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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북한 문화재·江 등 함께 관리하자"… '작은 통로' 열어 '큰 통일'로

화이트보스 2014. 8. 16. 09:08

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북한 문화재·江 등 함께 관리하자"… '작은 통로' 열어 '큰 통일'로

  • 최재혁 기자
  • 입력 : 2014.08.16 02:58

    [對北 협력 8·15 제안]

    -北과 이어질 '3가지 통로'는
    ①환경:백두대간 생태계 연결
    ②민생:'새마을 운동' 노하우 전수
    ③문화:광복 70주년 공동 행사

    -남북관계 立春에 빗대
    "추울 때 입춘이 시작되듯 이미 좋은 기운 깃들어 있어"

    -北에 거듭 변화 촉구
    "카자흐스탄처럼 核 버리고 베트남·미얀마式 개방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69주년 경축사에 이른바 '대북(對北) 중대 제안'은 없었다. 북한과 우리 사회 일각에서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지켰다. 대신 '남북 간의 작은 통로론(通路論)'을 제시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8·15 메시지와 관련해 '5·24 제재의 유지'와 '남북 교류 필요론'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해 왔다. 이날 박 대통령 제안은 별다른 대북 카드가 없는 박 대통령이 선택한 현실적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안보 라인 관계자는 "5·24 조치 해제 문제를 건드리면 보수층이 반발할 테고, 북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제안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남북한 주민이 작은 것부터 소통해 동질성을 회복하고 작은 통로들이 모인다면 생활 공동체를 형성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유철(앞줄 맨 왼쪽) 광복회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유철(앞줄 맨 왼쪽) 광복회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일단 환경 분야의 경우 임진강·북한강 등 공유 하천 공동 관리, 백두대간 생태계 연결·복원 사업 등이 검토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당국은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면 북에 우리의 기본 구상을 설명·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오는 10월 평창에서 열리는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에 북한을 공식 초청했다. 정부는 "북한도 비준국인 만큼 긍정적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초청장은 지난 8월 이미 북한을 포함한 당사국에 전달됐으나 아직 북한의 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 분야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을 언급했다. 북한판 '새마을운동'이 될 수도 있는 제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장기적으로 우리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북한과 공유하고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가 개발 경제시대를 거쳤듯이 북한도 그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화 분야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개성 만월대 발굴 사업, 겨레말 큰사전 편찬, 개성 한옥 보존사업 등을 계속 진행하면서 광복 70주년을 함께 기념할 구체적인 사업들을 북한과 협의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의 호응 여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차례 북한을 향해 '변화'와 '대화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며 "이제 북한은 분단과 대결의 타성에서 벗어나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핵을 포기한 카자흐스탄과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베트남·미얀마 등은 이웃 나라들과 협력해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가는 나라들을 북한의 '롤 모델'로 제시한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구소련 시절의 핵무기를 모두 포기(1995년)하고 대신 외자를 유치한 나라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제의한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해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건설적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또 "북한이 평화 구축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우리 국민은 안심하고 남북 교류 협력을 환영할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이 진정성을 보여야만 5·24 조치 해제 등에 대한 남한 내 반대가 약해지고 그만큼 북한도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앞서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대기실에서 10여분간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날이 더운데 입추(立秋)가 됐다. 입춘(立春)도 날이 추울 때 온다"며 "남북관계도 어렵고 힘들지만, 추울 때 입춘이 시작되듯 좋은 기운이 이미 들어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리 준비하는 자만 미래를 알 수 있다"면서 "통일을 당겨서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