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평택 미군기지 타운

화이트보스 2014. 10. 26. 18:19

평택 미군기지 타운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K6 캠프 험프리스 부대 앞 안정리 로데오 거리.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K6 캠프 험프리스 부대 앞 안정리 로데오 거리.
지난 10월 7일 오전 8시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K6 캠프 험프리스(Camp Humpreys) 부대를 찾아갔다. 캠프 험프리스는 ‘세계 최대 미군기지’로 조성 중이다. 부대 앞 안정순환로 일대는 대형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건설업체 직원들 차량이 뒤엉켜 매우 혼잡했다. 좁은 4차선 도로에 부대로 들어갈 차량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정순환로 인근에 있는 지엠공인중개사 이근식 대표는 “아침마다 부대 앞에서는 교통대란이 벌어진다. 미군기지가 자리 잡은 팽성읍에는 엄청난 건설인력이 들어와 있어 부대 정문 앞 안정순환로 도로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프 험프리스 서쪽 동창리에서 부대를 바라보니 철조망 넘어 대형 크레인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50대가 넘어 보이는 대형 크레인과 덤프트럭들이 늘어선 부대 안에선 공사가 한창이다. 기자가 승용차를 타고 동창리에서 부대가 확장될 안성천 근처로 갔다. 안성천과 맞닿은 도두리 지역까지 트럭과 크레인들이 모여 아스팔트 도로 포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국방부 산하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김영일 공보담당관은 주간조선에 “부대 확장 공사 공정률은 74% 진행됐다. 최근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지었다. 올해 말까지 80% 정도 공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2년 후인 오는 2016년 12월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와 경기도 동두천 미 2사단이 이곳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평택 미군기지는 기존 캠프 험프리스 500만㎡의 부지에 970만㎡이 더해져 무려 1465만㎡(444만평) 크기가 된다. 단일 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평택시청에 따르면 현재 부대 내에 거주하는 미군과 군무원은 가족까지 합해 9500명 정도다. 영외에 사는 미군과 가족들은 1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6년 한미연합사와
   
   2사단이 옮겨오면 부대 내에 거주할 미군과 그 가족만 4만400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외에 영외 거주 미군과 가족도 2만4000여명이 될 전망이다. 1만명 남짓한 현재의 미군과 그 가족들 숫자가 6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팽성읍 인구(2014년 9월 말 기준 3만357명)와 미군 부대 확장으로 인한 유입인구까지 고려하면 확장되는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15만명이 밀집한 새로운 도시가 탄생한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김영일 공보관은 “송탄 K-55 미 공군부대와 대구시 남구 캠프 워커(Camp Walker)를 제외한 전국 35개 미군부대와 7개 훈련장이 이곳으로 모두 모인다. 미군기지 앞 안정리 주변은 물론 송화리와 노성리 등 팽성읍 전체에 미국인의 거대 타운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경제는 물론 군사전략 요충지로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팽성읍이 거대 미군 타운으로 확장되면 이 지역 상권 지도도 바뀔 전망이다. 지엠공인중개사 이 대표는 “그동안 송탄 K-55부대 앞 신장동 쇼핑몰 거리는 미군들 대상 상권의 메카로 불려왔다. 팽성읍 미군 기지로 확대된다면 상황은 뒤바뀔 것이다. 팽성읍 미군기지는 평택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충청도 이남 지역으로 상권을 확대시킬 수 있다. 반면 송탄 부대는 앞으로 조성될 삼성반도체 고덕산업화단지의 영향권 안에 있어 상권이 삼성타운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캠프 험프리스 부대 정문 인근의 안정리 로데오 거리를 찾아갔다. 이곳에는 1962년 캠프 험프리스가 조성된 후 미군들을 위한 유흥업소와 옷가게, 패스트푸드점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미군들은 시설이 낙후하고 협소한 이곳 상가 대신 송탄 K-55 부대 앞 신장동 쇼핑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팽성읍 미군 기지 확장공사 완공이 2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부터 로데오 거리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토지나 건물 매매계약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안정리 리빙공인중개사 안상근 대표는 “땅값이 많이 올랐다. 지난해 3.3㎡당 600만원 선에 머물렀던 곳인데 최근에는 1300만원까지 올랐고 3.3㎡당 18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엠공인중개사 이근식 대표는 “2008년과 2012년 두 번 정도 미군 기지 이전 확장공사가 지연되면서 투자자와 지역주민들의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었다. 그래서 매매 문의 전화는 많이 왔지만 쉽사리 건물을 사거나 상점을 차리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공사 완공 연도가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근 이수건설이 부대 앞에 944가구가 거주할 ‘평택 브라운스톤 험프리스’ 아파트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건설회사의 투자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겨울부터 안정리 상권 변화가 눈에 띄게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정리 로데오 메인거리의 옷가게 휠드샵 주인 김모(53)씨는 “세입자 입장에서 땅값이 오르니 건물주가 임대료를 점점 올려서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안정리 인근 한 술집 주인은 “최근에 미군들을 위한 클럽이나 미국 로컬 바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미군이 주로 영외에서 술을 즐겨 마시니까 인구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좌파단체들이 주도한 미군기지 반대 시위는 사라졌지만 미군기지 확장공사와 맞물려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오전 10시, 캠프 험프리스 부대 앞에서 팽성읍 안정리 주민과 팽성읍 상인연합회 3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공사에 참여한 SK건설, 경남건설 일부 하청업체들의 물품대금 미납과 체불임금, K6 기지 내 대형 쇼핑몰 건설에 대한 반대 시위였다. 51년째 팽성읍 안정리에 거주한 팽성읍 상인연합회 회장 김정훈(56)씨는 시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고 나서 10년이 흘렀다. 정부가 미군기지 확장 대상인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에게는 인근 추팔리와 노와리에 옮겨갈 지역을 제공하고 평균 10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주었다. 미군기지 바로 앞에 위치한 안정리와 노양리 주민들을 위해서는 향토기업이 공사에 우선적으로 참여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미군기지 주변 상권 활성화를 고려해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형 건설회사들이 들어와 시공을 독점하는 것은 물론 장비도 우리 고장 것을 쓰지 않고 전체의 80% 정도를 외주장비로 채웠다. 또 기지 밖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기지 내에 쇼핑몰을 건설하고 최근에는 기지 내 면세점까지 착공에 들어갔다. 팽성읍 지역주민들의 경제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팽성읍 주민들은 미군기지 확장 공사로 인한 소음과 공해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안정리 주민 이종호(47)씨는 “주한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 관계자들은 현재 팽성읍에 삶의 터전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공사가 끝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의 고통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