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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은 레이저, 만성은 고주파 … 허리디스크 수술 않고 맞춤 치료

화이트보스 2014. 11. 24. 11:30

급성은 레이저, 만성은 고주파 … 허리디스크 수술 않고 맞춤 치료

[중앙일보] 입력 2014년 11월 24일

연세바른병원 하동원 원장이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환자 상태에 따른 비수술 치료법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치료의 발전은 괄목할 만하다. 수술에서 ‘최소 침습’ 또는 ‘비수술’로 급속히 선회했다.



조그마한 구멍으로 내시경을 넣어 눈으로 보면서 문제가 있는 디스크나 신경을 제거한다. 하지만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환자는 어떤 시술이 좋은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 시술마다 장단점과 한계가 있고, 환자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연세바른병원 의료진에게 허리디스크에 적용되는 시술의 적응증과 장단점을 짚어봤다.



추간판탈출증은 척추뼈와 뼈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이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생긴다. 크게 급성 파열성 디스크와 만성 디스크로 나뉜다. 급성은 추간판을 싸고 있는 섬유륜이 파열돼 디스크 안쪽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한다. 무거운 것을 들 때 삐끗하거나 넘어지는 등 충격이 원인이다.



만성 디스크는 신체 퇴행성 변화로 나타난다. 잘못된 자세나 습관이 척추 노화를 앞당긴다. 급성 파열성 디스크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시술이다. 경막외 내시경 레이저 시술은 특수 카데터를 통증 부위까지 삽입한 뒤 내시경으로 병변을 직접 보면서 레이저로 통증 원인을 치료한다. 레이저를 쬐면 튀어나온 수핵이 타면서 기화된다.



파열성 디스크 80%는 수술 없이 호전



현재 많이 이용되는 시술은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다. 이름대로 꼬리뼈를 통해 아래에서부터 내시경과 레이저관이 디스크가 나온 부위까지 찾아 올라가는 방식이다. 급성 파열성 디스크 환자의 80% 이상이 이 시술만으로 호전된다. 급성 파열성 디스크 외에도 재발성 디스크, 수술 후 통증증후군, 심하지 않은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당일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기간이 짧고,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받기에도 부담이 적다.



 연세바른병원이 11월 6~9일 터키에서 열린 국제 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ISMISS)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열성 디스크 환자 170명 중 139명(81.8%)이 꼬리뼈 내시경 시술로 통증이 감소했다. 시술 전 통증 수치(VAS)는 평균 8.90으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었지만, 시술 1주 후 평균 3.09, 시술 3개월 후에는 평균 1.79(경미한 통증)로 확 줄었다. VAS는 상상할 수 있는 최대 고통을 10으로 봤을 때 체감하는 통증 정도를 말한다. 연세바른병원 이용근 원장은 “파열성 디스크는 수술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질환으로 급성기 통증이 매우 심하다”며 “10명 중 8명 정도는 비수술 방법으로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추간공 내시경 최초 도입, 통증·조직손상 감소



꼬리뼈 내시경에서 업그레이드된 것이 ‘추간공 내시경 레이저’다. 원인 부위 옆에서 바로 접근한다. 최근 도입된 치료법이다.



 꼬리뼈 내시경은 디스크 유발 부위가 꼬리뼈 쪽에, 디스크가 아래 방향으로 파열됐을 때 적합하다. 추간공 내시경은 병변이 꼬리뼈에서 먼 위쪽이거나 디스크가 앞이나 옆쪽으로 튀어나왔을 때 효과적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안전한 시술이다. 국내에는 올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꼬리뼈 내시경과 마찬가지로 시술 시간은 20~30분이고, 시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



 국내 첫 시술은 승인 직후인 10월 23일 연세바른병원 박영목 원장 집도로 이뤄졌다. 박영목 원장은 “추간공 내시경은 시술 부위 옆에서 직접 접근해 기존 시술 방법으로 해결이 어려웠던 증상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접근거리가 가까운 만큼 내시경 길이가 짧아 화질이 좋다 보니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추간공 내시경은 환자 10명 중 꼬리뼈 내시경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2명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동원 원장은 “꼬리뼈 내시경에서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던 18.3%는 위로 밀려 올라간 파열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과 복합된 환자였다”며 “오히려 이런 환자는 추간공 내시경으로 결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수술 치료는 여러 차례 받아도 부작용 적어



만성 디스크는 레이저 시술보다는 고주파 열치료가 효과적이다. 고주파 수핵감압술이라고 한다. 지름 1㎜의 가느다란 주삿바늘을 통증 부위에 삽입한 후 고주파 전극을 이용해 튀어나온 디스크 크기를 줄인다. 경막외 내시경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성 디스크는 국소적으로 태우는 것보다 전체적인 크기를 줄이는 것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단 디스크가 파열됐거나 수핵이 적은 경우, 퇴행성 변화가 심한 경우에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하동원 원장은 “척추질환의 90% 정도는 비수술로 호전되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의외로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치료 후에는 수술을 받은 것처럼 무리하지 말고 관리에 신경써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수술 치료는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받아도 부담이나 부작용이 적다. 통증 원인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가 가능해 주변 조직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3개월 이상 비수술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다리 마비, 대소변 장애가 있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류장훈 기자 기고자 : 류장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