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팀의 갑상샘암 과잉진단 연구가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발간된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최근호에는 고려대 의대 안형식(예방의학) 교수팀의 '한국의 갑상샘암의 검진과 진단율' 논문이 게재됐다. NEJM은 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다. 논문 인용지수(Impact factor)가 51.6으로 네이처(38.5)나 사이언스(31) 보다 높다. 임상 의학 분야에서는 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의학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내용으로 통용된다.
갑상샘암 증가와 과잉진단 논란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이탈리아·크로아티아·체코·이스라엘·중국·오스트리아·캐나다·미국 등은 지난 20년간 환자가 2배 이상 늘었다. 사망률은 거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훨씬 드라마틱하다. 지난 20년간 15배로 환자가 늘었고 사망률의 변화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한 논문에 세계 의학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즈도 이날 안 교수팀의 논문을 비중있고 자세하게 소개했다. 신문은 "조기검진이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면, 갑상샘암 사망률은
감소해야 하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다"며 "논문은 '발견되는 암 대부분이 아주 작고 위험하지 않은 암이어서 조기검진의 이득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암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런 상황이 다른 나라에도 중요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문은 미국 암 전문가들의 의견도 소개했다. 미국암협회의 오티스 브로리 박사는 안 교수의 논문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경고다. 우리는 검사를 옹호하는데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안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다트머스 의대 길버트 웰치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짜로 갑상샘암 발생이 늘었다면 사망자도 급격하게 상승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망자의 변화가 없다. 이것은 진단의 확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의 논문은 한국의 갑상샘암 조기검진이 1999년 국가암검진 사업 실시와 궤를 같이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암검진 필수 항목은 유방ㆍ자궁ㆍ대장ㆍ위ㆍ간암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의사와 병원들은 종종 여기에 3만~5만원만 더 내면 갑상샘암 검사를 더 해주면서 갑상샘암 조기 발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이 같은 갑상샘암의 폭발적 증가에 반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0.5명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논문은 "병리학자들은 무증상 갑상샘암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1947년 한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최소 3분의1에서 작은 크기의 무증상 갑상샘암(유두암)이 발견되었는데, 이러한 환자들은 남은 여생동안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검진을 통해 발견하지 않아도 천수(天壽)를 누리는데 지장이 없는 작은 갑상샘암을 무분별하게 찾아낸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이다.
논문은 갑상샘암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여생 동안 지속적인 갑상선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일부 환자에게는 부작용 등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교수팀이 1만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의 환자는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을 보였으며, 2%에서 성대마비가 있었다. 안 교수는 "갑상샘암의 유행을 예방하려면, 갑상샘암에 대한 조기검진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는 ‘wait-and-see’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갑상샘암을 조기 발견한 환자에게 바로 수술을 하는 대신 정기적인 관찰만 하는 것이다. 말그대로 '기다리고(wait) & 지켜보는(see)'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터틀 박사는 "저위험군(작은 암) 환자를 정기검진을 통한 관찰로 유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갑상샘암 조기검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6일 발간된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최근호에는 고려대 의대 안형식(예방의학) 교수팀의 '한국의 갑상샘암의 검진과 진단율' 논문이 게재됐다. NEJM은 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다. 논문 인용지수(Impact factor)가 51.6으로 네이처(38.5)나 사이언스(31) 보다 높다. 임상 의학 분야에서는 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의학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내용으로 통용된다.
갑상샘암 증가와 과잉진단 논란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이탈리아·크로아티아·체코·이스라엘·중국·오스트리아·캐나다·미국 등은 지난 20년간 환자가 2배 이상 늘었다. 사망률은 거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훨씬 드라마틱하다. 지난 20년간 15배로 환자가 늘었고 사망률의 변화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한 논문에 세계 의학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즈도 이날 안 교수팀의 논문을 비중있고 자세하게 소개했다. 신문은 "조기검진이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면, 갑상샘암 사망률은
감소해야 하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다"며 "논문은 '발견되는 암 대부분이 아주 작고 위험하지 않은 암이어서 조기검진의 이득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암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런 상황이 다른 나라에도 중요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문은 미국 암 전문가들의 의견도 소개했다. 미국암협회의 오티스 브로리 박사는 안 교수의 논문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경고다. 우리는 검사를 옹호하는데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안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다트머스 의대 길버트 웰치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짜로 갑상샘암 발생이 늘었다면 사망자도 급격하게 상승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망자의 변화가 없다. 이것은 진단의 확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의 논문은 한국의 갑상샘암 조기검진이 1999년 국가암검진 사업 실시와 궤를 같이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암검진 필수 항목은 유방ㆍ자궁ㆍ대장ㆍ위ㆍ간암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의사와 병원들은 종종 여기에 3만~5만원만 더 내면 갑상샘암 검사를 더 해주면서 갑상샘암 조기 발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이 같은 갑상샘암의 폭발적 증가에 반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0.5명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논문은 "병리학자들은 무증상 갑상샘암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1947년 한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최소 3분의1에서 작은 크기의 무증상 갑상샘암(유두암)이 발견되었는데, 이러한 환자들은 남은 여생동안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검진을 통해 발견하지 않아도 천수(天壽)를 누리는데 지장이 없는 작은 갑상샘암을 무분별하게 찾아낸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이다.
논문은 갑상샘암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여생 동안 지속적인 갑상선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일부 환자에게는 부작용 등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교수팀이 1만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의 환자는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을 보였으며, 2%에서 성대마비가 있었다. 안 교수는 "갑상샘암의 유행을 예방하려면, 갑상샘암에 대한 조기검진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는 ‘wait-and-see’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갑상샘암을 조기 발견한 환자에게 바로 수술을 하는 대신 정기적인 관찰만 하는 것이다. 말그대로 '기다리고(wait) & 지켜보는(see)'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터틀 박사는 "저위험군(작은 암) 환자를 정기검진을 통한 관찰로 유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갑상샘암 조기검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