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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구 맞먹는 1000만 아파트 주민 14개 업체가 관리

화이트보스 2014. 10. 15. 11:27

서울 인구 맞먹는 1000만 아파트 주민 14개 업체가 관리

[중앙일보] 입력 2014.10.15 01:59 / 수정 2014.10.15 05:36

관리비 새는 아파트 <상>
"저가입찰해 관리 따낸 업체
주민대표·관리소장과 유착
자회사 내세워 용역 싹쓸이"
3각 커넥션이 비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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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경기도에 있는 A아파트에 낙뢰 사고가 있었다. 관리사무소 측은 “각 가구에 설치된 인터폰과 단지 내 폐쇄회로TV(CCTV)에 이상이 생겨 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B업체가 고장 수리를 맡았다. 수리 후 관리사무소와 아파트 측은 견적서 등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 화재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여원을 받았다.

 2년 후인 2012년 문제가 불거졌다. 수리를 완료했다는 인터폰 등에 자주 고장이 나자 한 입주자가 전문업체를 불러 인터폰 내부를 뜯어봤다. 그 결과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견적서에는 인터폰을 동일한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고 돼 있었지만, 해당 제품은 2005년에 이미 단종된 상태였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수리를 맡은 B업체가 당시 아파트 위탁관리를 맡고 있던 C사의 관계사(자회사)로 드러난 것이다. 또 수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절차를 밟지 않은 데다 계약서 작성 날짜와 공사가 완료된 날짜가 같았다.

 이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엉터리 수리로 또다시 3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수리를 해야 할 판”이라며 “관리업체의 자회사가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수주한 데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돈이 오간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수리 완료 후 입주민들로부터 확인서를 받은 사안으로 관련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수리업체와 부품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본지는 최근 난방비 의혹을 계기로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그 결과 ‘과다 관리비’ 논란의 핵심은 상당수 위탁관리업체의 부실한 관리와 자회사를 통한 용역 수주, 입주자대표들과의 유착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회사-자회사-입주자대표의 ‘3각 고리’가 관리비 부담을 늘리는 주요인인 것이다.

 서울시의회 김인호 부의장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업체 상위 14곳이 전국 4510개 단지, 251만7391가구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서울시 인구와 맞먹는 1000만 명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이들 관리업체의 평균 자본금은 12억8900만원에 불과했다. 김 부의장은 “관리업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가구를 관리하고 있어 부실 관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관리업체가 ‘아파트 관리’라는 본업보다 경비·청소·하자 보수 등 소위 돈이 되는 용역사업을 따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 취재 결과 ㎡당 1원 등으로 위탁관리를 따낸 뒤 자회사를 통해 각종 용역을 수주해 거액의 매출을 올리는 사례까지 있었다.

 전문가들은 “저가입찰을 통해 관리업체로 선정되면 입주자대표나 관리소장과 유착해 용역 입찰과 관련된 내부 정보를 빼낸 뒤 자회사를 활용해 용역을 수주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송주열 대표는 “아파트 관리회사가 사실상 인력소개소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며 “관리회사의 자회사가 각종 용역공사를 도맡아하다 보니 제대로 관리·감독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아파트 관리회사에 대한 규제가 미비해 상당수 업체가 용역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며 “관리회사를 감독해야 할 지자체들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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