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장은 지난 7일 여야 합의를 이뤘을 때부터 지난 11일 의원총회 때까지 계속 ‘공격’을 받았다. 당 안팎에서 박 위원장을 흔든 셈이었다.
친노(親盧)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은 여야 합의가 이뤄진 지난 7일 이후 줄곧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문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며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내용에 반대했다. 그는 “특별법을 마련하게 된 힘도 사실 유족들 덕분”이라며 “여야 합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족들의 동의”라고 했다. 국회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의 반대를 그 이유로 들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1일 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그는 의총 당일이던 지난 11일에는 트위터에서 “의원들의 이성을 기대합니다”라며 “오늘 의총이 있는 날입니다. 많은 의원들이 잘못된 합의를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희망을 갖습니다”라고 했다.
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은 의총 하루 전날인 지난 10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지금이 결단할 때”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지금 우리 당의 존재 이유도 사험대에 놓여있다”며 “의원님께서 당론으로 재협상을 요구해주시라, 그리고 박(영선) 위원장은 그 뜻을 받들어 한발 물러서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당을 살리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 고문은 “세월호 특별법은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하는 성과가 아니라 결기를 갖고 쟁취해야 하는 시대적 책무”라며 “만일 끝까지 새누리당이 국민적 요구를 묵살할 때에는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민과 함께 일관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의총 당일에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지금이라도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했듯이 회군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천정배 전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조선일보DB
첫 발언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부터 “조항 타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가족과 국민적 지지, 동의여부”라며 “전투도 전쟁도 졌다.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과 합의를 이룬 이후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판단 미스”라고 주장해왔다.
재선인 유승희 의원은 “박 위원장은 더 협상할 자격이 없다”며 “재협상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총 하루 전날 재협상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낸 강기정, 김영환, 은수미, 최민희 의원 등도 의총장에서 재협상론에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공동성명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46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 중진인 4선(選)의 추미애 의원을 비롯, 대표적인 ‘386 정치인’으로 불리는 이인영 의원과 시민·사회운동을 해온 김상희·김기식·남인순·이학영·은수미·인재근·임수경 의원 등이 들어가 있다. 청년비례대표인 장하나 의원도 포함됐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여야가 어렵게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유족의 이해와 수용이 없다면 전면 재검토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윤관석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전면 재협상, 부족한 부분에 대한 추가 협상을 주장하는 각양각색 의견이 나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합의가 ‘옳다’고 말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 정청래 의원과 소설가 공지영씨. /조선일보DB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최영도 변호사 등 ‘사회 원로 5인’은 의총 당일이었던 지난 11일 박 위원장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직접 합의하신 내용을 이제 재고한다는 것이 박 대표께 몹시 부담스럽고 정치인으로서 위기일 수 있다”며 “그러나 진정한 정치 지도자의 면모는 위기의 순간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국민의 뜻과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존재를 일치시키는 데서 드러나며 거기서 새로운 지도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백 교수 등은 2012년 총·대선 때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란 회의체를 만들어 야권 연대,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었다.
이들과 함께 조국 서울대 교수와 작가 공지영씨, 배우 문성근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정봉주 전 의원 등 30여명도 이날 ‘슬픔과 울분을 참지 못하는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하는 내용의 특별법으로 재협상해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