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분열과 대통령의 무책
배인준 주필
입력 2014-09-03 03:00:00 수정 2014-09-03 08:20:11
처남매부도 상반된 세월호 해법한쪽은 대통령에 유족 만나라 하고 또 한쪽은 憲政 지켜내라 한다
국가 존속 위한 난제 쌓이는데 ‘세월호 분열’로 지새우는 나날
국민 설득할 제1주체는 대통령, 감동 없는 추석 메시지론 안 돼
대통령 無策의 위기가 가장 위험

▽매부=좋든 싫든 정국을 풀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우선 김영오 씨도 포함해 유족을 만나주는 게 옳다. 김 씨만 빼면 또 문제가 엉킬 것이다. 야당은 위임·대리 기능을 잃었다. 그런 점에서는 여당에 좋은 기회이지만 여당은 자신감이 없어 스스로는 못 푼다. 수사권·기소권이 대통령을 건드릴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대통령 눈치만 본다. 성역 없이 수사하고 기소한다고 해도 결국 법조인 자격을 가진 사람이 담당하는 건데 (대통령에 대해) 무도한 일을 벌이겠나. 대통령이 만나주고 크게 아우르는 것이 정치를 정상화하는 길이다. 그렇게 되면 야당은 머쓱하지만 국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유족들도 추석 전에 안 풀리면 국민 속에서 고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처남=정치가 사회에 포획되는 과정이다. 소수의 큰 목소리에 국가 중심추가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하다. 세월호 유족의 아픔은 이해하지만 집권당이 국민에게 법치의 원리원칙을 밝히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의정치의 기본원리에 어긋나는 사례를 만들면 결국 국민이 값을 치르게 된다. 유족이 입법권에 직접 관여하고 정치권이 이를 수용한다면 4·19 후의 헌정 위기와 일맥상통한다. 4·19 직후 희생자 가족의 국회 점거, 그 기세에 밀린 의원들의 부정선거·축재 관련자 가중처벌 소급입법, 사회혼란 속의 김일성 만세 소리에 이어 5·16이 났다. 지금도 점증하는 혼란은 위기의 불길한 조짐이다. 대통령이 유족을 만나는 게 답이 되겠는가. 헌정을 지켜내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정치 여론조사의 한 베테랑 전문가는 “정치권은 해결 능력이 없고, 유족도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현 국면을 진단했다. 그러나 야당 강경세력은 해결 능력이 없다기보다 해결하려는 선의(善意)가 없지 않은가. 이들은 합리적 정책 경쟁과 상식선의 입법 협조라는 온건노선으로는 당권과 정권을 위한 자신들의 몸값을 만들 능력이 없어 보인다. 이들에겐 건설보다 파괴가 더 익숙하고, 그 공격의 1차 대상이 대통령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국정원 댓글로 대통령의 정통성을 무너뜨리려 했고, 세월호로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으려 한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대통령은 실패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성공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反)한다.
문재인 의원이 아무 계산도 없이 동조단식을 했을까. 유족에게 힘을 실어줘서 수사권·기소권을 손에 쥐도록 해주는 것이 대통령을 무릎 꿇리는 길이라고 생각했음 직하다. 대통령이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문 의원 자신이 생산적인 정치를 하는 것보다 대선 재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오로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만든 법도 소용없다.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소리를 한데 모아 국가난제들을 하나하나 타개할 제1주체는 역시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무 감동도 없는 추석 메시지 같은 것이라면 암담하다. 대통령 무책(無策)의 위기가 그 어떤 위기보다 위험하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을 지켜내야 한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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