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고령화에 대한 준비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 "치매·우울증 검사 함께 받게해야", "藥 복용설명서 글자 더 크게"

화이트보스 2014. 9. 18. 10:18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 "치매·우울증 검사 함께 받게해야", "藥 복용설명서 글자 더 크게"

  • 이동휘 기자
  • 입력 : 2014.09.18 03:00 | 수정 : 2014.09.18 10:12

    [9] 서울대병원 의사 7人의 노인 복지 처방전

    - 거창한 정책보단 생활 속 복지
    "집에서 휠체어 탈 수 있게 정부서 문지방 뜯어주고 계단 경계면엔 노란색 표시를"

    - 노인 업무 컨트롤 타워 필요
    "요양원 환자 70%가 우울증… 정신과 의사 있는 곳 거의 없어, 간병비에도 健保 적용해야"

    요양원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힘으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집이 최고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살던 집에서 편안히 나이 먹게 도와주지 않는다. 노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복지정책이 뭘까? 만성질환 노인을 수없이 만나는 서울대병원 교수 7명에게 "'이거 하나만 달라져도 노인들 살기가 편해진다' 싶은 제안을 하나씩 해달라"고 했다.

    노란 칠의 힘

    지금 병원은 모든 게 청·장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교수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노인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했다. 가령 노인은 한번 넘어지면 크게 다치고 오래 앓는다. 오병모 교수(재활의학과)는 "노인들이 사는 집, 자주 오가는 건물의 계단 경계면에 노란색을 칠하는 것만으로도 넘어지는 사고가 훨씬 줄어든다"고 했다.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이동식 침대에 옮겨 누이고 있다. 어른 모시는 집은 어른이 한 번씩 앓아누우실 때마다 간병인 구하느라 전쟁을 치른다. 간병인 일당이 병원마다, 사람마다 다르고 제대로 관리하는 관청도 없다. /김지호 기자
    활자부터 키워라

    의사가 똑같이 설명해도 젊은 사람은 얼른 알아듣고 노인은 헷갈려 할 때가 있다. 대개 노인들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는 힘이 젊은이보다 낫지만, 세 가지 이상을 한꺼번에 들으면 네 번째 이후는 흘려듣고 마는 경우가 많다. 조비룡 교수(가정의학과)는 "복약 설명서 활자부터 지금 두 배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문지방 없어져야

    휠체어 탄 사람이 다니기 좋게, 길과 문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가정집과 공공건물 문턱을 없애고 문틀을 넓히는 식이다. 북유럽과 일본은 이미 이렇게 한다.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노인 계신 집 문지방 뜯는 공사만 해줘도 집 안에서 휠체어 탈 수 있으니까 살던 집에 좀 더 오래 머무르실 수 있다"고 했다.

    30㎝만 더 가까이

    노인들이 자기 힘으로 병원에 다닐 수 있으면, 자식들이 매번 모시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결국 자식들 부담이 줄어든다. 이은영 교수(류마티스내과)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버스·택시 기사들이 보통 때보다 30㎝만 더 인도 쪽으로 붙여서 정차해도 노인들 차 타기가 훨씬 쉬워진다.

    둘째, 장애 등급이 아예 높으면(2등급 이상) 장애인 콜택시를 부를 수 있지만, 그 이하는 알아서 병원에 다녀야 한다. 이 교수는 "각 구청에서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장애인 콜버스를 만들어 병원을 돌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명의들의 깨알 제안 정리 그래픽
    복지부도 변해라

    보건복지부에 가보면 '연명치료는 A과, 보험 문제는 B과, 휠체어는 C과…' 하는 식으로 업무가 쪼개져 있다. 그 바람에 똑같이 못 걷는 환자인데도 다리 아프면 휠체어를 얼른 주고, 폐가 아프면 돌려보내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 임재준 교수(호흡기내과)는 "복지부 안에 노인 관련 업무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파

    조맹제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요양원·요양병원 환자 70%가 우울증으로 추정되는데, 정신과 의사 있는 곳을 거의 못 봤다"고 했다. 이승훈 교수(신경과)는 "지금도 치매는 보건소에서 간편하게 검사해주는데, 이때 우울증 검사도 함께 하면 초기 치매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국가가 간병인 관리해라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지적한 게 간병인 문제였다. 미국은 의료비가 비싼 대신, 환자가 입원하면 병원에서 모든 걸 해결해준다. 한국은 의료비가 싼 대신 의료진은 의료 행위만 하고, 각종 병수발은 보호자가 알아서 하는 구조다. 간병인 일당은 7만~9만원. 1년이면 3000만원이 든다. 간병비는 건보 혜택 바깥에 있다. 간병인은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지만,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국가기관은 없다. 교수들은 "국가가 간병인을 관리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간병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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