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김영란법이 과장·왜곡돼 통과됐으니…" 비아냥]
호텔·골프장은 물론 식당·술집 등도 타격 우려
각종 편법·부작용 예상… "한국판 금주법" 비판도
◇"얼어붙은 內需에 찬물 끼얹어"
기업들은 "규제 개혁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규제 폭탄을 터뜨렸다"는 분위기다. 김영란법에서 대통령령(令)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공무원 윤리 강령처럼 3만원 이상 식사 접대를 받지 못하도록 할 경우에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교사, 언론인 등은 조금이라도 업무 관계가 있는 사람들과는 아예 밥도 먹지 말아야 할 판이다. 서울 시내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과장·왜곡돼 통과됐으니 '김뻥란법' 아니냐"며 "병들어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내수 경기를 김뻥란법으로 아예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화점업체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로 인해 경기(景氣)가 꽁꽁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가운데 앉은 사람)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홍일표(왼쪽) 새누리당 의원,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이 3일 이른바 ‘김영란법’ 처리 문제를 놓고 회의 시작 전에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서울 도심 한 호텔 식당 관계자는 "우리 식당에는 20만~30만원짜리 코스 요리도 있는데 모임 주최자가 혼자 결제할 경우 향후 시행령에 따라 법에 걸릴 수도 있다. 식사 모임이 없어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 후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어서 고급 식당 매출이 급감했다는 뉴스를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고급 음식점 매출은 지난해 30% 이상 감소했고 광저우(廣州)에서는 최근 2년간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거래가 82% 줄었다.
골프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는 관행적으로 초청한 사람이 돈을 내는데, 미국처럼 각자 돈을 내면 손님이 감소하는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지난해 세월호 때문에 최악의 한 해를 보냈는데 이제는 골프장을 접고 아파트나 지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다른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 장려 발언을 해서 골프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와 상충하는 법이 통과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한국판 禁酒法이다"
공무원들도 발끈하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모든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안을 만들다니 어이가 없다"며 "매년 출판 기념회를 통해 수억원씩 합법적인 뇌물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300만명의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안을 만들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당초 취지와 달리 각종 편법과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 10대 그룹의 홍보 담당 임원은 "김영란법은 대공황기의 미국 금주법(禁酒法)처럼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온갖 부작용과 탈법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주법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에 따른 식량 절약, 맥주를 만드는 독일인에 대한 반감(反感) 등으로 미국 땅에서 알코올 음료를 양조·판매·운반·수출입하지 못하게 1920년 수정헌법 제18조가 발효됐지만, 밀조·밀매 등 각종 범죄가 늘어나고 지하경제 확산 등의 부작용을 낳아 1933년 헌법에서 폐지됐다.
실효성이 없는 법을 만들어 법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법 적용 대상이 300만명이 넘기 때문에 누군가가 제보 또는 고발을 하지 않으면 위법을 적발해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손보기 위한 표적 수사의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할 수단이 먼저 구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