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베이징 이화원(<9824>和園) 인근 퇀청후(團城湖)의 갑문이 열리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 화중 지방 창장(長江·양쯔강)의 물을 화북의 베이징 일대까지 끌어올리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의 중선(中線) 공정이 이날 완성되면서다. 지난 12일 오후 2시 32분(현지시간) 창장의 지류인 한장(漢江)의 물을 모은 허난성 단장커우(丹江口) 저수지의 수문을 출발한 물은 정저우(鄭州)를 거치는 총연장 1432㎞의 수로를 통해 보름만에 베이징에 도착했다.
남수북조란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돌린다’는 의미다. 베이징시 남수북조사무소의 쑨궈성(孫國昇) 주임은 “통수를 시작하면 베이징은 연간 10억5000㎥의 물을 받아 생활·공업용수 50% 이상을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뿐 아니라 톈진(天津)·허베이(河北)·허난(河南) 등 4개 직할시·성의 19개 대·중도시와 100여 개 현·시에 연간 95억㎥의 물을 공급, 6000만 명의 생활용수를 해결하게 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룩한 중국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일대 사건”이라며 “오랜 세월 동안 후세에도 이로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수북조는 공사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의 수리(水利) 공정으로 꼽히는 싼샤(三峽) 댐을 능가한다. 중국 역사상으론 진(秦)대의 만리장성에 비견된다. 남수북조는 그야말로 백년대계(百年大計)이기도 하다. 마오쩌둥(毛澤東) 공산당 주석이 52년 “남쪽은 물이 풍부한데 북쪽은 부족하니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끌어다 쓰면 좋겠다”고 말해 시작된 공사다. 이후 수십년 간 분석과 의견수렴 절차만 이어지다가 2001년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공정이 본격화됐다. 가장 먼저 동(東)선이 2002년 착공돼 지난해 말 1기 노선이 완공됐다. 장쑤(江蘇)성에서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 이르는 1467㎞ 구간으로 이 지역 71개 시 1억명에게 연간 87억7000만㎥의 물을 공급하게 됐다. 남수북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선이 이번에 완공되면 서(西)선만 남는다. 티베트 고산지대에 터널을 뚫어 창장 물을 칭하이(靑海)와 간쑤(甘肅)성, 네이멍구자치구 등에 공급하는 서선은 아직 착공되지 않았는데 2050년 완공이 목표다. 마오가 지시를 내린 지 100년 만인 셈이다. 남수북조의 예상 총 사업비는 3600억 위안(약 62조원), 5000억 위안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늘도 있다. 중선에 물을 공급할 단장커우 저수지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를 짓기 위해 보금자리를 옮겨야 할 수몰자 33만명이 생겨났다. 대량의 물이 화북으로 흘러가면 화중은 상대적 수자원 부족을 겪게 된다. 창장 일대인 후베이(湖北)·허난 등지에서 올 여름 가뭄이 심해지자 애초 건설이 타당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원지인 한장이 창장의 지류에 불과하고 유량 변화가 큰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은 “중선이 통수를 시작하지도 않은 지난 여름에 이미 한장의 수위가 낮아졌다”며 “통수가 되면 배 한 척도 한장을 다닐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초 10월 말로 예정됐던 정식 통수가 유량이 충분해질 때까지 한달 반을 더 기다린 끝에 이뤄졌다.
수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목적, 생태계 교란 등 우려를 낳는다는 점에서 남수북조는 한국의 4대강 사업과 비교되기도 한다. 강재식 경희대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단임 정부의 의지대로 공사를 강행한 측면이 있는 반면, 남수북조는 문제도 있지만 50년의 연구와 광범위한 논의, 역대 정부가 일관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예로부터 화북은 가뭄, 화중은 홍수에 시달렸다. 중국 역사는 ‘치수의 역사’라고 할 만큼 치수 성공이 리더십 성패의 열쇠였다. 순(舜)임금 시절 우(禹)는 아버지 곤의 실패를 딛고 치수에 성공해 중국 최초의 왕조로 일컬어지는 하(夏)나라를 세웠다. 수(隋) 양제는 화중과 화북을 잇는 대운하를 건설하는 위업을 이뤘으나 과도한 공사 부담이 독이 돼 멸망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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