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식이섬유소가 변비에 좋다고요?

화이트보스 2014. 10. 22. 16:22

식이섬유소가 변비에 좋다고요?

  •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E-mail : doctor@dietnote.co.kr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서울의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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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10.22 13:31 | 수정 : 2014.10.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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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은 장점일까? 단점일까?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단점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식이섬유소’가 그것이다. 과거 무용지물로 여겨졌던 식이섬유소는 그 다양한 건강증진 효과가 밝혀지면서 이제는 당당히 건강지킴이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식이섬유소가 모든 상황에서 만병통치는 아니며, 오히려 식이섬유소가 증세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식이섬유소는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 고분자화합물로, 장 내에서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영양소처럼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대변을 통해 배설되는 성분이다. 이러한 특성때문에 한때 식이섬유소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불필요한’ 성분으로 알려졌었다. 체내에서의 작용을 몰랐으니 섭취할 필요가 없는 성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듯. 식이섬유소가 영양소의 범주에 속하지도 못했음은 물론이다.
    채소
    채소
    이처럼 식이섬유소가 불필요한 성분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에 사람들은 거친 식이섬유소를 제거하여 부드럽고 맛있는 곡류제품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뜻밖에 이처럼 지나치게 정제된 곡식만을 먹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나타났다. 변비, 치질, 대장암 등 대장관련 질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식이섬유소가 인체에서 뭔가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비로소 밝혀졌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거친 음식’에서 건강을 찾는다.

    식이섬유소는 비만, 당뇨, 고지혈증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변비에는 식이섬유소의 섭취를 늘려야 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다. 하지만 실제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식이섬유소 섭취를 늘려도 변비가 해결되지 않는다. 변비도 변비 나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변비라고 하면 그저 며칠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는 정도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변비의 원인에 따라서 식이섬유소 섭취가 달라져야 한다.

    장의 운동이 정상보다 느려서 생기는 ‘이완성 변비’는 성인보다는 어린이나 노인층에서 많이 나타나며, 임신시에도 호르몬의 영향으로 이완성변비가 생긴다. 특별히 배가 아프거나 불편하지는 않고 며칠에 한 번씩 굵고 딱딱한 변을 보는 게 특징이다. 이 경우 도정이 덜된 곡류(현미, 통밀 등)나 각종 채소, 과일 등을 껍질째 많이 먹는 게 좋다. 이런 식품에는 식이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식이섬유소는 수분과 결합해서 대변의 양을 늘려주고 장의 운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완성 변비가 완화되도록 도와준다.
    변비가 최대의 적...
음주·과로는 증상 악화.
    변비가 최대의 적... 음주·과로는 증상 악화.
    이와는 반대로 대장이 지나치게 수축되어 변이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경련성 변비’라 한다. 항상 배가 묵직하고 헛배가 부르며, 배변이 매우 힘들고 때로 배변시 출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변의 형태는 배변 초기에 딱딱하고 작은 덩어리가 똑똑 떨어지다가 점차 무르고 가는 변이 나오게 특징이다. 이러한 형태의 변비는 주로 젊은 성인에게 자주 나타난다.

    경련성 변비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로 알려져 있으며, 커피나 담배 등도 원인이 된다. 이때 식이섬유소를 많이 먹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식이섬유소가 대장을 더 자극하기 때문에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다. 경련성 변비에는 도정된 곡류, 줄기의 거친 섬유질을 제거하고 부드럽게 익힌 채소가 좋고, 과일도 껍질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경련성 변비 이외에도 다양한 위장질환의 식이요법에서 식이섬유소는 ‘제한’이 권장된다. 위염이나 위궤양은 한국인 대다수가 겪는 대표적인 소화기계 질환이다. 이처럼 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소화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소화를 방해하는 식이섬유소는 가급적 적게 섭취해야 한다. 소화불량으로 인한 발효성설사나 만성설사가 있는 경우에도 식이섬유소는 제한해야 한다.

    여섯번째 자연건강식품 식이섬유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여섯번째 자연건강식품 식이섬유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식이섬유소가 대장에서 발효를 촉진하고 가스를 생성할 뿐 아니라 대장의 운동을 자극하여 설사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궤양성 대장염에도 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식이섬유소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증세 완화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소의 다양한 건강증진 효과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여러 질병의 식이요법에서 식이섬유소는 제한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보약인 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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