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풍의 중심에는 영화 ‘명량’(7월 30일 개봉, 김한민 감독)이 있다. 1597년 10월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왜선과 맞선 명량해전을 다뤘다. 김진규 주연의 ‘난중일기’(1978) 이후 36년 만에 나온 이순신 영화로, 연일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2일 하루에만 122만 관객을 모아 1일 관객 100만 명을 처음 넘어섰다.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350만 명을 넘기며 최단 기간 300만 명 돌파 기록도 세웠다. 예매 점유율이 60~70%에 달하고 관객 평점 또한 9점에 육박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충무로 일각에서는 1500만 영화의 탄생마저 점치는 분위기다.
충무공 열풍은 출판계로도 이어졌다. 영화를 소설로 옮긴 『명량』뿐 아니라 『이순신의 제국』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국내 첫 완역판 『난중일기』에 이르기까지 관련 신간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김탁환 소설 『불멸의 이순신』은 지난달 재출간됐다. 대형서점에는 이순신 서적을 파는 진열대가 등장할 정도다.

해군사관학교박물관 이상훈 기획연구실장은 이순신 장군의 핵심을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으로 요약했다.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도 민심을 수습하고 이를 반전의 기회로 바꾸는 지도자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명량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장군에 대한 민초들의 믿음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꽉 막힌 일본관계, 요동치는 정국, 침체된 경제 등 국민들은 요즘 사회를 위기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고단한 시대를 바로잡아주는 선 굵은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탁환 작가는 “보통은 지도자들이 명령만 하고 밑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모르는데 이순신은 그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부하들에게 역할 분담을 정확하게 시켰고, 그것이 전투에서도 응집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영화 ‘명량’은 왜군과 백병전을 벌이는 군졸,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젓는 민초의 모습도 부각시켰다. 영화 속 백성들의 대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것을 알아줄까”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큰 편이다. 요즘 사람들의 일상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은선 기자
[사진 영화 명량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