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런 진단을 내렸다. 전면 감사는 그간 숨어 있던 문제를 낱낱이 들춰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산 전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현 제도가 안고 있는 일종의 맹점이다. “이런 데 쓰겠다”고 나랏돈을 타낸 뒤 다른 용도로 바꿔 써도 그만이다. 지자체만 승인하면 정부는 더 이상 간여하지 않는다. 충남 공주 산성시장처럼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수십억원을 받은 뒤 그 돈으로 공원을 짓는 게 가능한 이유다. 익명을 원한 지자체 시장 담당 공무원은 “표를 생각하는 자치단체장은 상인회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다”며 “예산 전용을 중앙정부에서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대한 사후 점검 시스템은 현재도 갖춰져 있기는 하다. 정부가 실시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 조사’란 것이다. 2006년부터 격년으로 해 오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거푸 실시했다. 이를 보면 전통시장 지원이 효과를 거둔 듯하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시장진흥공단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길정우(새누리당)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3년 사이 A·B 등급 시장 비율은 15.4%에서 40.9%로 늘었고, 최하위 E 등급은 15%에서 8.1%로 줄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한 곳당 연간 매출은 167억원에서 138억원으로 감소했다.
등급은 시장별로 상인과 고객 각 20명 남짓을 조사해 매긴다. 제대로 평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상인 설문의 경우 객관적인 수치 자료 등을 제출하는 것은 거의 없고, ‘빈 점포가 빨리 차느냐’처럼 주관적인 의견을 묻는 게 대부분이다. 곽주완 계명마케팅연구소장은 “이미 정부 지원을 받은 시장 상인이라면 다음번 지원을 받기 위해 부정적인 답변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 때문에 평가 결과가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안대 변명식(60·프랜차이즈경영) 교수는 “지원한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예산 낭비요소는 없었는지 사후 점검을 철저히 해 문제가 있는 시장은 그 뒤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사업비를 환수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김윤호(팀장)·최경호·위성욱·윤호진·최종권 기자, 김호정(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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