도심)에는 27곳만 문을 열어 논산(197개), 정읍(182개)보다 훨씬 적다. 백화점과 호텔도 전무한 형편이다. 기존에 있는 고려대 조치원캠퍼스 등을 빼면 새로 지어진 대학도 없다.

    이에 따라 무늬만 광역자치단체일 뿐 거주 여건은 지방의 소도시보다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달 1000명 안팎이 세종시에 전입해오고 있지만 거주 여건은 따라가지 못해 곳곳에서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병원과 학원 부족해 대전으로 다녀

    주민들은 대형 병원이 없기 때문에 급박한 환자가 생겼을 때 치료를 제때 못 받는다고 호소한다. 공무원 남편을 둔 주부 C(30)씨는 최근 생후 6개월 된 딸이 아파 입원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친정이 있는 경기도 안양에 올라가 딸을 입원시켰다. C씨는 "밤에 갑자기 아이가 아플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 김모(10)군은 두 달 전 축구를 하다 팔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고 대전에 있는 병원에 가서 깁스를 했다. 근처에 정형외과가 없기 때문이었다. 충남대병원이 세종시에 건립을 추진 중인 대형 병원은 2016년쯤이나 완공될 예정이다.

    
	세종시와 인구가 비슷한 도시의 기반 시설 비교 표
    세종시에 이사 온 공무원들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자녀 교육이다. 세종시에도 학원이 수십 곳 생기긴 했지만 숫자도 부족하고 수준도 학부모들의 눈높이에는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방과 후에 도계(道界)를 넘어 대전으로 학원을 갔다가 세종시로 돌아오는 초·중·고생 '학원 출퇴근족'이 수백명에 달한다. 초저녁에 학생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대전에서 온 학원 차량들이 세종시 첫마을에 줄지어 대기하는 것은 흔한 광경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은 "학력 수준이 예상보다 너무 떨어지는 듯해서 다시 서울로 이사 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세종시의 초·중·고는 곳곳이 학급을 증설하는 공사 중이라 안전사고가 벌어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서울에서 내려오더라도 세종시를 피해 아예 대전으로 이사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가족과 함께 대전에 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A 과장은 "(세종시가) 교육 여건이 열악하고 살기에도 황량해 대전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A 과장처럼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400~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부 부처의 B 과장은 "의료, 쇼핑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곳이 어떻게 특별자치시라며 광역시들과 같은 대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연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대변인은 "지금까지 기반 시설이 부족해 불편했던 측면이 있지만, 조금씩 세종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주민들이 불편한 점을 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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